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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장 주목해야 하는 서울 디자이너 #1

2022.07.12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하는 서울 디자이너 #1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디테일은 물론, 시대를 앞서가고 새롭고 개성 강한 비주얼을 뽑아내며 언제든 새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마쳤다. 동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하고, 기어이 다음을 기대하게 만드는 서울의 디자이너 브랜드.

DOHYE YUN 윤도혜

도혜 내 이름이자 우먼스 웨어 브랜드 이름이다. 사람들이도혜 윤이 아니라도 혜윤인 줄 알고, 동명의 스타일리스트 실장님과 헷갈리는 웃픈 상황이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브랜드를 시작할 때는 개인 작업에 의의를 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스스로 디자이너지만 아티스트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냥 무언가를 만드는데 그 주체가 옷인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고 계속 컬렉션을 진행하다 보니 지금의 도혜 윤이 되었다. 

인디펜던트 우먼 2년 6개월 전에 영국에서 돌아와 도혜 윤으로만 컬렉션을 두 번, 퓨아포(Fyōōapo) 및 스타치 하우스(Starch Haus)와의 콜라보레이션, 아직 릴리스가 되지 않은 컬렉션과 나의 또 다른 브랜드 퓨레(Purée)까지 벌써 일곱 번의 컬렉션을 진행했다. 우당탕 혼자 일하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동시에 고독하다고 느낄 정도로 스스로를 내몰 때도 있었다. 가끔은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제 팔자 개 못 준다”는 속담처럼, 도혜 윤의 다음 컬렉션을 준비 중이다. 빠르면 오는 10월에서 11월쯤 릴리스가 목표다. 이전보다 훨씬 더 발전한 컬렉션을 선보이고 싶다.

모던 꾸뛰르 도혜 윤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새로운 컬렉션을 내놓을 때마다 텍스타일 혹은 머티리얼 디벨롭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이를테면 2021 컬렉션에 사용된 스타 체인 메일인데, 전체가 고무줄로 이어져 있다. 앞으로는 하이테크나 지속 가능한 신소재 개발에도 더 큰 관심과 비중을 두려고 한다. 

한국어로 짤이라고 해야 할까. 재미있고 유쾌한 걸 좋아해 그 부분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편이다. 특히 텀블러 감성의 밈을 좋아한다. 가끔 막무가내로 만들어내는 날것의 그래픽을 보고악마의 재능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런 아이디어와 감성을 다듬어서 패션 프린트로 풀어낸 작업은 퓨레에서 볼 수 있다. 

퓨레 도혜 윤과 별개로 친구와 함께 진행하고 있으며, 유쾌하지만 강렬한 단어의 프린트가 메인이 되는 브랜드다. 심플한 저지 의류로만 남는 게 아니라 독특한 색감과 프린트로 나를 특별하게 보일 수 있는 옷을 생각하며 디자인한다. 물론 커머셜이라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정말 대중 눈치 보기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뭐든 쉬운 건 없다. 그래도 길을 가다가 퓨레 티셔츠를 입은 사람을 보면 또 뿌듯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

GRACE ELWOOD 정성우, 명하은

그레이스 엘우드 디자이너 두 명의 영문 이름에서 가져온 합성어다. 특별한 의미로 한정 짓기보다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의 감정과 관점이 그대로 투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레이스 엘우드는 내성적인 우리의 깊은 곳, 외향적인 자아이기도 하다.

시작 우리는 각자 1세대 디자이너 선생님의 회사를 다니면서 브랜드를 론칭했다. 이전까지는 퇴근 이후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작업했다. 패턴부터 가봉까지 모든 작업을 가내에서 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충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만의 온전한 디자인에 대한 갈망으로 쌓아가던 작업물이 아카이브가 되고 컬렉션까지 이어졌다. 일과 작업을 병행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부족한 시간을 쪼개며 작업해온 시간은 지금의 자극제가 됐다.

NOT FOR ALL 우리가 추구하는 디자인이 다수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업성 있는 디자인도 중요하고 함께 가야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레이스 엘우드의 궁극적인 목표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건 결코 아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을 그대로 전하는 것, 소수일지라도 그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고 깊은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산책 시즌을 준비할 때는 쉬는 날 없이 작업에만 몰두한다. 이유는 흐름이 끊어지는 것이 싫어서다. 하지만 한 벌의 옷으로 가봉과 수정을 연속하다 보면 지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 작업실에서 나와 가까운 남산 둘레길을 걷는다. 산책로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다시 활기가 돌고 눈동자도 빛난다. 지친 발걸음으로 작업실을 나왔지만 금세 비장한 각오라도 한 듯 빠른 걸음으로 다시 작업실로 향한다. 그 모습이 좀 우습기도 하다. 남산 둘레길은 조경이 잘되어 있어 산책하기 좋다. 추천하고 싶다. 

등로주의 지금까지 모든 과정은 더디고 어려움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좀 더 쉽고 안전한 길을 선택하진 않는다. 우리는 안정적이기보다 항상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새로운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그레이스 엘우드도 그렇다. 항상 도전적이고 전위적이었으면 한다.

2022 올해는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다양한 변화가 있었고,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지금까지는 매 시즌에 맞춰 컬렉션을 준비했지만, 다가올 2023 S/S를 시작으로 컬렉션 스케줄에 맞춰 발표할 계획이다. 매체를 통한 컬렉션은 그 의미를 온전히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다. 2023 S/S는 그레이스 엘우드를 런웨이에 세워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그에 앞서 7월에 소월로의 작은 쇼룸에서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2022 F/W를 선보일 예정이다. 

TOOTH POWDER 최소영, 강윤영

투스 파우더 파우더의 소프트한 어감이 예뻐서 만든 브랜드명이다. 하지만 마냥 예쁜 느낌만은 지향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익숙한 대명사를 조합해 중성적이고 모호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무의미 무겁고 진지한 패션은 싫다. 한 벌 한 벌에 철학적 의미를 담기보다는 우리가 입는 방식과 우리가 추구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프래자일 ‘Dear Fragile Girl.’ 우리와 같은 유리 멘탈을 가진 여성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슬로건이다. 유리 멘탈이면 어떤가. 살면서 복잡한 일을 마주하더라도 너무 자책하고 힘들어할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미니멀 vs 맥시멀 우리는 듀오 디렉터로 한 명은 미니멀한 디자인을, 다른 한 명은 맥시멀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하루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투스 파우더를 전개해나간다. 투스 파우더는 미니멀과 맥시멀 사이의 어느 경계선 아닐까. 나중에는 극 미니멀과 극 맥시멀로만 이루어진 드롭도 해볼까 한다. 

랜덤 드롭 패션계의 정해진 시즌별로 옷을 보여주는 것보다 시즌리스를 지향한다. 우리 성향 자체가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걸 싫어한다. 시간에 쫓기는 건 더더욱 싫다. 만들고 싶은 디자인이 있으면 그때그때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래서 드롭 형식을 채택했다.

프리랜스 에디터
주현욱
포토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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