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몸매를 찬양해온 다이어트 칼럼의 종말
절식과 극한의 체중 감량, 마른 몸매를 찬양해온 다이어트 칼럼의 최후.
나는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한 채로 심신 안정을 취하고자 애썼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멘트를 혼자 읊조렸다. “날씬한 몸매의 자신을 상상해보세요. 신이 나는 새로운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테니스 치기?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발레하기? 자신이 아는 가장 매력적인 남성과 키스하기?).” 나는 토리 버치의 테니스 드레스를 입고 테니스를 치는 내 모습을 골랐다. “모든 것이 허용됩니다. 치즈 퐁뒤, 비프 스튜,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까지 전부 가능합니다. 상상 속에서 이 세 가지 메뉴는 물론, 원하는 건 뭐든 드세요.” 나는 디저트는 좋아하지 않지만, 퐁뒤만큼은 좋아한다. “이제 충만한 만족감을 느껴보세요. 그리고 그 식탁으로부터 자신을 저 멀리 밀어내세요.” 나는 여전히 테니스복을 입고 있나? “자, 이제 다른 환경, 즉 식당이나 또 다른 다이닝 룸 혹은 부엌에 있는 자신을 떠올려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지방이라곤 없는 살코기, 샐러드, 과일 등을 그려보세요. 그 음식을 먹다가 잠시 거부하는 모습을 상상하세요.” 나는 여전히 바닥에 누워 있었고, 올해 다섯 살이 된 아들이 나를 발견하고는 뛰쳐나가며 “엄마가 미쳤어!”라고 소리쳤다.
물론 나는 미치지 않았다. 나는 ‘노 다이어트 다이어트(No Diet Diet)’를 말로 실천해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은 1972년 <보그>에 실린 칼럼이다. 모호한 첫 문단을 인내심을 갖고 읽어준 여러분에게 이제부터 속 시원히 모든 것을 설명하겠다. 지난 크리스마스, 함께 일하는 <보그> 에디터가 <보그>의 전체 아카이브에 접속할 수 있는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알려줬다. 꽤 사려 깊은 선물이었다. 그 패스워드는 대신 여러 조건과 함께 내 손에 쥐여졌다. 나는 1982년부터 현재까지 <보그>에 실린 다이어트 관련 글을 전부 탐구하고 분석해야 했다. 그리하여 <보그>가 독자들의 몸매에 적대적이었는지, 아니면 포용적인 희망을 주는 다이어트 조언을 제공했는지 평가해야 했다. 그 에디터는 몸매와 패션에 관한 사고방식이 전환되는 지금, 우리 몸을 기분 좋게, 건강하게, 만족스럽게 가꾸는 것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시기적절한 때에 마침 이런 요청을 내게 해온 것이다. 하지만 ‘만족스러운 몸’을 만드는 것에 대한 조언은 어떤 것일까? 그 또한 깨우치는 중일까? “역사는 거대한 조기 경보 시스템으로, 갈 길을 제대로 보려면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아야 한다”는 격언을 이해하리라는 자신감을 갖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이어트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이 단어의 고대 그리스어 어원 ‘Diaita’는 음식, 음료, 습관, 운동을 아우르는 말이다. 이른바 이상적인 몸매는 조각한 듯한 남성적인 몸이었다. 바이런 경(Lord Byron)은 그리스인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식초에 절인 감자로 식단을 제한했다.
미국식 다이어트, 즉 체중 감량은 적어도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이너, 두드 앤 다이어트: 젠더와
권력이 푸드 미디어와 문화에서 충돌하는 방식(Diners, Dudes & Diets: How Gender & Power Collide in Food Media & Culture)>의 저자이자 역사학자인 털사대학 교수 에밀리 콘토이스(Emily Contois)는 자본주의와 마찬가지로 다이어트 역시 백인 남성을 탓해야 한다고 말한다. “다이어트는 19세기 후반 남성의 영역이었습니다. 산업 자본주의의 부상, 도시화, 이주와 같은 이 모든 변화가 말 그대로 미국인의 삶을 재편하고 있으며, 일종의 신체적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죠.” 최초의 저탄수화물, 고단백질 전문가는 윌리엄 밴팅(William Banting)이라는 영국인이다. 버터와 빵, 맥주, 설탕, 감자가 아니라 그가 매일 먹던 고기와 생선, 녹색 채소 등이 매우 인기를 끌면서 남자들은 서로에게 ‘밴팅’인지를 물어보곤 했다. 정말 흥미롭게도 1920년이 되어서야 그 초점이 여성으로 옮겨졌다.
<보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체중 감량 코르셋부터 살찌지 않는 샐러드 드레싱 레시피 등 ‘뚱뚱해지지 않는 방법
(How to Not be So Fat, 1939년 1월호)’과 같은 제목의 다양한 다이어트 전략을 제시해왔다. 다이어트 미니 북도 있었다. 1960년대에 인기였던 식사 대용 음료 ‘세고(Sego)’를 잔뜩 마시는 방법도 있었고, ‘살을 빼고 유지하는 슈퍼 다이어트(Take It off Keep It off Super Diet, 1970년 6월호)’라 불린 로버트 앳킨스(Robert Atkins) 박사의 (지금 보면 언뜻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론도 다뤘다. 이것은 후에 <앳킨스 박사의 다이어트 레볼루션(Dr. Atkins’ Diet Revolution)>이라는 책으로 출간돼, 한화로 약 1,200억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했다. <보그>는 1913년 처음 체중 감량 비법에 관한 기사를 게재하기 시작했고, 1996년 마지막 기사를 실었다. 최근 공개된 다이어트 관련 기사는 2020년에 필자가 쓴 ‘직관적으로 먹기’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어떤 다이어트를 시도해볼지를 놓고 며칠을 고민했다. 유동식 다이어트 후 사망한 여성들을 다룬 1979년 기사를 읽은 뒤에는 모든 유동식 다이어트는 대상 목록에서 지웠다. 리덕스(Redux, 뇌 손상과 폐 질환 따위의 부작용으로 판매 금지된 체중 감량 약물), 펜펜(Fen-phen, 식욕 억제와 열량 소비 촉진을 통해 체중을 감량하는 약)과 같은 심혈관계 위험을 초래하는 약물 다이어트도 마찬가지. 나는 하루에 한 가지만 시도하는 데서 그치고, 체중 감량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나는 이것에 대해서도 또다시 짚어볼 참이다). 그보다 다이어트를 고수하는 사람이 겪을 만한 일을 그저 경험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다이어트 열성분자가 아니므로 매일 마시던 카페라테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1973년 <보그>에 실린 ‘중국식 다이어트(Chinese Diet)’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레시피가 다양했다. 비프 캐서롤과 새우 완탕, 가장 중요한 MSG도 포함돼 있다. 모두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음식은 내가 직접 새우 완자를 만들어야 할 만큼 매우 노동 집약적이었다. 그리하여 월요일 아침은 ‘뉴 코티지 치즈 다이어트(New Cottage Cheese Diet, 1959년 5월호)’로 대신했다. 나는 평소 오전 10시 반쯤 밥이나 죽 또는 콩과 달걀, 때로는 수프 한 그릇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하지만 이것들과 관련된 다이어트 기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몽 반 개를 선택했다. 자몽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잔뜩 바르고, 말돈 소금과 파슬리를 뿌렸다. 그것이 한 끼 식사였다. 맛도 좋고 새로웠지만 허기는 도통 가시지 않았다. 점심으로 먹을 코티지 치즈 수플레는 만드는 데만 거의 1시간이 걸리는 요리였다. 거품기로 저은 달걀을 재료로 한 수플레가 거의 완성되자 부풀어 오르면서 맛깔스러운 황금색이 됐다. 게 눈 감추듯 절반을 먹어치웠다. 그런데 벌써 저녁 식사로 요리해야 할 새우 다섯 마리와 중간 크기의 랍스터 한 마리, 작은 올리브 여섯 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작은 올리브라면 대체 어느 정도 크기일까? 그래서 그 요리 대신 코티지 치즈로 채운 피망 요리를 만들었다. 피망 대신 가지를, 코티지 치즈 대신 신선한 모차렐라와 리코타, 파르메산 치즈를 사용했다. 다이어트에 위배되는 방식일까? 그렇다. 하지만 리코타와 코티지 치즈는 태어날 때 나뉜 쌍둥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부르고뉴 블랑(Bourgogne Blanc) 두 잔도 그 다이어트 방법과 그 정신에 위배되는 것일까? 틀림없이 그렇다. 첫날을 그렇게 보낸 후 나는 평소보다 음식 생각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그 시간은 특별히 재미있지도 않았고, 스트레스처럼 과민한 긴장에 더 가까웠다.
화요일. 다섯 살 아들도 내가 시도하는 ‘핫도그 다이어트(Hot-dog Diet, 1969년 5월호)’에 합류하기로 했다. 자몽 반 개를 먹어야 하는 아침 식사를 제외하고는 온종일 핫도그를 먹었다. 내 아들은 ‘번(핫도그 빵)’을 달라고 졸랐다. 다이어트 내용을 살펴봤지만 번과 함께 먹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아이는 번 없는 핫도그 두 개를 학교에 싸 갔고, 나는 집에서 소시지 두 개를 세로로 가른 다음 디종 머스터드를 바르고 체더 치즈를 뿌려 구워 먹었다. 저녁 식사로 아이는 핫도그 두 개, 나와 남편은 다이어트 원칙에 따라 ‘낙워스트(Knockwurst)’ 소시지에 사워크라우트를 곁들여 먹었다. 와인 한 잔이 허용됐지만 나는 두 잔을 마셨다. 때마침 아들의 학교에서 성장기 어린이에게 충분한 영양 섭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전하는 학부모 전체 공지 이메일이 도착했다.
“식사에서 즐거움이 빠지면 영양적으로도 좋지 않아.” 내가 그다음 날 아침 남편에게 뱉은 말이었다. 엘린 새터(Ellyn Satter)의 글을 인용한 것이었다. 1983년 출판된 그녀의 독창적 서적 <내 아이(Child of Mine)>는 부모가 자녀를 먹이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켰다. 1957년 11월호에 실린 ‘포도 다이어트(The Grape Diet)’에 따라 수요일은 포도를 먹어야 했다. 나는 그 다이어트 방식을 소리 내어 읽어봤다. “포도, 포도, 포도, 포도 그리고 포도. 포도만 먹고 매 끼니마다 블랙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다.” 포도는 식사가 아니다. 오후 1시 반, 포도만 섭취하는 세 번째 식사 시간이 되자 몸이 떨리고 진땀이 나기 시작했다. 열량 부족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데뷔턴트 다이어트(The Debutante Diet, 1963년 2월호)’에 따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심리적인 것임에 틀림없었다.
우리가 다이어트 심리학에 대해 아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결국 두툼한 토스트 위에 스크램블 에그와 치즈를 올려 먹은 후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모든 신체 사이즈의 건강(Health at Every Size)>과 <급진적인 속성(Radical Belonging)>의 저자이자 생리학, 심리학, 운동 신진대사 3개 분야에서 상급 학위를 보유한 린도 베이컨(Lindo Bacon)이 내게 심리적 스트레스는 건강하지 않은 신체 상태에서 비롯된 것 중 하나라고 말했다. 린도박사가 최근 내 몸속에서 듬뿍 생성 중인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솔에 대한 연구 자료를 보내줬다. “스트레스와 코르티솔은 좋지 못한 건강과 관련돼 있고, 식욕을 자극하고 복부 비만을 초래한다.” 허리의 군살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코르티솔은 또한 고혈압, 인슐린 저항성, 기타 대사 및 내분비 이상과 같은 부정적인 건강 상태와 관련이 있다. 결국 불안이 지금 내가 먹고 있는 토스트보다 건강에 더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 날 내내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지켜가며 1972년 9월호의 ‘노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따라 했다. 이 다이어트 방법은 내적 결의를 찾고 심리적 고통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마음속으로 생크림 케이크, 기름진 소스, 그 외 모든 고칼로리의 일품요리를 마음속에서 밀어내면서 말이다. 나는 매끼를 계획하지 않아도 되기에 맘을 놓고, 그래놀라와 요거트, 으깬 감자를 먹으며 배고픈 시간을 보냈다. 반항 차원에서 이런 걸 먹는 걸까? 어느 다이어트 식단에도 이 음식을 허용한 적이 없지 않은가. 아니면 내 몸 자체가 그 음식을 갈구하는 걸까? 과연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아내야 하는 걸까?
록펠러 의학 연구소(Rockefeller Institute for Medical Research)의 돌(Dole) 박사에 따르면 우리가 먹는 것을 과잉 통제하는 것이 실질적인 문제라고 한다. 1955년 3월 <보그>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는 “우리는 태곳적 식욕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어요. 50만 년 동안 인류는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으며, 예전부터 이어져온 음식을 먹으면서 목숨을 부지했습니다. 또 운이 좋은 경우에는 즐겨 먹던, 예전부터 이어져온 음식을 ‘선택적으로’ 섭취하며 살았죠”라고 썼다. 돌 박사는 그다음으로 영양학자가 등장했다고 말한다. “우리가 먹고 싶은 것, 먹어야 하는 것이 뒤섞였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보다 더 식욕을 신뢰해야 할지도 모르죠”라고 주장했다.
코티지 치즈 다이어트 비법을 전하기 2년 전, <보그>는 어떻게 그런 분별 있고 영양학적 지식이 충만한 글을 실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건 시대를 초월할 뿐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아주 극명한 사실이다. 다이어트는 하나의 분명한 결과를 낳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체중 증가’. 1980년대 이후로 적어도 40%의 여성과 25%의 남성이 다이어트를 시도한 뒤, 비만 수치가 300% 폭증했기 때문이다. 95~97%의 다이어터가 그들이 감량한 만큼 다시 살이 쪘다. 그리고 이들 중 1/3에서 절반가량은 감량한 것보다 더 체중이 늘었다.
<보그>의 1966년 11월호 기사 ‘식욕의 외침에 주의하고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라(Heed the Cries of Appetite and Stay Thin)’에서 브라이언 잉글리스(Brian Inglis)는 “예를 들어 병원에서 부과된 식단 규율이 지속되는 동안은 항상 성공적이다. 하지만 그 후의 자체적인 노력은 종종 실패로 끝난다”고 썼다. 이것은 반복적으로 증명된 사실이었다. 저탄수화물이나 저지방 또는 코티지 치즈 등과 상관없이 모든 다이어트는 그것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다음 모든 인간의 몸은 나름의 설정값으로 회복된다. 신경 과학자 산드라 아모트(Sandra Aamodt)는 이 ‘설정값’을 온도조절기로 표현했다. “창문을 열면 실내 온도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온도조절기가 바뀌지는 않죠.” 잉글리스는 그것을 우리의 맹신이라고 일컬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 다소 엉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올바른 체중 감량법은 자신의 식욕에 귀 기울임으로써 그것을 북돋우는 것입니다.”
온종일 수프만 먹으면서 보낸 나는 좀 더 신나는 ‘샴페인 다이어트(Champagne Diet, 1963년 10월호)’로 방향을 틀었다. 끼니마다 샴페인 한 잔만 마셨다. 물론 그보다 많은 원칙이 존재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왜 그리 신경 썼는지 모르겠다. 이제 내가 찾는 기사의 키워드는 ‘다이어트’에서 ‘웰니스’로 바뀌었다. 이 단어는 오랫동안 체중과 모호한 상관관계를 이뤄왔다. 195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보그>의 칼럼니스트 에블린 헤인즈(Evelyn Haynes)가 “날씬해진 뚱뚱한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살았을 때보다 더 오래 산다는 것을 증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쓴 바 있다. 나는 <보그> 웹사이트와 더불어 과학 잡지도 함께 살펴봤다. 2013년 12월에 실린 자넷 토미야마(Janet Tomiyama), 브릿 앨스트롬(Britt Ahlstrom), 트레이시 맨(Traci Mann)이 연구 논문을 검토한 기사에 따르면, 체중 감량을 통해 콜레스테롤과 혈압, 혈당 문제가 아주 조금 개선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확인된 그 개선은 운동과 더 나은 식단, 더 나은 건강관리 등과 관련돼 있었다. 나는 <보그>의 로라 프레이저(Laura Fraser)와 축배를 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1990년대 내내 <보그>에서 신체 사이즈와 건강 간의 잘못된 등가성을 비난하는 글을 기고했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보이는가’가 아니라 ‘몸이 무엇을 하는가’가 건강에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그>는 왜, 심지어 유행하기도 전에, 무엇을 먹을지, 그 이유에 관해 합리적이면서도 무모한 아이디어를 게재
했을까? 어떻게 같은 출판물이 식욕의 본질을 건강에 좋은 것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10%의 체중 감량을 위한
고문에 가까운 조언을 제시했을까? (일단 체중의 10%를 줄이면, 뇌가 ‘몸이 배고프다’는 화학적 신호를 보내 더 배고프게 만들고 신진대사를 늦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이 모순된 조언이 믿을 만하면서도 동시에 믿기 어려운 진실을 가리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뚱함과 날씬함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패션이나 건강보다 상충되는, 사회적 열망이나 두려움과 더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사회학자이자 <블랙 보디 두려워하기: 비만 공포증의 인종적 기원(Fearing the Black Body: The Racial Origins of Fatphobia)>의 저자 사브리나 스트링스(Sabrina Strings)는 상대적으로 더 큰 신체에 대한 일부 역사적 편견이 누가 노예가 되어야 마땅한지, 누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는지 구분하는 역할을 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흑인의 몸을 가진 소녀들(Fat Girls in Black Bodies)>의 저자 조이 콕스(Joy Cox) 박사는 내게 1800년대 초 벨기에 통계학자가 체질량 지수(BMI)를 발명했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그 지수는 절대 건강지표로 의도된 것이 아니며, 운동선수의 경우 더 부적절하다. 높은 체질량 지수는 다른 부정적인 건강 요인을 동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기 때문이다. 콕스는 “더 큰 몸집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건강 상태가 아니라 수치를 기반으로 생명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고 상상해보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들고 있던 샴페인을 내려놓았다. 체중 감량 시도에 따른 생리적 효과를 연구하는 린도 베이컨은 내게 “체중으로 인한 낙인을 경험한 사람들의 질병 발생률이 더 높습니다. 우리는 지방이 건강에 해롭다는 가정만으로도 많은 실수를 범했습니다”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체중이 건강과 무관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체중이 건강에 미치는 역할이 굉장히 과장되었다는 거죠.”
분별력 있고 과학적인 글로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강조해온 <보그>의 역사는 아마도 미국식의 실험적 행동 방식에 내재된 모순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풍요로운 땅을 만드는 데 드는 인적, 물적 비용과 그것을 통한 이익을 향한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양면성이 있다. 그 역설은 해결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적어도 ‘날씬한 몸매만이 건강하고 좋다’는 생각을 없애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상천외한 다이어트를 통한 해결 방식이 ‘건강한 몸’은 기본적인 활동을 한다는 전제하에 상황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먹는다는 상식적인 사고방식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 또한 희망적이다. <보그>가 제시한 다이어트가 적어도 두 번은 옳았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남은 식사와 상관없이 샴페인을 약간 마시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익명의 한 작가가 1906년 <보그>에 쓴 말을 되뇌었다. “몸에 해로운 지방이 있듯 건강한 지방도 있다. 그리고 체중으로 인해 불편을 겪지 않는 한, 그것을 그냥 둬야 한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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