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러버들이 꼽은 반드시 다시 가고 싶은 도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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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러버들이 꼽은 반드시 다시 가고 싶은 도시 5

2022-08-09T11:39:20+00:00 2022.08.04|

마음 한구석에 가라앉았던 해외여행 욕구가 다시 살아난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다시 가고 싶은 해외여행지에 대하여.

마라케시, 모로코

사진: 정세화

사진: 정세화

언젠가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해 여름, 무작정 마라케시행 비행기를 탔다. 마라케시는 낯설면서도 정겨운 풍경이 즐비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아름다운 리아드에서 수영과 낮잠을 반복하며 온전한 휴식을 즐겼고, 이브 생 로랑이 사랑한 마조렐 정원 사이를 거닐 때면 초록빛으로 가득 찬 여름을 느낄 수 있었다. 야시장이 넘실대는 잠들지 않는 제마 엘프나 광장은 환락의 도시 같은 반면에 모래와 바람과 사람뿐인 사하라 사막은 그 어느 곳보다 고요했다. 몇 년이 흐른 지금도 나는 그곳의 여름을 그리워한다. 이 글을 읽은 누군가도 어딘가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날 채비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주 낯선 도시에서 보낸 계절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으니까. 정세화(바이올리니스트)

교토, 일본

사진: 김민수

금박으로 둘러싸인 긴카쿠지, 금각사. 금각사는 전 일본사를 통틀어 강력한 권력을 가진 인물 중 하나인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쓰가 만든 별장을 시작으로 이후에 사찰이 된다. 1950년 정신 질환 증세를 보이던 견습 승려가 방화를 저지르고 누각은 소실된다. ‘무슨 이유로 금각에 불을 질렀을까?’ 이 물음은 미시마 유키오의 소설 <금각사>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금각사는 눈부셨다. 나는 금각사가 되고 싶었다. 될 수 없다면 소유하고 싶었다. 그다음 영원히 살거나 곧장 죽어버리고 싶었다. 현기증이 났다. “아름다움은 견딜 수 있는 공포의 시작일 뿐이야.” 장 뤽 고다르의 말이다. 금각사는 내가 교토를 찾은 이유였다. 그리고 포에버 현대미술관, 다카기 커피, 철학의 길까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걸었다. 김민수(갤러리 현대 큐레이터)

로스앤젤레스, 미국

사진: 하현재

사진: 하현재


자연이 주는 여유로운 공간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 미국 LA는 내게 자연이 생각나는 도시 중 하나로 날씨와 석양, 낭만을 간직한 곳이다. 바다에 갈 때면 주변에 보이는 야자수와 그 위로 따스하게 떨어지는 햇살이 정말 좋다. 가만히 앉아서 파도치는 것만 봐도 가슴이 일렁인다. 거리를 걷다 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벽화나 건물 등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작품이다. 여전히 나는 서울에서 그날 LA의 기억을 곱씹으며 갈 날만을 기다리며 열심히 살아간다. 하현재(모델)

런던, 영국

사진: 손기정


어릴 적부터 줄곧 즐겨 듣던 영국 브릿 팝 뮤지션들의 고향 런던. 마음 한편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런던에 생활하던 오랜 친구 커플이 곧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고민 없이 런던행 비행기를 결제하는 발화점이 됐다. 그렇게 떠난 12월, 겨울의 런던은 내가 생각한 모습 그대로였다. 적당한 회색빛 하늘과 많지도 적지도 않게 내리던 비, 3시면 저물어가는 해. 모든 것이 상상 속 런던다웠다. 거창하게 무엇을 해야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그냥 런던에 사는 그들과 같이 걷고 보고 즐기는 게 목적이었는데, 그중 가장 인상적인 건 도심가에 있는 메릴본 테라스에서 친구 커플과 에스프레소를 마신 기억이다오래된 건물과 멋스럽게 지나가는 브리티시 신사들을 구경하며이게 런던이구나’ 하고 느꼈다. 급하게 떠난 여행인 만큼 많은 걸 경험하진 못했다. 다만 그 시간만큼은 런던을 만끽했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런던행을 고민한다면 여름에 가볼 생각이다. 도심가보단 야외 공원에서 여름 런던의 여유로움을 느껴보고 싶다. 손기정(‘볼레로’ 대표)

푸켓, 태국

사진: 이담희


7
년 전 갑작스러운 휴가 일정과 경제적 여유가 생겨 여행을 알아보던 중 기운이 무작정 푸켓으로 이끌렸다. 한창 동남아 여행이 유행일 때 가성비 높고 시간적으로 무리가 없는 보라카이로 떠나는 이들이 많았지만, 난 다른 곳으로 향하고 싶었다. 한때신혼여행의 메카라고 불리던 푸켓 여행이 내게 남긴 건 다른 게 아니다. 호텔 야외 수영장에서 아침 수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것. 수영은 잘 못하지만 자연스러운 상황처럼 편안하고 포근했다. 잊기 힘든 신비로운 느낌이라고 할까. 호텔 인근의 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의 이착륙 장면과 아름다운 하늘빛의 조화가 이국적이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했다. 두 번째 아침 수영도 같은 곳에서 해보고 싶은 이유다. 이담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