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지금 우리가 뷰티 바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2022.08.09

by 이주현

    지금 우리가 뷰티 바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

    단순한 비누가 아니다. 지속 가능성의 무한한 미래를 품은 오늘날 뷰티 바.

    호호히 ‘나주 인디고 샴푸 바’ 나주의 식물성 원료를 주성분으로 한 샴푸. 젖은 모발에 가볍게 문지르면 크리미한 거품이 생성된다.

    뱀포드 ‘제라늄 페블 솝’ 조약돌을 모티브로 한 비누로, 세안하면 상쾌한 에너지를 경험할 수 있다.

    에스쁘아 ‘커먼누드 스킨 리파이닝 클렌징 솝’ 어성초 잎이 매끄러운 피붓결로 가꿔주는 약산성 비건 클렌징 솝.

    아로마티카 ‘티트리 퓨리파잉 샴푸 바’ 티트리 오일이 두피 열을 식혀주고 각질과 노폐물을 개운하게 제거한다.

    베이지크 ‘클래식 솝 바 페이스 앤 바디’ 14가지 식물성 오일을 저온 숙성으로 담아낸 멀티 솝.

    한아조 ‘레드 빈 솝’ 항산화 작용이 뛰어난 팥 단 한 가지 원료만 담았다. 안토시아닌 성분이 피부 노화를 방지한다.

    러쉬 ‘퍼미스 파워’ 발의 거친 각질을 제거하는 오렌지 오일과 부석의 환상적인 조합.

    키엘 ‘레어 어스 모공 클렌징 바’ 아마존 화이트 클레이 성분이 모공 속 노폐물을 말끔하게 세정해준다.

    리릭스 ‘페이스 앤 바디 유자 솝 바’ 유자 껍질 파우더가 각질을 제거하고 피부 탄력을 개선하는 비누. 상큼한 유자 향기는 덤.

    팁토우 ‘뉴 루틴 샴푸 바’ 연약한 두피를 강화하는 식물성 유산균을 담았다.

    버터샤워 ‘울트라-리치 오리지널 버터 바 솝’ 다양한 버터와 오일을 조합한 고함량의 지방산으로 악건성 피부에도 풍부한 수분을 공급한다.

    드렁크 엘리펀트 ‘주주 바’ 과도한 유분과 노폐물을 제거하는 각질 제거용 클렌징 바로 세안 후에도 속 땅김이 없다.

    다비네스 ‘에센셜 헤어케어 데데 샴푸 바’ 부스스한 모발을 정돈해 찰랑이도록 개선해주는 샴푸.

    카라멜리 ‘머스코바도 솝’ 비정제 설탕 성분을 액상으로 담았다. 끈적임 없이 말끔한 세정력을 자랑한다.

    크렘 ‘수브니어 스톤 프로방스, 프랑스’ 여행을 추억하기 위해 주워온 돌멩이를 모티브로 디자인해 이국적인 컬러와 향이 특징.

    비누로 세안하면 피부가 건조해지고 손상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뷰티 월드에서 주장하던 명제였다. 세련되지 못하고, 투박하고,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기능이 없는 물건으로 인식되던 비누는 오늘날 비로소 지속 가능성의 새로운 규범으로 떠올랐다. 스킨케어, 클렌저, 샴푸 등 기존 제형을 단단하게 굳힌 바(Bar) 형태로 출시하는 트렌드는 그동안 주로 친환경, 인디 브랜드가 답습해왔다면 최근에는 로레알, 아모레퍼시픽처럼 거대한 몸집의 뷰티 기업까지 이 흐름에 합류했다. 이 비누가 촉발하는 지속 가능성 지표는? 플라스틱 패키지가 매립지로 가는 것을 방지하는 ‘제로 웨이스트’ , 그리고 제조 과정에 물을 절약하는 것.

    뉴질랜드에서 탄생한 뷰티 브랜드 에티크(Ethique)에 따르면 110g의 샴푸 바 하나에는 플라스틱 패키지에 들어 있는 샴푸 세 병에 준하는 포뮬러가 농축된 데다, 산업용 농도로 희석하면 샤워 횟수당 무려 1.9L의 물이 절약된다. “샴푸 바는 액체 제형보다 모발을 빠르게 헹굴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으로 물 소비를 줄일 수 있죠.” 로레알 기업의 지속 가능성 혁신 부서를 담당하는 로랑 질베르(Laurent Gilbert)는 고체형 제품의 미래성을 누차 강조했다. 제품을 감싸는 포장재가 없어 위생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그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준비가 된 것으로 보인다. 마켓 리서치 기업 NPD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고체형 화장품의 매출이 29% 이상 성장한 것이 그 방증. 기후 위기가 일반 소비자의 피부에 와닿을 만큼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 성장세의 가장 큰 요인이지만, 또한 클렌징에 그치던 뷰티 바의 카테고리 다양화,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다채로운 디자인도 크게 한몫 거든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여준 것은 바로 스킨케어 분야. 제로 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를 표방하는 영국 스킨케어 브랜드 SBTRCT는 최초로 레티놀을 함유한 고기능성 스킨케어 바, ‘리주버네이팅 나이트 밤(Rejuvenating Night Balm with 2% Granactive RetinoidⓇ & Squalane)’을 출시했다. 손으로 바를 문질러 피부에 흡수시키는 형태의 이 제품은 성분의 손상 없이 고체화하는 데만 2년이 넘게 걸린 명작. 플라스틱 오염 연합의 일원이기도 한 뷰티 브랜드 듀 마이티(Dew Mighty)의 ‘블룸 젤리 세럼 바(Bloom Jelly Serum Bar)’는 비타민 C 성분을 함유한 세럼으로 얼굴과 모발에 멀티로 사용할 수 있어 스킨 미니멀리스트에게 열렬한 러브콜을 받는 제품이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뷰티 바는 어떨까? 이중 세안이 곧 진리인 깔끔과 청결의 민족답게 아직까지 샴푸와 클렌징 위주의 카테고리에 머물지만, 감각적인 디자인과 컨셉으로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다. 투명하고 컬러풀한 색감을 중심으로 비누의 ‘오브제화’를 추구하는 크렘(Crème), 숯과 살구, 녹두, 오트밀, 팥 등 한 가지 재료에 충실한 비누를 제작하는 한아조(Hanahzo), 화학 성분은 배제하고 버터와 같은 보습력과 모양을 자랑하는 버터샤워(Butter Shower) 등이 그 대표적인 예.

    불편을 감내할 만큼 소비자의 시야는 확대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체 형태만 유일한 판매 포인트가 될 순 없다. “지속 가능성의 관점에서 더는 주저하지 않지만, 소비자는 그를 위해 자신들의 경험과 결과를 희생시키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효능을 우선시하니까요.” 클린 뷰티 편집숍 크레도 뷰티(Credo Beauty)의 머천다이징 부사장 미셸 코넬리(Michelle Connelly)의 말처럼 제품의 기능이 기존 화장품과 비등한 효과를 갖지 못한다면 천연 재료로 생산되는 고체 형태의 특성상 생산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환경적인 이점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뷰티 생태계에서 비누가 파란을 일으키는 것은 분명하다. 가속화되는 기후 위기에 전문가들은 혁신적인 친환경 대책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쓰레기 배출량을 급진적으로 줄이는 것이라고 짚는다. 그런 맥락에서 제로 웨이스트가 실천 가능한 고체 화장품이야말로 뷰티 월드의 미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러쉬(Lush)의 재생 효과 및 조직 개발을 이끄는 루스 안드레이드(Ruth Andrade)는 말한다. “주류 브랜드에서 리스크를 지닌 고체 화장품의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눈에 띄는 혁신입니다. 우리가 샴푸 바를 출시하는 데는 20년이 걸렸지만, 새로운 제품은 그보다 훨씬 빨리 등장하겠죠.” (VK)

    에디터
    이주현, 송가혜
    포토그래퍼
    이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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