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여성 호러 걸작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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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여성 호러 걸작 # 2

2022-10-30T12:58:47+00:00 2022.10.21|

역대 여성 호러 영화 13편.

7. <유전> 2018 | 넷플릭스왓챠, 티빙

아리 에스터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출세작. 그의 다음 작품 <미드소마>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더 무서운 것은 <유전>이다. 주인공 애니는 죽은 엄마부터 시작해 자신의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진 저주의 실체를 맞닥뜨린다. 스타일과 스토리 사이에서 균형을 잃는 건 결점으로 치부되지도 않는 장르인데, 아리 에스터의 영화는 드물게 양쪽에 모두 충실하면서 전방위로 공포를 유발한다. 그의 영화가 지닌 또 다른 특징이라면 남자 캐릭터를 죽일 때 짓궂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시원시원하다는 것이다. <유전>의 화염 신은 페미니즘 리부트와 시기가 맞아떨어지면서 특히 각광받았다.

 

8. <콰이어트 플레이스> 2018 |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아포칼립스 후 소리에 반응하는 외계인들을 피해 숨죽인 채 사는 가족이 있다. 그런 와중에  막내가 태어난다. 울음을 통제할 수 없는 아기를 데리고 이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여주인공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사가 되어야 한다.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시종일관 적막해서 오히려 극도의 긴장을 유발하는 영화다. 실명 전염병이 창궐하는 도시를 그린 <눈먼 자들의 도시>, 시력을 쓸 수 없는 아포칼립스를 다룬 <버드 박스>와 더불어 감각을 제한하는 것이 자극을 쏟아붓는 것보다 효율적인 서스펜스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9. <> 2020 | 넷플릭스

어머니의 낡은 집을 정리하던 중 유선 전화기를 사용하게 된 서연은 영숙이라는 과거의 여자와 연결된다. 영숙은 과거에서 서연의 운명을 바꿔주고, 그 대가로 자신의 미래를 알려달라 부탁한다. 하지만 자신의 끔찍한 미래를 알게 된 영숙은 무섭게 폭주한다. 영화의 완성도나 인물들의 선택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하지만 전종서가 연기한 영숙은 한국 영화사상 가장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다. 영숙은 가족으로부터 억압받아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 반사회적 인물이다. 그를 연기할 때 전종서는 믿을 수 없이 천진하고 참을 수 없이 위협적이다.

 

10. <티탄> 2021 | 왓챠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보고 선택했다가는 당혹감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심오한 은유를 담은 예술 영화인가 싶지만 곰곰 생각하면 불쾌감 유발을 목적으로 충격적 이미지만 나열해둔 ‘예술충’의 자의식 전시라는 쪽으로 심증이 기울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금종려상의 후광을 거두고 보면 <티탄>은 흥미진진한 신체 훼손 호러물이다. ‘어릴 적 사고로 뇌에 티타늄을 심은 여자가 현재는 쇼걸로 일하는데, 접근하는 남자들을 닥치는 대로 죽이면서 정작 섹스는 자동차와 하고, 결국 자동차로 보이는 무언가를 임신한 채 실종된 아들을 찾는 소방관에게 접근해서 그의 아들인 척 살아가는데…’라고 쓰면 이게 뭔 헛소리인가 할 것이다. 상징과 은유를 해석하려 들면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스타일을 즐기는 것이 이 영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11. <라스트 나잇 소호> 2021 | 웨이브, 티빙

런던으로 패션 유학을 간 엘리는 매일 밤 꿈에서 같은 여자를 본다. 꿈속의 여자는 1960년대 그 방에 살던 가수 지망생 샌디. 소심하고 내성적인 엘리는 성품도 외모도 화려한 샌디를 동경한다. 그런데 샌디가 등장하는 꿈은 점점 악몽으로 변한다. 야망 넘치는 여자가 포식자들에게 짓밟히는 메커니즘을 잘 드러냈고, 스스로 자신을 구원하려던 여성에게 닥친 비극적 결말, 여자들끼리 공유하는 공포와 정서적 연결을 꽉 찬 에피소드와 미장센으로 그려냈다. 안야 테일러 조이의 비범한 매력이 한껏 빛을 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12. <말리그넌트> 2021 | 웨이브

<쏘우>, <컨저링>,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흥행 귀재로 정평 난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코로나 때문에 조용히 넘어갔다. 하지만 많은 평론가들이 <말리그넌트>를 2021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았다. 주인공은 폭력 남편의 죽음 후 다른 곳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을 보기 시작한다. 어릴 적 상상 속 친구 ‘가브리엘’까지 돌아오면서 그의 상태는 엉망이 된다. 앞부분의 스토리는 전형적인 B급 미스터리이고, 연출도 그리 특별할 게 없다. 그런데 후반부 비주얼이 충격적이다. 무섭다기보다 기발하고 그로테스크하고 화끈해서 기립 박수를 치며 폭소하게 되는 쪽이다. 이 영화를 디스포리아에 대한 은유라고 해석하면 조금 엄숙해지지만 그럼에도 통쾌한 건 사실이다.

 

13. <> 2022 | 웨이브, 티빙

<말리그넌트>류의 보디 호러를 좋아한다면 <멘>도 반드시 봐야 한다. 2년 연속 이런 영화가 나와준다는 건 호러 팬들에겐 큰 축복이다. 제목부터 하이라이트 장면까지 ‘본격 남혐 영화’라는 농담이 돌 만큼 남성성에 비판을 가하는 영화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아리 에스터의 감수성과 제임스 완의 대중성을 두루 갖춘 인재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