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차곡차곡, 차와 술의 기막힌 만남 #탐식과 미식 사이

2022.11.15

by 김아름

    차곡차곡, 차와 술의 기막힌 만남 #탐식과 미식 사이

    좋은 차와 술을 페어링하는 도심 속 안식처, 절기에서 보낸 하루. 

    차와 와인을 함께 즐겨보신 경험이 있나요? 사실 이 두 가지는 굉장히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다채로운 레이어의 향과 맛을 지녔다는 점, 테루아르(땅, 자연환경)가 그것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 그리고 수 세기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문화가 있다는 것까지. 함께 자리할 때 시너지를 내는 조합이라고 할 수 있죠. 무엇보다 당신이 애주가라면 기분 좋게 취기가 오를 때 몸속으로 타고 내려가는 따뜻한 차 한 잔의 힘은 강한 울림을 선사할 거예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기분마저 드니까요. 

    차와 와인의 흥미로운 페어링을 시도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의 빽빽하게 들어선 빌딩 숲에 자리 잡은 티하우스 절기가 바로 그곳이죠. 절기란 1년을 태양력으로 나눈 24절기를 의미합니다.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정표지만 숨 가쁘게 살다 보면 놓치기 쉬운 철학적인 시간의 개념이죠. 절기는 공감각적 전시와 함께 차 한 잔의 여유를 담아내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 공간이에요. 

    티하우스 절기 문 앞에 서면 갤러리를 찾은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커다랗게 비운 통유리 창엔 산으로 형상화한 폴리카보네이트가 펼쳐져 있어요. 그 위로는 태양력을 형상화한 동그란 조명이 눈길을 사로잡죠. 자연의 비례감을 담은 모습에 보고 있으면 눈도 마음도 편안한 기분이 들어요. 바쁘게 길을 걷던 사람들이 잠시나마 숨을 돌리며 유리를 사이에 두고 한 발짝 떨어져 이 풍경을 관조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한 공간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등고선처럼 나지막한 계단식 바닥이 등장합니다. 그 앞으로 묵직한 느낌의 티 바가 등장하고, 물결 모양으로 나뉜 티 룸 공간에서는 객석에 앉은 것처럼 자연 영상을 감상하며 다양한 차를 테이스팅할 수 있습니다. 자연 힐링 영상 채널 ‘하이브로스(Hibros)’ 팀과 협업해 제작한 영상에는 비현실적 시공간이 펼쳐집니다. 어느 날엔 최 대감 댁 정자에 앉아 비 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 다른 날엔 하동 차밭에 앉아 찻입 채엽하는 것을 구경하며 차와 술을 음미할 수 있죠. 

    이곳에서는 티와 칵테일 클래스, 와인 시음회, 쿠킹 클래스 등 최신 트렌드를 담은 흥미로운 이벤트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어요. 특히 오직 절기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코스는 차와 와인을 함께 내주는 페어링 세트입니다. 곡우에 막 경작한 하동의 녹차 혹은 동방미인 햇차와 함께 부르고뉴의 유명한 생산자 메오 카뮈제의 와인을 함께 시음할 수 있는 식이죠. 차와 와인의 종류는 그때그때 달라집니다. 차와 와인은 산지와 토양을 중요시하죠. 숙성에서 오는 미묘한 맛의 변화를 비교하며 느낄 수 있는 가장 고도화된 미식 문화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두 가지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경험은 굉장히 섬세한 미식 경험입니다. 

     

    절기에서는 차 그리고 와인과 함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지극히 순수한 음식을 만드는 간단한 제철 핑거 푸드를 함께 즐길 수 있어요. 서로 결이 비슷한 두 브랜드는 신중하게 와인을 고르고 이와 어울리는 푸드 메뉴와 차를 사려 깊게 골라 소개합니다. 지난여름엔 깊은 풍미의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과 함께 쿠키 크럼블에 와인 포치드 복숭아를 올리고 유자 치즈를 얹은 다과를 선보였고, 여기에 단맛이 감도는 중국 대표 명차 백모단을 곁들였어요. 공기가 한결 쌀쌀해진 가을엔 부르고뉴 피노 누아 레드 와인에 풋마늘 페스토를 얹은 순대와 간을 페어링했고, 마지막엔 따뜻한 보이차 숙차로 엔딩을 장식했죠. 다른 곳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하고 유니크한 페어링을 앞으로도 계속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절기는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을 곁에 두고 가까운 사람들과 계절의 순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예술적인 공간에서 명상하는 마음으로 복잡한 상념을 잠시 내려놓고 좋은 차와 술, 음식으로 그 빈틈을 채울 수 있는 안식처 같은 공간이죠. 사랑하는 연인 혹은 좋아하는 그 누군가와 함께 좋은 취향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요. 차가운 이 계절에 향긋한 와인 한 잔 그리고 따뜻한 차로 심신을 릴랙스해보세요. 일상의 위안은 늘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프리랜스 에디터
      김선아
      포토
      절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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