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방돔 광장 18번지, 샤넬의 방돔 부티크 재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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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방돔 광장 18번지, 샤넬의 방돔 부티크 재오픈

2022-06-03T16:25:44+00:00 2022.06.09|

5월 18일 수요일, 샤넬의 아이코닉한 주소인 방돔 광장 18번지는 1932년 샤넬 여사가 만든 유일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비쥬 드 디아망(Bijoux de Diamants) 탄생 90년을 기념하며 다시 문을 열었다.

가브리엘 샤넬은 그녀의 거처였던 리츠 호텔 스위트에서 마주 볼 수 있는 방돔 광장 18번지가 후일 샤넬의 소유가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방돔 광장의 초창기인 1686년, 베르사유의 건축가이기도 했던 망사르(Mansart)는 루이 14세의 기마상을 중심으로 아카데미와 왕립 도서관을 수용할 광장을 설계했다. 이후 여러 운명을 경험하면서 방돔 광장의 타운하운스는 제2제정 시대에 이르러 패셔너블한 젊은 세대가 공연과 전시를 관람하거나 펜싱을 연습하는 클럽으로 변모했다. 수 세기 동안 타운하운스는 주인을 바꿔왔다.

1997년,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의 발자취를 따라 18번지의 타운하우스를 인수하고 이를 주얼리와 워치메이킹의 무대로 만들었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에서부터 주얼리 공방, 그리고 소장품 컬렉션에서부터 부티크에 이르기까지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공간이 탄생하게 된 것. 이 곳에서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이 시간을 빚고, 패트리스 레게로(Patrice Leguéreau)가 주얼리를 제작했다. 또한 숙련된 장인이 귀금속과 진귀한 원석에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기도 했다. 이 곳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브리엘 샤넬의 정신으로 가득 찬 이 건물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언제나 자유와 창의력이 최고로 군림하는 살아있는 유산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일 년에 걸친 작업 끝에 미국의 유명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가 다시 한 번 방돔 광장 18번지를 3개 층에 걸쳐 완전히 새로운 부티크로 만들어 냈다. 매끈한 라인, 엄선된 예술품과 공예품, 뛰어난 장인정신이 한데 어우러진 이 공간은 마드모아젤 샤넬의 세계에 대한 현대적 비전을 제시한다. 18번지에 들어서 새로운 부티크를 발견하는 순간 샤넬의 삶, 세계, 그리고 꿈에 발을 들이게 된다.

투명한 벽을 세운 입구의 현관은 마치 미로를 가지고 노는 듯 하다. 뒤에 이어지는 골드, 베이지, 브라운 래커 패널이 내부 공간의 분위기를 예고한다. 유리 벽을 통해 반짝이는 하이 주얼리의 광채에 이끌린 방문객의 눈길은 부티크 안의 여러 곳을 향하게 되고, 미장아빔(mise en abyme)처럼 점차 심연으로 멀어지게 된다.

델로스 앤 유비에도(Delos & Ubiedo)의 산뜻한 콘솔과 이드리스 칸(Idris Khan)의 ‘영원한 움직임(Eternal Movement)’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부티크의 오른쪽에는 청동으로 만든 인상적인 투각 스크린이 위치해 방돔 광장을 향해 열리는 유리 진열장을 가리는 동시에, 공간을 여러 살롱으로 나누는 역할을 한다. 블랙 래커 또는 금빛 부조 모티프로 라이닝을 넣은 벽면은 깡봉가 31번지의 아파트와 코로만델 병풍, 골드 컬러의 삼배 패브릭으로 감싼 벽을 연상시킨다.

시대와 스타일을 자유롭게 연결해 확실하게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도, 테이블과 창틀, 루이 15세 집무실의 장식품, 구센의 샹들리에를 활용해 금동으로 악센트를 준 공간. 중앙의 도금한 벽면으로 둘러싸인 웅장한 아트리움에는 요한 크레텐(Johan Creten)의 ‘라 본(La Borne)’이 자리하고 있다. 높이가 약 3미터에 달하는 청동 작품으로 방돔 광장의 기둥에 바치는 장엄한 비유적 찬사다. 위로는 거대한 거울이 햇빛을 반사해, 새로이 마련된 화인 워치메이킹 컬렉션 전용층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뒤쪽의 네 번째 살롱에서는 부티크를 막힘없이 조망할 수 있다. 크리스털 조각이 프레임을 둘러싼 구센(Goossens)의 거울에서 잉그리드 도나(Ingrid Donat)의 미카 커피 테이블을 비롯한 가구의 골드와 브론즈 컬러가 무드를 완성한다. 살롱을 나서면 오른편에 프랑수아 자비에 랄란(François-Xavier Lalanne)의 ‘와피티(Wapiti)’가 엘리베이터 맞은편에 서 있다. 엘리베이터의 내벽에는 바이올린이 있는 정물(Still Life with a Violin, 1912), 앉아서 신문을 읽는 남자(Seated Man Reading a Newspaper, 1912), 우산을 들고 일기를 읽는 남자(Man with an umbrella reading a journal, 1914) 등 피카소의 석판화 세 점이 장식되어 눈길을 끈다. 엘리베이터의 오른편에 위치한 계단은 깔끔한 라인을 자랑하며 투명한 난간은 크리스털과 금동 직사각 카보숑으로 장식했다. 계단 아래에는 조엘 모리슨(Joel Morrison)이 부티크의 리오프닝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현대적인 실버 스틸 조각 ‘코코 샹들리에(Coco Chandelier)’가 발길을 재촉한다.

부티크의 2층에서는 세 곳의 난간에서 부티크의 전경을 확인할 수 있다. 방돔 광장의 빛이 세 개의 메인 창으로 흘러 들어와 아름다운 화인 워치메이킹(Fine Watchmaking) 제품의 모습을 드러낸다. 왼편에는 파르플뤼 파르라데(Farfelus Farfadets)의 ‘콜론(Colonnes)’이 유약 처리한 사암으로 만들어 황금빛으로 빛나는 작품인 요한 크레텐(Johan Creten)의 ‘뉴 뉴로즈(New Neurose’)를 받치고 있다. 공간의 중앙에는 화이트 브론즈와 가공하지 않은 블랙 오크로 만든 장-뤽 르 무니에(Jean-Luc Le Mounier)의 ‘하마다 로우(Hamada Low)’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다. 화이트 또는 블랙 래커로 칠한 벽과 테이블이 의자와 진열 캐비넷의 골드 악센트를 강조한다. 커튼은 태피터의 섬세함과 성글게 짠 삼배의 자연스러움을 번갈아 보여주며, 매혹적인 대조를 연출한다. 피터 데이튼(Peter Dayton)의 수평 콜라주는 샤넬 여사가 좋아했던 꽃인 까멜리아의 변주로 보는 이를 현혹한다.

프라이빗 살롱에서는 그 어느 곳에서보다 방돔 기둥의 절경을 잘 확인할 수 있다. 입구의 반대편에 위치한 벽에는 다이아몬드로 만든 샤넬 여사의 자화상인 빅 뮤니츠(Vik Muniz)의 ‘다이아몬드로 만든 코코(Coco in Diamonds)’를 감상할 수 있다. 거울과 골드 트위드로 라이닝을 넣은 벽은 24K 금박, 우드, 제스모나이트(Jesmonite)로 만든 소피 코린든(Sophie Coryndon)의 조각으로 장식했다. 루이 15세의 책상, 가리도(Garrido)의 도금 테이블, 자개 장식을 넣은 중국의 도자기 램프가 앙상블을 완성한다.

부티크는 3층으로 이어진다. 계단 꼭대기에서는 아티스트 안토니오즈(Anthonioz)의 금박 벤치가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반대편에 자리한 망치로 두들긴 청동 소재의 콘솔 위에는 금박을 입힌 나무로 만든 19세기 메이지 시대의 꽃과 연꽃 잎이 한 쌍의 화병에 담겨있다.

마치 금고 같은 통로에는 샤넬 소장품 컬렉션의 아름다운 하이 주얼리를 만날 수 있다. 55.55캐럿의 커스텀 컷 DFL Type IIa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N°5 네크리스는 이곳에서 거울 벽을 통해 불가사의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통로 왼쪽의 벽 위에 걸린 하종현의 삼배에 그린 유화 그림은, 금박으로 덮은 천장 및 블랙과 골드 래커로 칠한 벽면과 대조를 이룬다. 베이지 실크 커튼이 달린 4개의 창은 살롱 방돔을 드러내며, 광장과 방돔 기둥의 강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에 자리한 니콜라 드 스탈(Nicolas de Staël)의 캔버스 유화 ‘구성(Composition, 1950)’이 보여주는 깊고 생생한 질감은 광장의 선과 광물 세계를 반영한다. 대칭으로 같은 너비의 거울을 배치해 그림을 반사하여 모든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은은한 부조로 강조한 무광 화이트 벽은 자연광을 부드럽게 눌러준다. 부케나스 페트리디스(Voukenas Petrides)의 청동 조각 암체어와 레다 아말루(Reda Amalou)의 커피 테이블이 금빛으로 공간을 완성한다. 이 화려한 공간의 중앙에는 블랙 오크 소재의 긴 테이블과 라이트 브러시드 오크 소재의 의자가 놓여있어 무드를 더한다.

부티크는 3층에 걸쳐 베이지, 화이트, 블랙, 골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절제된 선과 소재를 적용해 조심스러운 화려함을 연출했다. 트위드 패턴을 연상시키는 카펫 및 러그와 같은 일부 작품은 샤넬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것으로 건물에 더욱 편안하고, 따뜻하며, 친밀한 느낌을 주었다. 피터 마리노의 작품은 다양한 공간에 배치되어 미묘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방돔 18번지의 확실한 현대적 세계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샤넬의 인하우스 조향사 올리비에 뽈쥬(Olivier Polge)는 샤넬의 새 부티크를 위해 아이리스의 우아함과 앰버의 강렬한 노트가 어우러진 특별한 향수를 제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