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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낙태 합법화 폐지 후폭풍

2022.11.04

by 오기쁨

    미국 낙태 합법화 폐지 후폭풍

    낙태의 합법화는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째 뜨거운 이슈입니다. 단순히 찬성, 반대로 논하기에는 윤리와 사회적인 부분이 맞닿은 복합적인 문제니까요.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으면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헌법 권리로 인정한 판결입니다. 당시 미국 연방 대법원은 여성이 임신을 중단할 권리가 미국 헌법으로 보장된다고 봤고,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출산 직전 3개월간은 낙태를 금지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낙태 금지 입법이 사실상 금지되거나 사문화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를 합법화한 판결을 공식 폐기하면서 미국 내 낙태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낙태권의 존폐 결정은 각 주 정부와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됐죠. 결국 낙태의 합법화 폐기 판결을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로 나뉘어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판결이 나온 직후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돌려놓았다”며 “국가와 법원에 슬픈 날”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여성 인권과 성 평등에 큰 타격”이라며 “안전하고 합법적이며 효과적인 낙태 권리는 국제 인권법에 기반을 두며, 자신의 신체와 삶에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성, 소녀 자주권의 핵심”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전통적으로 낙태에 반대하던 교황청은 이번 판결을 환영하면서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큰 나라가 이 문제에서 견해를 바꿨다는 것은 전 세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판결 이후 미국 주요 기업은 직원의 낙태권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아마존, 애플, 월트 디즈니, 메타, 스타벅스, 우버 등은 낙태 원정 수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죠. 

    패션계도 이번 대법원의 결정에 비판 의사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토리 버치, 필립 림, 바비 브라운, 리바이스, 나이키, 갭 등은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낙태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와 공연 회사 라이브네이션은 ‘로 대 웨이드’ 판례 파기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체포된 직원의 보석금을 대신 지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특히 파타고니아는 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 모두에게 임신중절 시술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스타들 역시 목소리를 높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팝 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는 무대에 올라 “큰 충격을 받았다. 이번 결정으로 많은 여성과 소녀들이 죽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을 내린 이들을 향해 욕설이 들어간 노래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미국 여성에게 어두운 날”이라며 연방 대법원을 저격했습니다. 또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은 이미 낙태 금지법을 제정한 텍사스주를 언급하며 “내 고향 텍사스가 부끄럽다.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갖고 있다”고 외쳤습니다. 그녀는 관객에게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리라는 제스처를 취했고, 관객은 이에 동참하며 뜻을 함께했습니다.

    실제로 미국 내 일부 병원은 판결이 나온 직후 임신중절 수술을 속속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은 수술 예약이 취소되거나 병원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면서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낙태권 옹호 단체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ned Parenthood)’는 이번 판결로 가임기 여성 약 3,600만 명이 낙태권을 박탈당할 것이라고 BBC에 밝혔습니다. 

    에디터
    오기쁨(프리랜서)
    포토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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