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근한 듯 새로운 아이코닉 백의 탄생, 버버리의 롤라 백_#아이코닉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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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듯 새로운 아이코닉 백의 탄생, 버버리의 롤라 백_#아이코닉백

2022-09-06T15:20:53+00:00 2022.08.08|

아이코닉 백의 왕좌에 오른 가방의 면면을 보니 공통점이 보입니다. 각각 하우스의 정수가 함축된 오브제라는 점에서요. 그런데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로고를 금속으로 크게 배치하거나 가방 전면에 장식하는가 하면, 특유의 짜임을 가진 소재로 승부를 보는 곳도 있죠. 자, 이번에는 무늬만으로 식별되는 하우스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버버리가 그 주인공이에요.

롤라 백을 든 두아 리파.

버버리는 일찍이 탁월한 기능성을 앞세워 성장한 하우스입니다. 하우스의 창립자 토마스 버버리(Thomas Burberry)가 가벼우면서도 탄탄하고, 통기성과 방수 기능이 뛰어난 개버딘 소재를 발명한 덕분이죠. 인류 최초로 북극과 남극을 개척한 탐험가들과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장교들까지 모두 버버리의 개버딘 소재 외투를 입었어요. 이게 무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이야기이니 버버리의 오랜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겠죠.

버버리의 시그니처 패턴 ‘헤이마켓 클래식 체크’를 적용한 워털루 트렌치 코트.

오늘날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버버리의 체크무늬는 1920년대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연갈색 바탕에 세 개의 검정 선과 하나의 빨간 선이 연속적으로 오와 열을 이루는 무늬죠. 사실 이 무늬는 처음엔 트렌치 코트의 안감으로만 사용했어요. 소매를 걷거나, 외투를 벗을 때 안감의 체크무늬가 드러나는 겁니다. 경험해본 독자들은 알겠지만 이건 과시하지 않으면서 계급과 취향을 드러내는 방식의 하나예요.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은밀한 코드인 거죠. 버버리의 완곡한 메시지는 엘리트 사회를 파고들어, 이내 트렌치 코트는 그들의 유니폼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물론 어깨 견장, 건 플랩, 벨트 커프스, 스톰 실드, D 링 벨트 장식으로 무장한 트렌치 코트의 외형 자체가 도시 생활을 위한 세련된 갑옷이라 할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이지만요.

모자부터 우산까지 버버리의 체크무늬 아이템을 착용한 1980년대 여성. Getty Images.

1994년 버버리의 체크무늬 스커트를 착용한 크리스티 털링턴과 그녀의 어머니. Getty Images.

이후 버버리는 체크무늬를 하우스의 모든 아이템에 확장합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버버리의 레디 투 웨어는 체크무늬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체크무늬로 도배할 수 있었으니 말 다 했죠! 현재 버버리 고유의 등록상표가 된 체크무늬는 2018년에 성적 다양성을 추구하는 LGBTQIA+ 커뮤니티를 지지하며 레인보우 컬러로 재해석되기도 했습니다.

LA에서 열린 롤라 백 파티에서 포착한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리카르도 티시와 마돈나.

새로운 TB 모노그램을 얹은 롤라 백.

2018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리카르도 티시는 버버리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축입니다. 모두에게 익숙한 버버리 특유의 요소를 은근한 언어로 전환하는가 하면, 하우스 아카이브의 반짝이는 보석을 현대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 꺼내놓는 중이죠. 지난 7월 부산 기장의 아난티 코브를 뒤덮은 새로운 TB 모노그램 또한 그중 하나입니다. 알파벳 T와 B를 포갠 모노그램은 버버리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것으로, 토마스 버버리의 이니셜 두 글자가 새겨진 로고 스탬프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해요.

리카르도 티시가 버버리의 체크무늬를 활용해 만든 롤라 백.

롤라 백은 리카르도 티시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버버리의 시그니처 가방입니다. 새롭지만 어딘가 친근한 건, 롤라 백이 은유법을 사용하던 시절의 버버리를 연상케 해서예요. 특유의 체크무늬를 색상이 아닌 퀼팅으로 표현한 방식에서 어쩐지 드러낼 듯 말 듯한 관능미가 전해진다고 할까요? 그런가 하면 여밈 부분을 장식하는 하드웨어 금속 소재의 TB 모노그램은 롤라 백에 강렬함을 더하는 새로운 요소입니다.

다양한 모습을 가진 것도 롤라 백의 특징입니다. 고급스러운 양가죽 소재로 숄더 또는 크로스보디로 연출 가능한 클래식 백, 여유로운 사이즈를 자랑하는 버킷 백과 백팩, 지퍼 여밈으로 좀 더 캐주얼한 형태의 카메라 백과 범백, 미니 사이즈의 휴대폰 케이스 등으로 변주했어요. 사회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우리 여성들처럼 말이죠.

색의 조화가 돋보이는 롤라 백을 든 엘라 리차즈.

올 S/S 시즌 롤라 백 광고 캠페인을 공개하며 리카르도 티시는 이렇게 말했어요. “강인함, 관능, 지성을 근원으로 하는 롤라 백은 전 세계에 있는 강한 여성들에게 바치는 찬가이기도 합니다. 저는 늘 그들에게서 무한한 영감을 받아왔어요. 캠페인에 모델로 등장하는 벨라 하디드, 루데스 레온, 조단 던, 엘라 리차즈는 그런 인물들입니다.” 앞서 언급한 롤라 백의 인상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나요?

호스페리 레터링 프린트의 롤라 백을 든 지수.

올 블랙 롤라 백으로 시크함을 더한 이리나 샤크.

버버리는 올해로 창립 166년을 맞은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예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몇 번의 변화를 겪는 건 당연해 보여요. 롤라 백은 이런 유서 깊은 하우스의 정수를 담은 가방입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패션계 천재들이 친숙한 듯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했죠. 이러니 환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로운 아이코닉 백의 탄생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