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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사랑받는 한국인 드러머

2022.08.24

by 김나랑

    뉴욕에서 사랑받는 한국인 드러머

    줄리어스 로드리게즈의 앨범 <Let Sound Tell All>.

    여기,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버브(Verve)에서 앨범을 발표한 1998년생 재즈 피아니스트가 있습니다. 이름은 줄리어스 로드리게즈(Julius Rodriguez). 에이셉 라키(A$AP Rocky)부터 비제이 아이어(Vijay Iyer)까지, 그러니까 힙합부터 재즈까지 각 분야의 최고와 협업해온 그는 최근 자신의 첫 정규 앨범 <Let Sound Tell All>을 통해 커리어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습니다. 줄리어스 로드리게즈는 피아노, 키보드를 연주하면서 드럼도, 기타도 함께 연주하는데요. 앨범에서는 재즈뿐 아니라 R&B까지 품는가 하면 뉴욕의 재즈를 계승하는 등 갖가지 시도를 적절히 조율하며 여러 매체로부터 반응을 얻었습니다.

    지금 뉴욕 재즈 신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드러머로 꼽히는 김종국.

    이 앨범 수록곡이자 싱글로도 발표한 ‘Gift of the Moon’의 드럼 연주는 다름 아닌 한국인 드러머가 해냈습니다. 이름은 김종국. 보통 ‘JK Kim’이라고 쓰기도 합니다. 그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뉴욕에서 연주를 해왔는데요, 줄리어스 로드리게즈가 10대일 때부터 이미 두 사람이 같이 호흡을 맞춰왔다고 합니다. 김종국은 뉴욕 재즈 신에서 연주 활동이 가장 활발한 드러머 중 한 명입니다.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에, 어린 나이에 버클리 음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꾸준히 좋은 연주를 들려줬습니다. 그는 김태우, 거미 같은 가수의 세션으로 함께했지만 팻 메스니(Pat Metheny) 등 여러 전설적인 재즈 연주자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습니다. 뉴욕의 내로라하는 재즈 클럽에서 연주한 것은 물론이고 여러 해외 재즈 페스티벌에도 선 바 있습니다. 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가 있었지만, 2022년 그는 여전히 뉴욕에서도, 서울에서도 최고의 드러머 중 한 명입니다. 요즘도 뉴욕 한가운데서 모건 게린(Morgan Guerin), 빅유키(Bigyuki) 등 최고의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죠.

    줄리어스 로드리게즈와 합을 맞춘 ‘Gift of the Moon’은 최근 미국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코스믹한 재즈, 공간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운드스케이프의 재즈를 선보입니다. 하지만 느긋하고 여유롭기보다는 어딘가 치열하게 느껴집니다. 연주자 간의 합과 속도는 결코 긴장을 늦추지 않는데요, 분위기를 다잡는 것은 신스의 몫이지만, 흐름을 만들고 조율하는 것은 드럼의 몫입니다. 직접 드럼을 연주하게 할 만큼 줄리어스 로드리게즈는 김종국이라는 드러머를 깊이 신뢰한다는 것이겠죠. 여전히 두 사람은 연주를 함께 하며 좋은 호흡을 보여줍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 서는 박제신의 앨범 <Deep Mind>.

    그는 한국에서도 활동에 소홀하지 않습니다. 곧 열리는 RSS 페스티벌과 자라섬재즈페스티벌에서는 박제신이 리더로 있는 딥마인드의 일원으로 참여합니다. 더불어 서울숲재즈페스티벌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건 김종국 그룹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가을에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 가운데 두 개 무대에 선다는 것은 그만큼 김종국이라는 음악가가 한국 재즈에서 큰 위치를 차지한다는 것이겠죠. 이렇듯 국내와 해외의 여러 공간에서 연주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딥마인드는 박제신이 리더로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동명 앨범을 발표한 바 있는데요, 박제신의 커리어 역시 독특합니다. 밴드 향니의 멤버였고 재달, 한요한, 폴킴, 정승환 등 그가 작품이나 무대에서 함께 호흡한 음악가들은 종잡을 수 없습니다. 최근에는 베이빌론의 앨범에도 참여했는데요. 그러면서도 그는 훌륭한 재즈 음악가입니다. 클럽 에반스에서 잼 데이를 이끌었고, 월간 <재즈피플>의 라이징스타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앨범 <Deep Mind>는 재즈를 기반으로 퓨전 재즈의 성격을 띠면서도 전자음악 같고, 때로는 얼터너티브 R&B에 가까운 곡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일련의 작품 안에서 김종국 드러머는 자유롭게 그 흐름을 타면서도 자신만의 단단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방탄소년단의 RM과 작업한 은희영의 첫 앨범 <Suna>.

    김종국은 최근 방탄소년단의 RM, 최정윤과 함께 작업한 은희영과도 호흡을 자주 맞추곤 합니다. 은희영은 최근 자신의 첫 정규 앨범 <Suna>를 발매했습니다. 이 앨범에도 김종국이 참여했는데요. 은희영 특유의 재즈를 베이스로 하면서도 어딘가 포크의 성격이 강한, 그런 가운데 여러 악기의 합을 통해 좀처럼 쉽게 만날 수 없는 분위기를 전합니다.

    이처럼 김종국 드러머는 한국과 미국에서 실시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연주자로 활동을 이어가고 자신의 존재감을 강하게 증명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더불어 어느 한쪽에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언젠가는 그가 리더로 활약한 앨범도 만날 수 있을까요? 앞으로 그는 어떤 음악가의 앨범에 참여할까요? 알면 알수록 호기심을 가득 자아내는 세계적인 음악가, 한국 재즈 음악가 중에도 있습니다.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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