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이 킴 카다시안을 만난 이유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였다. 좌파 엘리트 기득권의 아이콘으로 찍히는 바람에 대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패배했지만 후대 여성을 위해 나섰다는 승복 연설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 자신이 최고의 지성이자 야심가였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편 빌을 ‘팀 클린턴’ 대표로 밀어야 했던 힐러리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진심일 수밖에 없다.
직업 정치를 떠난 후에도 그는 다양한 사회 활동과 콘텐츠로 여성을 독려해왔다. 그가 총괄 제작, 진행을 맡은 애플 TV+ 오리지널 다큐 <배짱 두둑한 사람들>도 그중 하나다. 9월 9일(금)부터 전 세계에 공개되는 이 시리즈는 총 8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힐러리 클린턴과 그의 딸 첼시 클린턴이 함께 여행을 다니며 ‘배짱 두둑한 여자들’과 교류하는 내용이다. 흔한 전기나 강의, 인터뷰가 아니라 명사끼리 자연스럽게 친목하면서 영감을 나누는 내용이라 출연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느낌이 든다. 쇼의 키워드는 여성주의와 다양성이다. 커리어를 일별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게스트의 명단이 여기 있다. 예고편이 궁금하다면 여기서 확인할 것.
글레넌 도일과 애비 웜바크
글레넌 도일은 파워 블로거, 크리스천, 세 아이의 엄마이며 어릴 때부터 자신을 괴롭힌 식이 장애와 알코올중독, 나쁜 결혼 등을 극복하고 그 경험을 글로 써온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의 파트너 애비 웜바크는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미국 축구 국가 대표로 활약하며 올림픽과 월드컵 우승을 이끌고 A매치 여성 최다 골 기록을 세운 스포츠 영웅이다. 화성과 금성만큼 다른 세계에 사는 것 같던 글레넌 도일과 애비 웜바크는 2016년 도서전 행사에서 만나 사랑에 빠졌고, 이듬해 결혼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지혜와 영감을 기록한 책 <언테임드: 나는 길들지 않겠다>(글레넌 도일 저, 이진경 역, 출판사 뒤란)는 미국에서만 2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제인 구달
동물학자, 인류학자, 침팬지 연구가, 환경 운동가. 여성 과학자는 기회가 없어서 혹은 기회가 와도 스스로 꺼려서 미디어에 잘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인 구달은 그 업적을 떠나 과학계의 몇 안 되는 여성 스피커라는 측면에서도 귀중한 존재다. 한편으로 노년의 제인 구달은 스스로 ‘어떻게 삶과 환경의 조화를 꾀할 것인가’라는 질문의 답이 되고 있다. 그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출연하는 EBS <위대한 수업> 시즌 2(8월 29일~)의 첫 번째 강연자이기도 하다.
마리스카 하지테이
배우이자 자선가. NBC 장수 시리즈 <로 앤 오더: 성범죄 전담반>(1999~현재) 주인공이다. 극 중 성범죄 전담반 리더 ‘올리비아’를 연기하면서 마리스카는 실제 성범죄 피해자의 편지를 받았다. 어떤 피해자는 마리스카에게 강한 감정 이입을 일으켰고, 어떤 이는 생애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알렸으며, 트라우마를 겪는 발신자도 있었다. 이에 마리스카 하지테이는 2004년 ‘조이풀 하트 파운데이션(Joyful Heart Foundation)’을 설립했다. 성폭력, 가정 폭력, 아동 학대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다. 이 단체는 여러 지역에서 경찰이나 검찰과 연계해 강간 피해자 보호소를 설립하고 일상 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연간 수천 명의 여성을 돕고 있다.
골디 혼과 케이트 허드슨
할리우드 스타 골디 혼은 2003년부터 신경학자, 심리학자, 교육가와 함께 ‘MindUp’ 프로그램을 개발, 보급하고 있다. 아동의 정신 건강과 사회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골디 혼은 아버지가 다른 세 자녀를 낳아 길렀으며, 배우 커트 러셀과 39년째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골디 혼은 자신만큼 유명해진 딸 케이트 허드슨을 비롯해 자녀들과 좋은 유대 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최근 케이트 허드슨은 엄마의 오랜 연인 커트 러셀을 가리켜 “늘 가족이 최우선이고 자녀들의 학교 댄스 무대, 축구, 하키 등 모든 행사에 참석한 남자”라고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골디 혼은 오래전부터 명상을 통해 배우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녀들을 교육했는데 9.11 이후 그것으로 보다 많은 사람을 도와야겠다 결심하고 재단을 설립했다. 골디 혼 재단이 운영하는 마인드업 프로그램은 현재 북미 지역의 초등학교에 보급되고 있다.
킴 카다시안
할리우드의 트러블 메이커 킴 카다시안과 힐러리 클린턴이라니, 의외의 조합 같지만 둘의 인연은 꽤 깊다. 2015년 대선 캠페인 때 킴 카다시안은 힐러리를 공개 지지했다. 당시 남편 카니예 웨스트와 함께 힐러리 기금 마련 파티에 참석하기도 했다. 킴 카다시안은 미국 리버럴 가치관의 전시장 같은 이번 쇼에서 가장 논쟁적인 인물일 것이다. 그는 최근 미국 서부 최악의 가뭄에 870톤의 물을 썼다며 환경 파괴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적어도 킴 카다시안이 <배짱 두둑한 사람들>(원제 ‘Gutsy’)이라는 제목에 더없이 어울리는 건 사실이다. 그는 어떤 추문과 비난에도 꺾이기는커녕 그것들을 명성의 원료로 사용하는, 2020년대 셀럽 문화의 중심에 선 인물이니까.
메건 더 스탤리언
현재 힙합 신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성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은 클린턴 모녀의 ‘퍼스널 히어로’로 꼽혔다. 메건 더 스탤리언은 노골적인 가사로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그것이 단지 섹스에 관한 것이 아니라 자기 성에 대한,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연관이 있다고 밝혀왔다.
앰버 루핀
코미디언, TV 쇼 진행자, 작가, 배우. 2014년 흑인 여성 최초로 <레이트 나이트(Late Night)> 쇼 작가가 되었으며 후에 NBC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 <앰버 루핀 쇼>를 론칭했다. 2021년 언니 레이시 라마와 함께 일상의 인종차별을 블랙 유머를 가미해 고발한 책 <유윌 네버 빌리브 왓 해픈드 투 레이시: 크레이지 스토리즈 어바웃 레이시즘(You’ll Never Believe What Happened to Lacey: Crazy Stories about Racism)>을 출간했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에이미 슈머
코미디언. 여성의 외모에 대한 편견을 비트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할리우드의 성차별과 인종차별을 신랄하게 비꼬는 유머로 다른 장르 팬이나 미국인 외의 관객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을 때려서 모든 화제를 가져가버리지만 않았다면 그녀의 입담이 더 주목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카데미가 (자신 포함) 여성 호스트 세 명을 고용했다. 그게 남자 한 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다”라는 에이미 슈머의 독한 유머는 오래 회자되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힐러리 클린턴은 1960~1970년대 미국 여성운동을 주도한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오랫동안 자신의 멘토로 꼽아왔다. 실제로 1947년생 힐러리 클린턴은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영향을 직격으로 맞은 세대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2016년 대선에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같은 여자라 해도 세라 페일린이 대통령이라면 무슨 변화가 있겠나.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이유가 아니라 그가 누구를 대변하는가다”라는 말로 페미니스트 힐러리 클린턴에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완다 사이크스
배우, 각본가, 성우, 코미디언. ‘미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사람’으로 꼽히는 동시에, 존경받는 코미디언들이 대체로 그렇듯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해왔다. 동성 결혼과 동물권 보호를 위해 싸우고, 성 소수자와 홈리스를 돕는 단체를 앞장서서 돕기도 한다. 완다 사이크스의 스탠드업 코미디는 넷플릭스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시모네(aka 레지 개빈)
모델, 드래그 퀸, 리얼리티 TV 스타, 인플루언서. 열네 살이던 2009년 드래그 퀸 콘테스트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RuPaul’s Drag Race)> 첫 시즌을 보고 메이크업과 드래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21년 마침내 그가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시즌 13에 출연했을 때 미디어는 시모네의 스타일을 릴 킴, 그레이스 존스와 비교하며 즉각 관심을 보였다. 그해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멧 갈라, 프라임타임 에미 시상식 등에 초청되기도 했다.
나탈리 윈
유튜브 채널 ‘ContraPoints’를 운영하는 트랜스젠더 유튜버. 철학 박사과정을 밟다가 그만뒀다는 나탈리 윈은 해박한 인문학 지식을 바탕으로 미국 대중문화, 젠더, 인종, 정치, 섹스, 약물, 사회 정의 등에 관해 깊이 있는 주장을 펼친다. 채널 구독자는 161만 명에 달한다. <해리 포터> 작가 J. K. 롤링이 트랜스젠더 혐오 논란에 휩싸였을 때 이를 비판한 콘트라포인츠의 영상은 조회 수 565만 회를 기록했다.
- 글
- 이숙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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