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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 기브온의 첫 앨범

2022.07.25

대세 기브온의 첫 앨범

그의 첫 앨범 <Give or Take>에는 지금 가장 뜨거운 프로듀서들이 모였다.

기브온(Giveon)은 2020년 드레이크와 함께 한 곡 ‘Chicago Freestyle’로 처음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저스틴 비버의 최고 히트곡 중 하나인 ‘Peaches’에 참여해 더 유명해졌죠. 때마침 ‘Heartbreak Anniversary’도 사랑받으며 그래미 시상식에서도 자신의 작품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런 그가 첫 앨범 <Give or Take>를 발매해, 빌보드 차트 11위를 비롯해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어요. 첫 정규 앨범을 2년 동안 준비했고, 단 한 명의 피처링도 없이 완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행과는 거리가 있지만, 오히려 더 풍성하고 매력적인 작품을 만들었죠. 재즈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다는 낮게 깔리는 특유의 섬세한 보컬과 유행보다는 완성도와 작품성을 택한 프로덕션은 결과적으로 그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앨범에 피처링은 없지만, 함께 작품을 만든 프로듀서는 많은데요. 어떤 이들일까요?

제64회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저스틴 비버와 함께 오른 기브온.

첫 곡 ‘Let Me Go’는 카도(Cardo)라는 프로듀서가 함께 했습니다. 그는 주스 월드(Juice WRLD)의 ‘Long Gone’을 비롯해 켄드릭 라마의 ‘God’, 드레이크의 ‘God’s Plan’ 등 히트곡을 만들어온 프로듀서입니다. R&B 곡도 쓰긴 했지만 주로 어두운 힙합곡을 만들었는데요, 이번 앨범 첫 곡에서는 기브온 특유의 분위기와 서정성이 강조된 보컬을 잘 뒷받침했습니다. 곡마다 프로듀서는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이 함께 합을 맞춰온 동료라는 점에서 앨범 구성은 인상적입니다. 두 번째 곡 ‘Scarred’의 프로듀서가 보이원더(Boi-1da)이고, 세 번째 곡 ‘Dec 11th’의 프로듀서는 조던 에반스(Jordan Evans)입니다. 각각 다른 곡을 작업했지만 실제 이들은 함께 곡을 발매하고 작업하는 사이입니다. 이런 방식을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브온은 앨범 전체의 결을 하나로 맞추면서도 그 안에서 다양성을 펼쳐내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브온의 첫 번째 정규 앨범.

히트 프로듀서를 활용한 방식도 놀랍습니다. 로젯 차하예드(Rogét Chahayed)는 최근 방탄소년단의 ‘Proof’, 도자 캣의 ‘Kiss Me More’를 작업했는데요,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이는 그이지만 이번만큼은 기브온의 무드에 맞춰 ‘Make You Mine’을 완성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기브온은 트래비스 스캇과 주로 작업해 빌보드 1위를 두 번 경험한 오즈(OZ)를 비롯해 앨런 리터(Allen Ritter)까지 힙합 음악을 주로 하거나 드레이크와 작업한 경험이 있는 프로듀서를 주로 모았는데요. 그렇지만 정작 앨범에 담긴 곡은 소울풀한 R&B입니다. 평단은 1960~1970년대 소울 음악이나 초기 R&B 음악, 재즈까지 느껴진다고 할 정도니까요. 결국 앨범은 좋은 프로듀서들이 있기는 하지만, 기브온의 역량이 더 크게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히트곡 ‘Heartbreak Anniversary’를 함께 만든 프로듀서 세븐 토마스(Sevn Thomas)는 당연히 참여했죠.

아역 배우 출신의 작곡가 리온 토마스 3세. 아리아나 그란데, 포스트 말론 등과 활발히 작업했다.

이런 식으로 히트곡을 만들어온 이들도 다수 참여했지만, 조금은 독특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은 바로 리온 토마스 3세(Leon Thomas III)인데요. 아역 배우 출신 작곡가입니다. 열 살에 뮤지컬 <라이언 킹>으로 데뷔했고, 영화 <어거스트 러쉬>에도 잠깐 등장하죠. 이후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에 오래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음악으로 커리어를 전환했고, 작곡가로서 아리아나 그란데, 포스트 말론 등과 작업하며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이번 기브온의 앨범에서 해낸 역할도 다소 특이한데요, 무려 ‘이것저것 프로듀서(Miscellaneous Producer)’라고 합니다. 아마 앨범 전체에서 메인 프로듀서나 작곡가보다는 조금씩 곡을 다듬고 조율하며, 현장에서 많은 일을 하는 역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불가리아 대표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여한 트레이 캠벨(Trey Campbell)과 하드 록, 블루스 록 음악을 하는 타일러 브라이언트(Tyler Bryant)가 앨범 후반부를 맡기도 했습니다.

2022 코첼라 음악 축제 무대에 오른 기브온.

앨범은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시작하고 끝을 맺습니다. 얼핏 보면 자기 연민이나 엄마에게 자기 일을 토로하고 들어달라고 하소연하는 것 같지만, 그에게 엄마의 존재는 조금 특별합니다. 홀로 세 아들을 키우면서 열악하고 가난한 환경에도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인도하고, 어릴 때부터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준 존재인 동시에 믿고 의지하는 가장 큰 존재니까요. 기브온의 진솔하고 진지한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보실래요.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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