뷰티 트렌드

에르메스 뷰티의 새로운 비전

2022.06.07

에르메스 뷰티의 새로운 비전

알렉사 청(Alexa Chung), 레티샤 카스타(Laetitia Casta), 나탈리아 보디아노바(Natalia Vodionova), 그리스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활동하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레고리스 피르필리스(Gregoris Pyrpylis)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을 보라. 그가 메이크업을 맡은 수많은 유명인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심플해 보이는 메이크업 방법으로 유명한 이 대가는 최근 에르메스 뷰티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면서 많은 화제를 낳고 있다.

그는 영어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친구와 우연히 메이크업을 하면서 뷰티가 그의 진정한 소명임을 깨달았다. <보그 영국>이 에르메스라는 상징적인 패션 하우스의 뷰티 브랜드에 대한 그의 비전, 작업하는 제품에 느끼는 집착에 대해 피르필리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Courtesy of Hermès

맨 처음 경험한 뷰티와 관련된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다섯 살일 때 어머니가 메이크업하는 것을 지켜보던 것이 기억나요.  문 쪽에 서서 바라보았죠. 어머니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아주 즐거운 순간이었어요. 귀한 시간으로 느껴졌죠. 다섯 살이었지만, 어머니에게 아주 귀한 시간 같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때는 제가 그것을 왜 그렇게 귀하게 여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어요. 단지 그러는 게 옳다고 느꼈을 뿐이죠.

화장품을 처음 접한 것은 언제였나요?

제 꿈은 선생님이었습니다. 2004년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아테네로 이사 갔고, 거기서 베스트 프렌드를 만났죠. 어느 날 그 친구 집에 갔는데, 그녀가 외출하려고 화장을 하기 시작하더군요. 재미 삼아 직접 해봐도 되는지 물었죠. 그때 화장품을 처음 접했어요. 그 결과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그때 친구가 제게 그쪽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일주일 뒤 메이크업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메이크업을 해줄 때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기나요? 메이크업 의자에 앉은 사람을 위한 자기표현? 아니면 메이크업의 예술적 기교?

그 두 가지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죠. 모든 과정이 앞에 있는 사람에 대한 존중으로 이뤄져야 해요. 항상 그 순간, 그들이 어떤 기분인지 물으며 대화를 나누죠. 날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날은 자신의 다른 면을 표현하고 싶을지도 모르니까요. 메이크업을 하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져야 그 사람이 편안함뿐 아니라 재미까지 느끼죠. 저에게 메이크업은 흥미의 대상이거든요.

메이크업을 할 때 어떤 접근법을 사용하나요?

텍스처(가벼운 것, 아마도 크림이겠죠. 저는 크림을 좋아합니다)로부터 접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더군요. 예를 들어 립스틱을 블러셔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죠. 눈에 잘 띄지 않는 질감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건 어머니가 항상 사용하던, 절대 메이크업으로 보이지 않는 메이크업 방식과 관련이 있는 듯싶어요. 그것은 그 사람의 내면에서 발산되는 것처럼 보이죠. 그렇다고 컬러 활용을 즐기지 않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짙은 눈 화장이나 강한 입술 컬러가 누군가의 개성을 드러낸다면, 그 또한 자연스러워 보일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이제 에르메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이 브랜드와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찰떡궁합인가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늘 ‘뷰티 월드’의 추이를 주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에르메스가 뷰티 비즈니스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나도 놀랍지 않더군요. ‘드디어, 출사표를 던졌군! 대단해!’라고 생각했죠. 제가 보기에는 당연한 일이니까요. 지난해 에르메스 뷰티 CEO 아녜스 드 빌레르(Agnès de Villers)로부터 연락을 받았어요. 파리에서 만나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죠. 우리에게는 많은 공통점이 있었죠. 정말 놀라웠어요. 시너지가 굉장했죠. 모든 것이 너무도 부드럽게 진행되었고 정말 자연스러웠죠. 이심전심 그 자체였을 만큼요! 그리고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를 만나 근사한 시간을 보냈죠. 에르메스뿐 아니라 뷰티계 전반의 비전을 놓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팽팽한 논쟁을 펼쳤답니다.

그것을 염두에 둔 그 브랜드에 대한 당신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이 패션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표현하면서도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솔직히 말해, 그런 방법은 생각하지 않는 편이 더 나아요! 몹시 압도적이기 때문이죠. 제가 더 생산적이기 위해, 현실감을 유지하는 게 좋아요. 그 패션 하우스의 역사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다가 압도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부담스러울 테니까요. 지금 굉장히 으쓱한 상태이고 모든 것이 영광스럽게 느껴져요. 그리고 그것은 마치 운명처럼 시너지 효과가 큰 것 같더군요. 에르메스는 수많은 사람에게 꿈과 같은 존재죠. 저는 35세이고, 메이크업과 관련된 이력과 과거를 지녔고,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들처럼 경력이 길다는 말은 아니에요.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이 패션 하우스가 재능 있는 사람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 하는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또한 에르메스에 에르메스 뷰티가 몹시 자연스러우면서도 필연적인 이유이기도 하죠. 에르메스가 마구를 만들기 시작한 1837년부터 이 패션 하우스에 뷰티라는 요소가 내재했기 때문이죠. 이 패션 하우스의 DNA로 만든다면, 똑같은 장인 정신을 파운데이션이나 립스틱, 블러셔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새로 선보일 ‘쁠랑 에르 콤플렉시옹 밤(Plein Air Complexion Balm)’에 극찬이 끊이지 않더군요.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하군요.

곧 출시할 ‘쁠랑 에르 콤플렉시옹 밤’에 브러시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손으로 바르는 것이 가장 좋기 때문이죠. 그것이 바로 ‘에르메스다운’ 접근법이고요. 심미적인 것이 아니라 기능에 중점을 둔 제품을 출시하고 싶었습니다. 실용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굳이 그 제품을 만들어내지 않으니까요.  이 제품에서는 터치가 매우 중요합니다. 하이브리드 스킨케어/메이크업 포뮬러를 담고 있어, 눈을 감고 그 제품을 바르면, 마치 페이스 크림을 바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커버력이 강하지 않습니다. 더 강화할 순 하지만, 풀 커버력은 아닙니다. 그것이 목표가 아니니까요. 이토록 아름답고 산뜻한 포뮬러에, 다채롭고 멋진 셰이드를 가진 화장품이 SPF 30 지수를 달성한 것은 굉장히 인상적이죠!

Jessica Diner
Courtesy of
Hermè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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