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View from the Top

2022.10.28

by 손기호

    View from the Top

    스키 슬로프부터 도심의 거리까지 누비는 몽클레르가 시작하는 ‘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

    재킷은 몽클레르 바이 미(Moncler By Me), 팬츠는 8 몽클레르 팜 엔젤스(8 Moncler Palm Angels).

    하얀 눈으로 빛나는 슬로프는 프리스타일 스키어와 신나게 달리는 스노보더에게 자기표현의 장이 되어준다. 그곳은 멋진 스타일을 과시할 훌륭한 쇼케이스가 되기도 한다. 내가 스키를 타면서 처음으로 시도한 스타일링은 스웨덴 방학 여행에서 다채로운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에 듬뿍 바른 것이었다.

    그 후 내 스키 스타일의 중심은 늘 함께하는 다운 재킷이었다. 그건 스키 슬로프를 벗어나도 마찬가지였다. 기온이 내려가면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니트와 트랙 팬츠에나 저녁 약속을 위해 생 로랑 칵테일 미니스커트와 하늘하늘한 블라우스 위에 다운 재킷을 입기 때문이다. 그리고 패션 소비를 조장하는 말이라는 이유로 애슬레저를 질색할지도 모르지만, 이 유행 덕분에 우리는 당분간 침낭 같은 재킷을 걸칠 수 있는 자유를 얻었다(다운 재킷 안쪽은 포근하지만, 겉모습은 살짝 끔찍해 보일 수 있다).

    내년 초에 떠날 스키 여행을 계획하면서, 나는 ‘이제 무엇을 입어야 하지? 판에 박은 듯한 인스타그램 무리들과는 별개로 개성 있는 뭔가를 입어야 하지 않을까?’를 고민했다. 그렇지만 스키복을 연례행사처럼 구매하지 않기에, 스키 슬로프 밖에서도 근사한 뭔가를 원했다. 몽클레르(Moncler)를 살펴보자. 산악 마을 모네스티에 드 클레르몽(Monestier-de Clermont)에서 이름을 딴 이 고급 아우터 브랜드는 대도시에서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이번에 신규 개인 맞춤 서비스 ‘몽클레르 바이 미’를 온라인과 맨해튼, 파리, 밀라노, 도쿄의 몽클레르 매장에서 론칭했다.

    개인 맞춤 제작을 위한 두 가지 퀼팅 재킷 디자인이 있다. 모두 상징적인 유광 마야(Maya) 재킷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것은 오리지널 몽클레르입니다. 1952년에 만든 첫 재킷이었죠.” 몽클레르의 회장 겸 CEO 레모 루피니(Remo Ruffini)가 밀라노 사무실에서 말했다. “당연히, 완전히 똑같지는 않죠. 기술, 중량, 품질 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졌죠.” 올해 모델에는 특징적인 부댕(Boudin) 구조를 가미해 더 날렵한 실루엣을 선보였다. 정확한 비율로 다운을 채워 넣은 가로로 바느질한 퀼팅으로, 확실히 보온성은 향상되고 중량은 가벼워졌다.

    여성용은 미르(Mir), 남성용은 바이온(Vion) 스타일이 있다. 그렇지만 흔히 생각하는 재킷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건 유동적인 프로젝트로서 루피니가 그 브랜드에 접목한 다양한 미적 요소와 일맥상통하면서 모던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4년 전 몽클레르 지니어스(Moncler Genius)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는 발렌티노의 피엘파올로 피촐리, 크레이그 그린, 조나단 앤더슨, 시몬 로샤 같은 디자이너들이 돌아가면서 급진적인 몽클레르 디자인을 탄생시킨 것이었다. “그것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공동체와 소통하는 방법이었죠.” 루피니가 말했다. 각 디자이너들이 멋스러운 활동복이 될 만한 것을 창작하려고 도전했기 때문에, 몽클레르 지니어스는 하나의 비전에만 의존하지 않으면서 더 폭넓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가장 기본적으로 준야 와타나베와의 협업이 효과적인 신기술과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도록 도운 것 같아요”라고 루피니가 말했다.

    어디서든 스키를 즐기는 뛰어난 스포츠맨 루피니는 이 신규 서비스를 패션 자체로만 보지 않는다. “자유가 그 핵심이죠. 고객에게 주고 싶은 것이 바로 그 자유입니다.” 여름이 지나면서 이 브랜드의 캠페인 스타일리스트 사라 안델만, 파비앵 바롱, 칼 템플러를 비롯한 이들이 그 서비스를 먼저 경험해보았다. “사라가 잘했더라고요.” 루피니가 전설적인 컨셉 스토어 콜레트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에 대해 말했다. 그녀가 자신의 재킷을 맞춤 제작하면서 ‘눈과 사랑,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고 한다. 화이트 베이스에 그린 클로버 몇 개와 커다란 레드 하트로 재킷을 장식한 그녀는 이 신규 서비스에 내포된 ‘스키장뿐 아니라 일상에도 어울린다는 개념’에 대해서도 공감했다. 그녀가 “제게 몽클레르 바이 미는 산과 도시, 부드러움과 보호를 의미합니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직관적으로 이 온라인 개인 맞춤 프로세스를 시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런던은 37도가 넘는 기록적인 찜통더위였다. 나는 우선 한 사이즈 크게 골랐다. 재킷 속에 히트텍을 입고 운동할 뿐 아니라 후드 스웨트셔츠나 아란 니트 위에 재킷을 입고 덜 매력적인 도시의 삶에 대담하게 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다음 나는 팬톤 컬러 차트처럼 화면에 펼쳐진 네 가지 테마의 몽클레르 컬러웨이에서 색상을 골랐다. 그 네 가지는 아이코닉(몽클레르 브랜드를 떠올리게 만드는 클래식 삼색), 마운티니어링(에메랄드, 화이트, 올리브색), 파니나로(향수 어린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두드러지던 스포츠웨어 믹스 컬러인 쿨 빈티지 오렌지, 브라이트 피콕 블루), 스페셜 70°(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라일락과 청록색)이다.

    밀라노에서 1980년대에 유행하던 청년 문화에서 이름을 딴 파니나로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그래피티를 가미한 다채로운 색상의 몽클레르와 오토바이를 믹스한 프레피 스타일을 추구하던 당시의 멋쟁이를 떠올렸다. 이 몽클레르 스타일은 이탈리아 북부 코모에서 살던 15세의 루피니가 처음으로 그 브랜드 제품을 사게 만들었다. “어머니가 ‘오토바이 같은 것을 타고 학교에 가고 싶으면, 커다란 재킷을 입어야 해. 너무 추워!’라고 말씀하셨죠.” 루피니가 내게 말했다(몽클레르는 그만큼 멋스러울 뿐 아니라 실용적이었다). 그것은 또한 나의 초창기 스키 여행, 미러 선글라스, 워머, 늘 더 밝은색을 선호하던 시대의 선정적인 컬러를 떠올려주었다(차분한 블랙 재킷은 가라!). 나는 선명한 ‘하늘빛 블루’와 ‘호피 무늬’를 골라, 개인 맞춤이 가능한 여섯 가지 재킷 섹션에 그것들을 적용시켰다.

    화면상 3D 재킷의 시각화는 그림자와 빛을 그대로 재현하고 360도 뷰를 제공했다. 그다음 내 재킷을 보니 내가 좋아하는 스포티한 스타일 참조 대상 두 명(서로 굉장히 이질적이지만)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 명은 질주하는 포뮬러 원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Ayrton Senna)이고, 다른 한 명은 헤드와 보그너를 우아하게 믹스한 대담한 스타일링이 돋보였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였다. 나는 컬러를 입혀보면서 후드부터 클릭해, 곧장 레오퍼드 무늬를 적용했다. 탈착 가능하기 때문에, 화려한 드라마 주인공에게도 얼마든지 어울릴 듯했다.

    나는 재킷에서 화이트를 최소화하고 몸통 부분을 산뜻하게 유지하면서, 팔 부분에도 레오퍼드 무늬를 추가함으로써 (레트로 스포츠 분위기를 풍기는) 조끼처럼 보이도록 연출했다.

    한쪽 소매 부분에 로고를 새긴 펠트 포켓이 부착되어 있고, 내게는 그 정도로 충분했지만 더 큰 로고, 문구나 눈송이, 하트, 스타, 행운의 클로버, 태양, 불꽃, 구름 등 원하는 심벌을 새길 수도 있다(고르면 동시에 업데이트되는 재킷 가격은 개인 맞춤 수준을 반영해 1,945달러부터 2,670달러 사이에서 책정될 수 있다). 내 모노그램을 처음에는 가슴 부분에 보통 사이즈로 그리고 그다음에는 등 쪽에 더 큰 사이즈로 넣어보다가, 팔 부분에 파란색 고딕체로 쓰기로 결정함으로써, 스키 뒤풀이 행사처럼 ‘엔도르핀이 솟구치는 스카이 블루 컬러 안감’을 살짝 보여주었다. 나는 보통 ‘색 덩어리를 이어 붙인다’는 뜻의 컬러 블록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초조해진다. 그것은 레고 컬러 조합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디자인 완료’를 클릭했을 때, 내 방식대로 향수 어린 스키 재킷을 만들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살짝 대담한 디자인이 심지어 내 스키 실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면 좋겠다고 남몰래 기대했다).

    3주 후 누에고치 같은 내 재킷이 거대한 몽클레르 박스에 담겨 배송되었다(가끔 사용하는 고글, 문 부츠 등을 넣어두기에 제격이었다). 그 재킷은 매끄럽고 광택이 있으며, 하이 라이즈 블랙 카이트(Khaite) 진, 터틀넥과 잘 어울렸다.

    루피니는 디자인과 배송 측면에서 이 서비스의 끝없는 가능성과 확장을 이야기했다. “이것은 단지 취향이죠.” 그가 말했다. 그러더니 “안녕히 계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그가 보트를 타고 카프리와 이탈리아 남부를 향해 출발했다. 그의 몽클레르 바이 미 네이비 블루 재킷이, 안데스 고원의 알티플라노(Altiplano)에서 펼쳐질 그의 더 멋진 모험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평범한 스키가 아니에요.” 그가 인터뷰를 시작할 때 내게 말했다. 실제 스키 슬로프에서든 생동감이 크지 않은 요소를 직면하는 도심의 거리에서든, 아마도 우리는 초절정 개성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Emma Elwick Bates
    스타일리스트
    Gabriella Karefa-Johnson
    사진
    Campbell Ad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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