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데릭 말의 새로운 향을 위한 수식어
야생적이고 대담한, 불같은, 관능적인, 섬세한.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의 조향사 모리스 루셀(Maurice Roucel)과 <보그>가 공유한 신작.
‘에디션 드 퍼퓸 프레데릭 말’과 파트너십을 맺은 첫 번째 조향사입니다.
프레데릭 말을 처음 만난 건 1999년 말에서 2000년대 초반으로 넘어가는 때였습니다. 정말 오래전 일이군요. 조향사 피에르 부르동(Pierre Bourdon)을 통해 만나게 된 그는 자신을 ‘향수 편집자’라고 소개했죠. 첫 만남 이후 그를 위한 향수를 하나 염두에 뒀는데, 그것이 지금의 ‘뮤스크 라바줴(Musc Ravageur)’가 됐습니다.
‘뮤스크 라바줴’, ‘덩 떼 브라’, ‘언컷 젬’까지. 당신의 코에서 탄생한 향수는 매우 강렬하고, 원초적인 느낌입니다.
진정한 관능미는 유연함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 그런 향에 매료됐습니다. 이런 요소는 여성스러운 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죠. 특히 저는 앰버 노트를 좋아합니다. 굉장히 클래식한 구조를 가지며, 톱 노트에 사용될 땐 상쾌함까지 느껴지죠. 오늘날 우리는 바닐라, 말톨과 같이 미각적으로 여운이 남는 부드러운 앰버 노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우드 계열에서는 앰브록사이드, 앰브로시니드, 앰브로스타와 같은 합성향료를 사용합니다. 굉장히 무겁고 강한 잔향을 오랜 시간 느낄 수 있어요. 천연 원료에서는 앰버그리스라는 것이 있어요. 매우 동물적이고, 약간 비릿하죠.
최초로 매료된 향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 맡은 포리지의 달콤한 바닐라 향, 잘츠부르크 바닷가에 살 때의 바다 내음, 열네 살에 용돈으로 직접 구매한 첫 향수 ‘오 소바쥬’가 생각나는군요. 아, 또 있어요. 프랑스에선 열네다섯 살 정도가 되면, 반가움을 표시하는 인사로 서로의 뺨에 키스합니다. 이토록 사람들이 다양한 향을 뿌린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됐죠.
신작은 당신의 정체성을 담은 향입니다.
제 자신만을 위한 향인 만큼, 사실 처음엔 프레데릭에게 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설득당하고 말았죠. 저만의 향수는 결국 ‘프레데릭 말화(Frederic Mallized)’되어버렸어요! 기존 향에서 큰 틀은 가져가되, 몇몇 새로운 향을 추가해 프레데릭 말의 세계에 맞도록 비틀었습니다. 굉장히 앰버리하고 우디한 동시에 펀치처럼 강렬함이 있는 향이죠. 프레데릭은 이 향이 살냄새를 더 깊고, 따뜻하고, 깨끗하게 만들어 미묘하게 성적 매력을 어필한다고 표현하더군요.
‘언컷 젬(Uncut Gem)’이란 이름을 붙인 계기는요?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지만 그마저 의도적으로 계산된 향과 완벽하게 어울리는 이름이에요. 투박하지만 예민하고, 클래식하지만 신선하죠. 향수의 이름이 남성적일 필요가 없다고 여겼습니다. 향수에 성별은 존재하지 않아요. 당신이 이 향수를 뿌리고 싶거나, 뿌리기 싫거나. 둘 중 하나예요. 예를 들어, 중동의 남성들은 장미 향을 뿌리는 걸 선호하지만, 보편적으로 장미는 굉장히 여성스러운 원료죠. 라틴 쪽에서 ‘언컷 젬’은 굉장히 남성적인 향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제가 느낀 바로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영감을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군요.
레스토랑에 앉아 맡은 꽃향기로부터 향수가 탄생하는 것처럼, 무엇이든 영감이 될 수 있죠. 창의적인 과정을 통해 향으로 묘사하는 것이 제가 하는 일이고요. 어떤 면에서 음악가와 비슷합니다. 다만 음표는 명확하게 정의되지만, 향기는 그런 정의가 없죠. 하지만 광대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닌, 독창적이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며 기본적으로 좋은 향을 생각해야 합니다. 상상의 장벽을 허물면서요. 창조란 금지된 것을 무시하고, 뛰어넘는 것이니까요.
이제 뭘 할 건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겨울에 필요한 모든 곡식을 봄여름 동안 열심히 가꾸고, 추수한 후 휴가에 들어가는 시점이죠. 인생의 가장 달콤한 시간이자 맘껏 게으를 수 있는 때입니다. 그렇게 보낼 거예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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