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위험하지’ 여왕에게 왕관의 무게란
한없이 무거웠던 왕좌의 무게를 죽어서도 짊어져야 하는 걸까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마지막 걸음에 군주의 주권을 상징하는 왕관이 함께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마주한 여왕의 관 꼭대기에 영국의 제국관이 올라가 있었죠.
제국관은 1937년 여왕의 아버지, 즉 조지 6세의 대관식을 위해 특별히 제작됐습니다. 이전 빅토리아 시대 왕관보다 가볍고 편한 디자인으로 만들었죠. 여왕은 아버지를 계승한다는 의미를 담아 재위 중 매년 영국 의회 개회식에 참석할 때 착용해왔습니다.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시다’는 미사여구를 증명하는 이 왕관에는 다양한 보석이 사용됐습니다. 총 2,868개의 다이아몬드, 273개의 진주, 17개의 사파이어, 11개의 에메랄드, 5개의 루비가 박혀 있습니다. 그중 제일은 왕관 앞부분에 위치한 다이아몬드로, ‘세컨드 스타 오브 아프리카’라 불리는 ‘컬리넌 2(Cullinan II)’입니다.
무려 317.4캐럿의 크기를 자랑하는 이 다이아몬드는 에드워드 7세의 66번째 생일에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옛 트란스발(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트란스발주) 정부로부터 받은,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를 잘라낸 것입니다.
컬리넌 2의 위 정면 중앙부 크로스 파테(Cross Pattée)에 자리 잡은 것은 ‘검은 왕자의 루비’라고 불리는 140캐럿의 거대한 스피넬입니다. 과거에는 보석 감정 기술이 부족해 붉은 스피넬을 루비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죠. 1415년 아쟁쿠르 전투에서 영국군이 프랑스군을 무너뜨렸을 때 헨리 5세가 몸에 지니고 있었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왕실의 보석 컬렉션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블루 사파이어가 왕관의 제일 상단부, 십자가의 센터에 위치합니다. 본래 11세기 참회왕으로 불리는 에드워드가 끼던 반지에서 따온 것이죠.
왕관의 무게는 빅토리아 여왕의 것보다 가벼워졌다고는 해도 1.06kg으로 상당합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2018년 왕관의 무게를 두고 유머 섞인 농담을 던지기도 했죠.
“연설문을 읽을 때 아래를 내려다볼 수 없어요. 반드시 종이를 올려야 합니다. 우울할 때 (왕관을 쓴다면) 목이 부러질지도 모르죠. 왕관은 때론 불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꽤 중요합니다.”
90대에 접어들면서 여왕은 더 가벼운 왕관을 썼고, 마지막 개회식에 참석한 지난 2021년에는 왕관을 쓰지 않았습니다. 왕관이 없어도 이 세상 누구보다 빛나는 여왕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요.
이제 제국관은 찰스 3세의 대관식에서 그를 따라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떠나게 됩니다. 그 후 2023년 의회 개회식에서 찰스 3세가 쓸 것이고요. 70세가 넘어 왕관을 쓰게 된 찰스 3세, 왕이 되려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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