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1990년대 구찌 꾸뛰르를 셀럽에게 제공하는 한 수집가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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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1990년대 구찌 꾸뛰르를 셀럽에게 제공하는 한 수집가의 이야기

2022-11-04T13:29:50+00:00 2022.10.07|

1990년대의 부활과 더불어 톰 포드 시절의 구찌 꾸뛰르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빈티지 마니아들은 그 시절 가장 희귀한 룩을 찾는 데 혈안이 되었고, 그중 단 한 명만 모든 상황을 여유롭게 관조했다. 처음부터 톰 포드 시절의 구찌 제품을 모으는 데 모든 걸 베팅했기 때문이었다. 랩2022(Lab2022)의 닐 레너드(Neil Leonard)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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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포드가 막 구찌에 합류할 무렵 레너드 또한 젊은 디자이너였다. 당시 무명의 톰 포드를 영입한 구찌의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닐은 버그도프 굿맨에서 함께 일하던 패션 경영자 돈 멜로(Dawn Mello)가 구찌에 합류하는 것을 보고 관심을 갖게 된다. 레너드는 “패션 위크를 위해 처음 밀라노에 갔을 때, 친구 중 한 명이 구찌 쇼에 갈 생각이 있는지 묻더군요. 저는 ‘당연하지! 돈이 구찌에 있으니 꼭 볼 거야’라고 답했죠”라며 당시를 회고했다.

레너드는 포드의 컬렉션을 보자마자 매력을 느꼈다. 그는 “그냥 뭔가 느껴졌어요.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죠. 그래서 톰 포드의 컬렉션을 수집하기 시작했어요”라고 말했다. 레너드는 특히 쇼에 올라간 샘플 제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친구들에게도 부탁했다. 그 이유에 대해 레너드는 “패션쇼 샘플은 런웨이에서 본 바로 그 제품이기 때문이죠. 매장에서 판매를 위해 수정하기 전의 디자인이니까요”라고 설명했다.

MTV 시상식에서 구찌의 유명한 1995년 F/W 룩을 착용한 마돈나. (사진: 케빈 마주르)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레너드는 톰 포드 시절의 구찌 제품 수천 개와 이브 생 로랑 제품을 아카이브한 소장가가 됐다. 레너드가 가장 좋아하는 컬렉션은 톰 포드의 1995년 F/W 쇼 제품으로 앰버 발레타, 샬롬 할로우, 케이트 모스가 착용한 하프 언버튼의 실크 셔츠와 로 슬렁 벨벳 트라우저다. 해당 쇼를 통해 톰 포드는 유명 디자이너 반열에 올랐다. 레너드는 “시즌 최고의 쇼였죠. 그 후 마돈나가 MTV 시상식에서 그 제품을 입고 무대에 올라 ‘구찌, 구찌, 구찌’를 외쳤습니다. 그 시기가 구찌가 무명에서 벗어나 크게 인기를 끌기 시작하던 때입니다”라고 구찌의 역사를 읊었다.

레너드는 톰 포드 1996, 1997 컬렉션의 팬이다. 기네스 팰트로가 착용했던 딥 레드 벨벳 수트와 지난 5월 벨라 하디드가 칸영화제에서 착용했던 매끈한 화이트 드레스가 모두 1996, 1997 쇼의 제품이다. 레너드는 자신을 ‘미니멀리스트’라고 소개하며, “홀스턴(Halston, 1970년대 미국 패션 디자이너) 시대에 자랐어요. 톰 포드 또한 홀스턴에게 받은 영향을 여러 번 이야기한 바 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톰 포드 시절 구찌 제품의 부활은 맥시멀리즘에 대한 선호 때문으로 보인다. 뱀피로 장식한 톰 포드의 2000년 S/S 컬렉션의 인기가 그에 대한 방증이다. 이에 대해 레너드는 “요즘 인스타그램을 보면 사람들이 독특하고 과한 디자인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더 이색적이고 화려하고 와일드한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 메시지를 많이 받고요”라고 말했다.

MTV 시상식에서 1996년 톰 포드의 구찌 F/W 컬렉션 제품인 딥 레드 벨벳 수트를 착용한 기네스 팰트로. (사진: 케빈 마주르)

톰 포드가 디자인한 구찌 제품에 대한 수요가 치솟고 있지만, 레너드의 아카이브인 랩2022에 있는 제품 중 일부만 실제로 판매된다. 여러 셀럽이 레너드에게 구한 제품을 입고 등장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벨라 하디드뿐 아니라 리한나 역시 과거 1997년 F/W 컬렉션의 블루 벨벳 모노그램 셔츠와 1996년 S/S 컬렉션의 아나콘다 프린트 백 등 랩2022의 여러 제품을 착용했다.

하지만 레너드에게 톰 포드 시절의 구찌 제품을 수집하는 일은 그저 패션 역사 중 일부를 보존하는 것일 뿐이다. “일련의 작품을 보여주는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었을 뿐입니다. 일부 제품을 판매하는 이유는 (아카이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예요.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죠. 대규모 아카이브 유지를 위해 값싸게 판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제품을 아기 다루듯 한다고 친구들이랑 농담을 하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