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

입술을 점령한 주얼리, 투스젬의 은밀한 매력

2022.10.06

입술을 점령한 주얼리, 투스젬의 은밀한 매력

우리 여자들의 입술과 그 은밀한 속까지 점령한 주인공, 투스젬.

입술에 착용한 이어커프는 인비저블 꼴라주(Invisible Collage).

뷰티 월드가 주목하는 스페인 출신 뮤지션 로살리아(Rosalía)는 얼마 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GoodmorningGGGG’라는 아침 인사와 함께 셀피 여러 장을 업로드했다. 환한 미소로 드러낸 가지런한 치열보다 더 눈에 띈 것은? 바로 윗니를 장식한 작은 입자의 보석! 특히 앞니에 붙인 나비 모양의 ‘투스젬’은 무엇보다 그녀의 통통 튀는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앞니 한구석에 미니 사이즈의 샤넬 골드 로고를 붙여 자신만의 시그니처로 승화시킨 모델 애드와 아보아, 한때 윗니에 하트 장식과 나노 입자의 큐빅을 부착한 아이리스로와 헤일리 비버까지. <보그>를 보는 여자들이라면 투스젬 트렌드에 대해 들어본 적 있을 것.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로 뮤지션, 아티스트들이 즐기는 마니악한 취향이었다면, 최근 1년 사이에 스트리트 트렌드로 제대로 정착했죠.” 홍대에서 투스젬 숍을 운영 중인 투스페어리(Toothfairy) 임건희 실장은 하루가 다르게 고객이 늘고 있다며 덧붙였다. 이토록 치아 위에 보석을 부착하는 흐름은 Z세대 사이에서 새로운 뷰티 규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미지 기반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핀터레스트(Pinterest)는 2022년 보고서에서 ‘투스젬’의 검색 횟수가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는 결과를 밝혔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트렌드는 패션과 뷰티 월드에 불어온 Y2K 열풍을 타고 다시 우리에게 찾아온 것으로 보이지만, 그 역사적 뿌리를 들여다보면 더 흥미롭다. 치아 위에 금이나 은 또는 보석으로 디자인한 장식용 덮개를 씌우는 형태의 ‘그릴즈(Grillz)’는 1970년대 뉴욕의 서인도 출신 이민자들로부터 시작돼 흑인 문화로까지 전파된 유래를 지닌다. 조금 더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볼까? 고대 마야인들은 지역사회에서 ‘부’를 나타내는 지표로 치아를 청록색 옥이나 금으로 장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고학 연구 자료에 따르면 투스젬과 같은 정교한 치과적 작업은 종종 그 사람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높은 지위를 드러내는 기준이 된다. ‘서브컬처’ 유행으로 활용되어온 현대의 투스젬이 고대에는 곧 ‘부티’를 뽐낼 수 있는 도구였다니 흥미롭지 않나?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룩을 선보이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마야 프렌치(Isamaya Ffrench)는 투스젬과 그릴즈의 유행 이면에는 인간 내면의 잠재의식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치아는 매우 상징적이에요. 사람이 죽고 난 뒤 가장 마지막으로 분해되는 것이기도 하고, 임산부의 치아를 제외한 모든 칼슘은 아기에게 돌아가죠. 많은 사람들이 치아가 빠지는 꿈을 꾸기도 하고요. 정말 흥미롭죠.”

색색의 보석 입자를 편평한 치아 위로 연출하는 일은 스티커 붙이는 것처럼 언뜻 쉬워 보이지만, 사실상 전문가의 정교한 손길을 거쳐야 하는 매우 까다로운 시술이다. 틱톡에서 ‘DIY-ing’라는 제목으로 인기를 끄는 중인 투스젬의 셀프 팁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안 된다’는 엄중한 입장을 내놓았다. 독성 접착제를 섭취할 가능성은 물론, 자칫 표면이 거친 보석 때문에 입안에 상처가 나거나, 치아에 상처가 날 수 있다는 것. 또한 “어설프게 부착한 투스젬은 입안의 플라크, 즉 치석을 가둬 온갖 해로운 박테리아가 모여들기 쉽죠”라고 치과 전문의 신준섭 원장은 말한다. 결국 치과 시술처럼 반드시 전문가의 손을 거쳐야 한다는 점.

전문가에게 원하는 디자인과 컬러의 투스젬을 시술받을 경우 소요 시간은 대략 30분. 치아 표면에 접착성이 있는 젤을 놓은 뒤, 원석을 붙이고 경화 램프로 굳히는 과정을 거친다. 시술 후 이틀간 음주나 뜨겁고 딱딱한 음식, 전동 칫솔 사용은 금지다. 투스젬 아티스트 임건희 실장이 권하는 투스젬의 유지 기간은 6개월. 방치한다면 1년 이상도 지속되지만 잇몸 염증과 충치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1년 이내에 전문가에게 제거 시술을 받는 것이 좋다.

입안을 보석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만큼 주목받는 트렌드는 또 있다. 이름하여 ‘립커프(Lip Cuff)’ 또는 ‘립 피어싱(Lip Piercing)’. 레드 또는 핑크로 칠하던 여자들의 입술은 주얼리로 더 아름답게 변신 중이다. 2022년 런웨이에서는 아랫입술에 커프 형태의 링을 착용한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더블 C 로고로 장식된 미니 링을 착용한 입술과 강렬한 블랙 아이라인의 조화로 더없이 시크한 뷰티 룩을 뽐낸 샤넬 2021/2022 크루즈 컬렉션의 모델들에 이어 발망, 코셰 2022 F/W 런웨이의 모델들도 반짝이는 장신구를 입술 한가운데 붙이고 등장했다. 결과는? 특별한 메이크업 기교 없이도 한 번쯤 시도해보고 싶은, 제법 근사한 입술 포인트가 돋보였다. 입술 안쪽 중앙에만 영롱한 골드빛 펄을 터치해 선보인 16알링턴의 모델들은 주얼리를 착용한 듯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글로시한 립 메이크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구찌 뷰티 글로벌 메이크업 디렉터 토마스 드 클루이버(Thomas De Kluyver)는 치아와 입술, 광대뼈 또는 얼굴 전체를 보석으로 가득 채우는 아방가르드한 메이크업 룩의 대가. 그는 “메이크업은 개성을 표현하는 궁극의 액세서리입니다. 가방이나 머리에 장식하는 헤어클립처럼요”라고 말하며 얼굴 부위를 액세서리처럼 연출하는 뷰티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선포한다. 이토록 맥시멀해 보이는 뷰티 트렌드에 마스크 착용으로부터 일부 자유로워진 사회 분위기가 한몫한다. 입술이 곧 화려한 주얼리처럼 변신하는 뉴 르네상스에 <보그>가 추천하는 뷰티 애티튜드는? 건강하게 관리한 보석 같은 건치 그리고 더없이 환한 미소. (VK)

16Arlington

Off-White

16Arlington

16Arlington

Koch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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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in

Balmain

에디터
송가혜
포토그래퍼
김형상
스타일리스트
장희준
모델
휘연
헤어
가베
메이크업
황희정
투스젬
임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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