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 5’ 포토그래퍼 정멜멜_THE LIST

2022.11.08

by Anna

    ‘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 5’ 포토그래퍼 정멜멜_THE LIST

    흔히 잘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좋아하는 걸 잘하기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포토그래퍼 정멜멜은 후자에 가깝다. 웹 디자이너로 일하다 취미로 사진을 시작한 정멜멜은 몇 년 사이 수많은 팬의 지지를 받는 인기 포토그래퍼가 되었고, 첫 번째 여행 사진 책 <레투어 : 시칠리아>에 이어 최근 사진 에세이 <다만 빛과 그림자가 그곳에 있었고>까지 펴냈다. 그녀의 사진에는 찰나의 포착을 넘어 오랜 시간을 응축한 듯 단단한 힘이 있다. 고심하고 고심해서 셔터를 누른 것처럼 한 장의 사진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런 이유로 구석구석 살펴보게 되기에 마치 갤러리에 걸린 그림처럼 매력적이다.

    포토그래퍼 정멜멜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멜멜의 클라이언트는 뷰티, 스타트업, 패션, 매체, 푸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그녀의 사진은 하나의 프레임에 갇힌 작업이라기보다 경계가 없어서 다음 작업이 더 궁금해진다. 반려견 택수와 함께하는 일상을 비롯해 감각적인 순간과 개인적인 취향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정멜멜에게 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에 대해 물었다.

    디터 람스 – 비초에 620

    디터 람스의 다큐멘터리 <Rams, 2018>을 보고 난 뒤, 항상 위시 리스트에 올려두었던 의자다. 다큐멘터리에는 “그는 스스로를 조용한 거품 안에 가둡니다”라는 표현과 함께 50년간 한 번도 이사하지 않은 집이 나오는데, 거실 여기저기에 무심하게 널브러진 620 체어를 보고 언젠간 저 의자를 집에 들이겠다고 생각했다. 묵직하면서도 매끈한 스틸 프레임에 얹은 부드러운 가죽 시트가 두고두고 봐도 질리지 않을 것 같아 올해 마음먹고 구매했고, 2개의 620 체어를 붙여 소파로 쓰고 있다. 바퀴가 달려 배치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아스티에 드 빌라트 – 옐로 멜로 페포 플래터

    얼마 전 다녀온 프랑스 여행에서 유일하게 사 온 기념품은 아스티에 드 빌라트와 존 데리안이 협업해 선보인 멜로 페포 시리즈. 커다란 플래터 하나와 작은 접시를 샀다. 노란 바탕 위 갈색 무늬가 동물의 털 같기도, 이름 모를 열매 같기도 하다. 회화적인 터치가 과감해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눈길을 빼앗겼다. 수화물로 가져오기는 영 불안하고 번거롭기도 해서 그릇 쇼핑은 자제하는 편이고, 아스티에 드 빌라트의 접시들은 특히 더 충격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너무 취향을 건드려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었다.

    아베다 – 쿨링 밸런싱 오일 컨센트레이트 

    두통이 잦은 나에겐 립스틱이나 파운데이션보다 더 중요한, 파우치에 없어서는 안 될 아이템이다. 전조 증상이 나타날 때 관자놀이나 미간에 롤링해주면 꽤 효과가 있다. 편두통 고민을 트위터에 올렸을 때 누군가 추천해주셨는데, 그 뒤로 10통 가까이 구매했다. 7ml의 마법이라고 할까. 작아서 휴대하기도 좋고, 블루 캐머마일과 페퍼민트 성분이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호카오네오네 – 본디 시리즈

    같은 신발을 한 번 이상 산 적이 없는데, 이 신발을 알고 나서 예외가 생겼다. 괴상할 정도로 두꺼운 아웃솔 때문인지 어글리 슈즈로 분류되는 듯하지만, 그 덕분에 착용감이 좋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창업자들이 프랑스에서 만든 브랜드라고 하는데, 나는 러너는 아니라 주로 장시간 촬영할 때 신는다. ‘호카오네오네’라는 이름 때문에 일본 브랜드로 생각할 수 있지만,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언어라고. 얼마 전 <헤어질 결심>에서 극 중 형사 장해준으로 분한 박해일이 범인을 잡을 때 호카오네오네를 신고 뛰는 것을 보고는 어쩐지 더 좋아졌다.

    베이스레인지 –  쇼 라인

    베이스레인지 룩북에 등장하는, 주름이 있거나 팔뚝이 매끄럽지 않고, 배가 불룩하고, 은발이거나 미간에 피어싱을 한 여성들을 좋아한다. 베이스레인지 창업자들이 인터뷰에서 그들을 ‘강하고 활동적이며 현실적인 여성들(real women)’이라고 한 것을 읽었는데,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끈이 달려 자유로운 연출이 가능한 베이스레인지의 시그니처 스타일 쇼(Shaw) 라인은 원피스로도, 반팔로도, 긴팔로도 구입해서 입을 정도. 편하고도 아름답다.

    THE LIST 시리즈

    ‘요즘 가장 애정하는 물건 5’ 디자이너 김지은_THE LIST

    프리랜스 에디터
    Anna
    포토
    Courtesy Photos
    디자이너
    허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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