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아이템

상쾌하고 평화로운 향을 찾고 있다면, 파라다이스를 담은 여름 향수 14

2022.08.08

상쾌하고 평화로운 향을 찾고 있다면, 파라다이스를 담은 여름 향수 14

최고의 여름 향수는 집 안에서도 여행하는 기분이 들게 하죠. 조향사들은 우리의 후각이 지난날 방문한 곳에 대한 향수와 아직 가보지 않은 장소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올여름 출시된 향수에도 이런 사정은 그대로 드러납니다. 니치 하우스와 디자이너 브랜드에선 여름의 대표적인 향기를 그대로 사용하는 대신 고객을 새로운 여정으로 안내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듯합니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신상 향수는 우리를 과거로 데려가는 향조입니다. 신나는 경험과 흥미로운 사건으로 가득한 시절의 무드를 온전히 담아내려는 노력이 돋보이죠.

사진: Micaiah Carter, <보그 US> 2021년 5월호

여기, 18세기 프랑스의 궁전이나 1960년대 럭셔리 호텔 등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하는 향수를 소개합니다. 향수를 한 번 뿌리면 노르웨이 피오르의 오로라 아래에 서 있는 느낌이 들고, 한 번 더 뿌리면 햇볕이 내리쬐는 캘리포니아의 말리부 해변에서 신나게 뛰노는 듯한 기분 좋은 착각이 밀려옵니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는 여름 향수에 평화로운 풍경까지 더한다면, 이것이 바로 파라다이스행 티켓인 셈이죠.

퍼퓸 드 말리, 할테인(Parfums de Marly, Haltane)


18세기 신사에게 프랑스 로코코 스타일은 매력의 절정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화려한 패션과 향기는 필수였죠. 말리(Marly)가 최근 출시한 향수 ‘할테인(Haltane)’은 18세기 귀족과 그들의 외모에 대한 높은 관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각종 우드, 레더, 아가우드를 훌륭하게 조합한 할테인 향수는 다소 어두운 이미지를 연상시킬 수 있어요. 그런데 실은 그 이상입니다. 할테인은 사프란 향부터 예상치 못한 프랄린의 달콤함까지 모든 것이 들어 있는 향수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든 시대의 멋쟁이에게,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향기가 되어줄 겁니다.

엑스니힐로, 러스트 인 파라다이스 리비에라 리미티드 에디션(Ex Nihilo, Lust in Paradise Riviera Ltd. Edition)


2019년 엑스니힐로는 ‘러스트 인 파라다이스(Lust in Paradise)’를 출시해 우리를 피오니와 핑크 페퍼 향이 가득한 정원으로 안내했습니다. 러스트 인 파라다이스의 향과 컨셉은 지금도 여전히 신선하지만, 올해는 약간의 새로움이 필요했죠. 조향사 루이즈 터너(Louise Turner)는 뉴 리비에라 버전을 위해 기존 향 조합을 변경했습니다. 메인인 베르가모트 노트와 티아레 플라워, 투베로즈 같은 트로피컬 요소로 에너지와 감각을 더한 거죠. 이 ‘리미티드 에디션 러스트 인 파라다이스’는 뿌리자마자 여러분을 목가적인 장소로 데려갑니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환영받는 느낌이죠.

디올, 에덴록(Dior, Eden-Roc)


럭셔리함에서는 ‘캡에덴록 호텔(Hôtel du Cap-Eden-Roc)’을 따라올 곳이 없습니다. F. 스콧 피츠제럴드부터 파블로 피카소, 엘리자베스 테일러까지 모두 프랑스 앙티브(Antibes)의 이 리조트를 방문했습니다. 당연히 크리스챤 디올도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시대를 막론하고 모든 셀러브리티가 가장 사랑하는 휴가지인 만큼 엄청나게 아름답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가격을 자랑하죠. 조향사 프랑수아 드마쉬(François Demachy)는 이런 경험을 디올의 ‘라 콜렉시옹 프리베(La Collection Privée)’ 최신 에디션 ‘에덴록’ 향수에 담아냈습니다. 에덴-록은 바다를 만끽하며 태양 아래 라운지에서 보낸 나날에 대한 찬가입니다. 화이트 플라워, 시트러스, 마린 노트를 결합해 건조한 날씨에도 밝은 무드를 더합니다. 기분 좋은 따뜻함이 감도는 여름밤에 사용하면 더 완벽하죠.

미젠시르, 블루 진(Mizensir, Blue Gin)


새로운 향수를 만들기 위해 마스터 조향사 알베르토 모리야스(Alberto Morillas)는 리큐어 캐비닛을 열었습니다. 미젠시르를 위해 모리야스가 제작한 향수 ‘블루 진’은 진(Gin)과 잊을 수 없는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주는 진의 재료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모리야스는 향나무와 블랙베리로 진의 상쾌한 향기를 재현했고, 진보다 덜 강렬한 술 종류도 더했습니다. 만다린 오렌지와 쓰촨 페퍼 같은 노트의 달콤함이 스파이시한 향을 만나 생각지 못한 곳을 탐험하는 느낌을 줍니다. 금주가의 관심마저 끌어당기는 향입니다.

줄리엣 해즈 어 건, 매그놀리아 블리스(Juliette Has a Gun, Magnolia Bliss)


페티그레인, 피오니, 프리지어 노트로, 강렬한 매그놀리아 블로섬(목련)의 향이 무척 인상적인 ‘매그놀리아 블리스’는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향수입니다. 넥타린, 플럼, 진저, 레몬 같은 여름에 딱 맞는 과일이 합성 머스크 향인 용연향과 함께 매력을 한층 더합니다. 얼핏 내가 아는 바로 그 향일 것 같지만, 매그놀리아 블리스의 향 조합은 프루티 플로럴 향으로 가득한 향수 시장에서 아주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결코 잊을 수 없는 향이죠.

오프화이트, 페이퍼워크(Off-White, Paperwork)


오프화이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의 마지막 프로젝트 중 하나는 자신의 유행을 선도하는 의류 디자인에 걸맞은 뷰티 컬렉션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페이퍼워크’로 이름 붙은 이 뷰티 컬렉션은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를 장려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다채로운 네일 폴리시와 다채로운 색상의 피그먼트 스틱으로 다양함을 자랑하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아블로가 조향사 제롬 에피네트(Jérôme Epinette), 시도니 랑세쇠르(Sidonie Lancasseur), 알렉시 다디에(Alexis Dadier)와 함께 작업한 향수 ‘솔루션’은 아주 특별합니다. 솔루션의 각 향수는 고유의 테마가 있습니다. 솔루션 No.1은 모래의 짭조름한 향이 베티버, 따뜻한 파촐리와 대비를 이루죠. 솔루션 No.2의 경우엔 첫인상은 우드 향이지만 곧 진저의 유니섹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솔루션 No.3는 화려한 다마스크 로즈 향을 오프화이트 버전으로 풀어냈고, 마지막으로 솔루션 No.4는 리치한 라벤더 향과 유칼립투스 향이 섞여 새로움과 안락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몽탈, 블루 맛차(Montale, Blue Matcha)

주로 디저트에 사용하는 녹색 가루, 그 말차가 몽탈의 ‘블루 맛차’ 향수의 핵심입니다. 초록색 말차는 차나무를 원료로 하지만, 파란색 맛차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비콩꽃으로 만듭니다. 처음 뿌리면 강렬한 맛차 향기가 피어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더 진한 갖가지 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담뱃잎, 시더우드, 레더 노트의 스모키한 잔향 역시 몹시 매력적입니다.

제니퍼 메이어, 제니퍼 메이어 오 드 퍼퓸(Jennifer Meyer, Jennifer Meyer Eau de Parfum)


제니퍼 메이어의 이름을 딴 ‘제니퍼 메이어 오 드 퍼퓸’은 캘리포니아 남부 생활의 편안함과 단순함을 핵심으로 담아냈습니다. 말리부에서 보낸 메이어의 어린 시절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한, 베리와 블로섬을 믹스한 향기죠. 무화과, 딸기, 코코넛 워터 등의 과일 향 노트가 옅은 샌들우드, 크리스털 머스크 향과 함께 어우러집니다. 낙천적이고 활기찬 무드가 가득하며 무엇보다 애쓰지 않는 여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미니멀한 느낌의 화이트 보틀에 담긴 제니퍼 메이어 오 드 퍼퓸은 심플함을 추구하는 메이어의 스타일을 잘 보여줍니다. 메이어를 사랑하는 셀럽 헤일리 비버와 케이트 허드슨의 최애 향수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군요.

빈트너스 도터, 언더스토리 퍼퓸 오일(Vintner’s Daughter, Understory Perfume Oil)


스킨케어 브랜드 빈트너스 도터는 클린 뷰티(피부에 해가 되는 합성 화학물질이나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책임 있는 원료 수급과 지속 가능 생산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창립자 에이프릴 가줄로(April Gargiulo)는 이런 원칙을 향수 데뷔작 ‘언더스토리(Understory)’에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은 병에 담긴 오일 베이스의 천연 비건 향수를 만들었고요. 조향사 로레토 렘싱그(Loreto Remsing)는 식물에서 발견되는 상호 연결성과 조화로움을 향기로 그려내려 했고, 그 결과 온몸을 감싸는 우거진 자연의 향기가 탄생했습니다. 인간과 대자연의 관계를 탐색하는, 그야말로 빈트너스 도터다운 향입니다.

메모 파리, 플롬(Memo Paris, Flåm)


여름휴가라고 해서 꼭 해변에 가라는 법은 없죠.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사로를 달리는 열차 플롬바나에서 바라보든, 크루즈를 타고 가면서 구경하든 노르웨이 플롬(Flåm)의 피오르는 눈부시게 멋진 경관을 자랑합니다. 비행기 예매가 힘들다고요? 메모 파리의 ‘플롬’은 9월 중순부터 4월까지 플롬의 하늘에 아름답게 타오르는 오로라를 압축한 향수입니다. 클라리세이지, 재스민 삼박, 비터오렌지로 구성된 상쾌한 노트가 자연에 빠져드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화이트 앰버, 화이트 머스크, 통카빈은 깊이 있고 신비로운 느낌을 더해 계속 플롬을 찾을 수밖에 없게 합니다. 중독성이 굉장하죠.

아쿠아 디 파르마, 콜로니아 클럽(Acqua di Parma, Colonia C.L.U.B.)


최고의 순간은 소중한 사람과 함께해야죠. 아쿠아 디 파르마의 생동감 넘치는 ‘콜로니아 클럽’은 우정의 기쁨을 담아냈습니다. 베르가모트, 핑크 페퍼, 레몬의 에어리한 블렌드가 특징인 이 향수는 샴페인의 반짝임을 표현하는 동시에 보태니컬한 반전을 더했습니다. 시더우드와 로즈메리가 자연의 향을 가미해 가장 친한 친구들과 함께 향긋한 허브 정원을 걷는 듯한 기분입니다.

메종 크리벨리, 시트러스 바티캉가(Maison Crivelli, Citrus Batikanga)


트로피컬 가든과 탐스러운 과일. 바로 메종 크리벨리의 매혹적인 ‘시트러스 바티캉가’를 표현하는 키워드입니다. 디올의 아이코닉한 향수 화렌하이트(Fahrenheit)와 꼼데가르송의 수많은 프라이빗 히트작의 숨은 주역, 조향사 베르트랑 뒤쇼푸르(Bertrand Duchaufour)가 제작한 시트러스 바티캉가는 클래식하면서도 결코 전통적이지 않습니다. 노트 스펙트럼의 양 끝에 있는 향을 사용한 시트러스 바티캉가는 프레시한 향에서 스파이시한 향으로 이어지다가 우디한 잔향으로 마무리됩니다.

펜할리곤스, 스포츠카 클럽(Penhaligon’s, Sports Car Club)


향수 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스포츠가 레이싱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펜할리곤스의 최신 리미티드 에디션 향수엔 스피드에 대한 열망을 담았습니다. ‘스포츠카 클럽’은 사이프러스와 유칼립투스로 가득한 대지를 지나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떠나는 드라이브를 떠오르게 합니다. ‘빠른 차’ 하면 생각나는 냄새가 아닙니다. 탄 고무나 휘발유, 방향제 냄새 같은 건 없어요. 그보다는 모나코 그랑프리가 떠오르는 우아한 여행의 향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패키지는 아이코닉한 펜할리곤스 작은 병의 사랑스러운 버전으로, 조그만 화이트 체커보드 깃발로 완성했습니다. 향기롭게 장식한 여러분의 트랙을 다른 차가 뒤따라오는 듯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라몬 모네갈, #플라워파워(Ramon Monegal, #FlowerPower)


이비자섬의 밤 문화는 전설적이라고 할 만하죠. 아, 물론 좋은 쪽으로요. 수많은 클럽과 콘서트로 유명한 스페인의 이비자섬은 오랫동안 음악 애호가에게 반드시 가봐야 하는 여행지였습니다. 이 유니크한 문화에 경의를 표하며 조향사 라몬 모네갈(Ramon Monegal)은 과거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플라워파워’는 1960년대 밤 문화와 보헤미안의 자유연애에 대한 경의의 표현입니다. 라몬 모네갈은 가드니아, 피오니, 초콜릿 꽃으로 알려진 베를란디에라 리라타를 사용해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향을 조향했습니다. 이 향기는 사이키델릭 아트의 느낌을 불러일으키며 만개한 꽃을 상상하게 합니다. 여기에 샌들우드, 프랄린, 파촐리, 압생트와 같은 강렬한 향을 더해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하죠.

Janelle Okwodu
사진
Micaiah Carter, Courtesy Photos
출처
www.vogue.com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