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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최고의 테킬라 #탐식과 미식 사이 

2022.10.12

by 김아름

    내 생애 최고의 테킬라 #탐식과 미식 사이 

    장인 정신과 시간의 힘을 지닌 차원이 다른 테킬라, 클라세 아줄.

    지난여름 약수역 근처에 있는 힙한 아시안 시푸드 다이닝 바언더바 키에서 흥미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언더바 키는 가리비찜, 홍합모닝글로리, 칠리새우 등 향신료와 감칠맛이 넘치는 각종 해산물 요리에 경쾌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요. 오히려 그날 주문한 와인보다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술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테킬라 브랜드 클라세 아줄(Clase Azul)의 ‘레포사도(Reposado)’였습니다. 

    한 점의 우아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매끈한 곡선의 멕시코 전통 수공예 도자기 보틀이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습니다. 청아한 소리를 내는 종 모양을 닮은 보틀의 상단도 무척 인상적이고요. 병목을 잡은 후 사선 방향으로 살짝 눌러보면 영롱한 종소리가 납니다. 이 테킬라는 이효리의 웹예능 <서울체크인>에도 잠깐 등장해 핫한 술로 주목받기도 했는데요. 화사, 엄정화, 김완선, 보아 등 최고의 디바들이 모인 자리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근사한 술이었죠. 가격은 750ml 기준, 정가 33만원으로 상당히 고가에 속하는 프리미엄 테킬라입니다. 

    그래서 과연 맛은 어떨까요? 투명한 잔에 따라보면 먼저 밝게 빛나는 골드 컬러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다음 눈을 감고 술의 향기를 맡아봅니다. 헤이즐넛, 바닐라, 커피, 시나몬, 아가베 시럽 등 향기로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발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향이 코끝을 스칩니다. 그야말로 테킬라에 대한 선입견을 완전히 깰 수 있는 부드러운 풍미, 향긋한 아로마, 매끄러운 목 넘김을 지녔죠. 보통 테킬라라고 하면 눈을 찡그리며 소금, 레몬, 라임을 함께 먹는 장면이 연상되지만, 그런클리셰없이 오직 테킬라에만 집중할 것을 권합니다. 마시는 방법 역시 샷보다는 오히려 고급 와인을 마시듯 날렵한 플루트 잔이나 넓은 잔에 따라 천천히 향과 맛을 음미해야 해요. 

    이토록 고고한 술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클라세 아줄은 멕시코 할리스코주의 가장 높은 고도에서 자란 블루 아가베로 만드는데요, 이곳의 기후와 토양이 테킬라에 특유의 풍미를 선사하죠. 클라세 아줄은 특히 6~8년간 농익은 아가베만 재배해 테킬라를 양조합니다. 이 아가베는 약 72시간 동안 석조 오븐에서 가열하며, 이 과정을 통해 특유의 향긋한 단맛과 아로마를 얻을 수 있죠. 그  두 번의 증류 과정을 거치며, 아메리칸 위스키 배럴에서 8개월간 숙성시킨 후레포사도라는 이름으로 탄생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더 좋은 퀄리티의 테킬라를 위해 일명하트(심장)’라고 불리는 중간 부분만 추출해 병입한다는 것인데요. 전체를 100이라고 보면 오직 30%의 맑고 깨끗한 테킬라만 선별해 병에 담깁니다. 불순물이 함유된 처음과 끝부분을 제외하고 최고 등급 구간만 취하는 과정에서 장인의 기술과 감각이 총동원되죠. 오랜 시간과 장인 정신으로 소량만 만드는 품격 있는 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클럽에서 빠르게 취하기 위해 한입에 털어 넣는 테킬라와는 차원이 다르죠. 천천히 시간을 두고 오감으로 음미해야 하는 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클라세 아줄은레포사도뿐 아니라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어요. 클라세 아줄 패밀리 중 가장 젊은 테킬라라고 불리는플라타는 숙성과 블렌딩 과정을 거치지 않아 아가베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테킬라입니다. 8년 숙성 후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시킨엑스트라 아녜호플라타’, ‘레포사도를 블렌딩한클라세 아줄 골드는 멕시코의 석양을 모티브로 만든 예술 작품에 가까운 테킬라라고 평가받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라인업, 한정판 테킬라를 계속 모으는 컬렉터가 따로 있을 만큼 한번 빠지면 출구가 없는 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25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이 2022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이 테킬라는 코발트 블루 컬러의 보틀에 깃털 문양을 백금으로 도금해 소장 가치가 높으며, 특히 두 종류의 아메리칸 위스키 배럴에서 숙성해 매우 독특한 향과 풍미를 지니죠. 

    클라세 아줄의 브랜드 스토리를 좀 더 들여다보면, 이들의 역사는 1997년에 시작되었습니다. 특히 멕시코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에 깊이 스며들어 정체성을 알리죠. 대표적인 사례로 클라세 아줄은 멕시코의 장인 커뮤니티 ‘Fundación Causa Azul’을 설립해 지원하는데요. 이 비영리단체는 장인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며, 멕시코의 문화유산 중 하나인 멕시칸 포크 아트를 보존하고자 헌신하고 있습니다. 만들어내는 술뿐 아니라 브랜드 정신도, 경영 철학도 무척 근사한 브랜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테킬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싶다면, 장인 정신이 깃든 차원이 다른 술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기꺼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술이 아닐까요? 청담 미스터 칠드런, 포시즌스의 찰스 H., 파크하얏트의 더팀버하우스처럼 클래식한 바에서 잔술로 입문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프리랜스 에디터
      김선아
      포토
      클라세 아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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