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완벽한 맨션

Living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완벽한 맨션

2022-11-24T14:52:04+00:00 2022.11.23|

루이 비통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건축가 발레리오 올지아티와 함께 18세기 파리 건물을 자신만의 성지로 꾸몄다. 멤피스 그룹의 작품,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자취도 무사히 안착했다.

현관 로비에는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의 의자 위에 미하라 쇼헤이(Shohei Mihara) 램프, 피터 소렐(Peter Sorel)의 사진을 걸었다.

서재는 다카하마 가즈히데(Kazuhide Takahama) 조명을 파스칼 무르그(Pascal Mourgue)의 캐비닛 위에 배치했다. 사진은 콜리어 쇼어(Collier Schorr)의 작품이며, 과일을 놓은 트롤리는 구라마타 시로(Shiro Kuramata)의 것이다.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는 2018 스프링 컬렉션을 위해 18세기 후반 품위 있는 프록 코트와 최신식 운동화를 결합했다. 루브르 박물관 시계관(Pavillon de l’Horloge)에서 열린 패션쇼를 그 특유의 빠른 속도로 진행하기 위한 조치였다. “‘시대착오’라는 것을 흥미롭게 생각했어요.” 그가 당시 <보그>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런 시대 간 충돌은 제스키에르가 1997년 발렌시아가의 디자인을 이끌면서 급부상한 후로 그의 작품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발렌시아가의 창립자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의 조각적인 미드 센추리 스타일을 시대정신이 가미된 미래적인 아이디어에 접목하면서 패션계를 재편해왔다. “역사를 반영하길 좋아해요.” 그가 말했다. “아름다운 의상의 장엄함과 요소를 가져오려 하죠. 그와 동시에 앞을 내다보며 변모하는 것도 아주 좋아해요. ‘레트로 퓨처 비전’ 같은 거예요. 새로운 시대와 문화의 기본 요소를 한데 모아놓는 것입니다.”

제스키에르가 파리에 마련한 새집이 보여주듯, 그가 즐겨 하는 시간 여행의 황홀감은 생활환경으로까지 확대됐다. “놀라움을 선사하는 공간을 좋아해요.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옮겨갈 때 각기 다른 감각으로 연결된 집 말이에요.” 팬데믹 이전, 이 변화무쌍한 디자이너는 쾌적한 부르주아 분위기를 풍기는 파리 제8구에 거주했다. “파리에서 이방인처럼 살고 싶던 때가 있었죠.” 그 시간은 지났고, 이제 제스키에르는 많은 이처럼 안식처를 갖고 싶었다. 20년 전에 살던 파리 마레 지구로 돌아가고 싶었다. 중세의 흔적이 남은 거리와 17~18세기에 조성된 중후한 광장과 맨션으로 꽉 찬 그곳은 기적적으로 19세기 후반 오스만 남작(Baron Haussmann)의 도시 재정비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건축물을 잘 보존하고 있다.

제스키에르는 한 친구 덕분에 이곳에서 안뜰 뒤편에 감춰진 2층짜리 부속 건물을 발견했다. 두아니에 루소(Douanier Rousseau)의 그림처럼 빽빽한 야자수와 양치식물 숲으로 이뤄진 우아한 비밀 정원 덕분에 이웃 시선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집이다. 파리에 있는 아파트라기보다 지방의 한 귀족이 소유한 웅장한 주택 같았다. 건물의 이전 소유자 중 한 사람인 디자이너 팔로마 피카소(Paloma Picasso)가 자신만의 감성을 더한 상태였다. 특히 두 개의 응접실 중 처음 시공한 강렬한 다마스크 디자인의 고풍스러운 벽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것 중 하나가 전에 살던 사람들의 추억이죠.” 제스키에르가 말했다. “그들의 이야기와 취향을 느낄 수 있어요. 특히 저 태피스트리가 저를 미치게 만들었죠!”

제스키에르는 벨벳 놀 소파(Knole Sofa)부터 멤피스 아티스트의 걸작품에 이르기까지, 그가 어딜 가든 챙겨온 귀한 가구를 여기저기에 배치했다. 사진가 어빙 펜(Irving Penn), 리처드 아베돈(Richard Avedon),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장 폴 구드(Jean-Paul Goude)의 작품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그는 이 집에서 1년 정도 지낸 후 팬데믹 직전 위층의 인테리어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침실 두 곳과 작은 응접실로 개조하기로 한 것이다.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었어요. 특히 2020년대 감성을 불어넣으면 흥미로울 것 같았죠. 그렇게 즐거운 골칫거리가 시작되었죠!”

구라마타 시로 캐비닛,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 탁자, 그 위에 장 미셸 빌모트(Jean-Michel Wilmotte) 램프를 놓은 제스키에르의 서재. 그야말로 인테리어 디자인의 성지다. ‘로켓티어(Rocketeer)’ 가면이 아일린 그레이의 ‘E-1027’ 탁자와 벽에 걸린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의 작품과 마주한다.

응접실에 마우리치오 페레갈리(Maurizio Peregalli)가 디자인한 의자와 자노타(Zanotta) 탁자가 놓여 있다. 다양한 그릇은 안젤로 만지아로티(Angelo Mangiarotti)의 것이다. 이 집의 예전 소유주였던 디자이너 팔로마 피카소가 시공한 앤티크 다마스크 벽지를 그대로 두었다.

그는 이 집에서 1년 정도 지낸 후 팬데믹 직전 위층의 인테리어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침실 두 곳과 작은 응접실로 개조하기로 한 것이다. “정말 매력적인 곳이었지만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싶었어요. 특히 2020년대 감성을 불어넣으면 흥미로울 것 같았죠. 그렇게 즐거운 골칫거리가 시작되었죠!”

스위스 건축가 발레리오 올지아티(Valerio Olgiati)의 혁신적인 작품은 오랫동안 제스키에르의 눈길을 끌어왔다. 그는 이 건축가가 자기 집 외에 주거지 의뢰는 결코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인들은 제스키에르에게 이 위대한 건축가가 작은 규모의 좀 더 개인적인 프로젝트에도 호기심을 보일지 모르니 우선 그를 만나보라고 권했다. 결국 제스키에르는 올지아티의 근사한 빌라 알렘(Villa Além)을 찾아갔다. 콘크리트 종이 상자 같은 건물이 외딴 코르크 나무 숲에 자리했다. 제스키에르는 그 건축물을 보면서 브루탈리즘 건축에 담긴 인간적인 특성에 경외심이 생겼다. “자연 한가운데 놓인 안식처 같았죠. 이 미니멀리즘은 자연미를 담으면서 정말 실용적이었죠. 올지아티는 상상, 창의성, 사고를 위한 여지를 남겨놓는 방식으로 영적인 공간을 창조해내죠.”

제스키에르는 올지아티, 그의 아내이자 동료 건축가 타마라(Tamara)와 함께 점식을 먹으며 자신의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처음에 올지아티는 기존 건축물 작업이라는 점에서 망설였다. 그렇지만 제스키에르는 다양한 영감을 통한 자신만의 업무 방식을 설명하면서 올지아티를 설득했다. “저의 창의적인 세상에는 이런저런 것들을 합쳐놓은 콜라주가 있어요.” 후에 올지아티가 파리에 있는 그 현장을 방문했고, 큰 흥미를 느껴 그 프로젝트를 맡기로 했다. 신이 난 제스키에르는 그 건물의 일부만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드레스 룸, 욕실, 샤워실 설치를 원한다고 전했으며, 나머지는 건축가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그렇지만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이 창조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하얀색 조명과 18세기 가구로 꾸민 미래지향적인 침실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음을 인정했다. “어느 시점에, 공상과학영화에 대해 언급해버렸죠.” 그가 장난치듯 말했다. 제스키에르는 <스타워즈> 헬멧도 무척 아낀다. (그 집에 처음 방문한 그의 할머니를 당황하게 한 소품이다. 할머니가 그에게 “도대체 뭐가 문제니? 왜 벽난로에 진공청소기를 올려놨어?” 하며 물었다고 한다.) 그다음 올지아티가 제스키에르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중 한 가지가 “어두운 공간에서 자길 원하나?”였다.

구라마타 시로의 ‘애플(Apple)’ 의자 한 쌍을 에토레 소트사스의 ‘데미스텔라(Demistella)’ 콘솔 옆에 나란히 두었다. 벽난로에는 제스키에르의 할머니가 진공청소기로 착각한 스톰트루퍼(Stormtrooper) 헬멧을 놓았다.

응접실의 문을 열면 포르투갈산 대리석 계단이 이어진다. 건축가 발레리오 올지아티의 감각이다. 제스키에르도 이 자재에서 생동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응접실의 놀 소파 두 점과 카펫은 제스키에르가 이사 다닐 때마다 챙긴 것. 중앙의 커피 테이블은 놀(Knoll)에서 구매했다. 왼쪽에 구라마타 시로가 1968년 카펠리니(Cappellini)에서 디자인한 피라미드 서랍장이 있다. 인피니티 미러 중 하나에 비치는 플로어 스탠드 램프는 한스 홀라인(Hans Hollein), 꽃병은 올리비에 가녜르(Olivier Gagnère)의 것이다.

아이디어를 전개하고 자재를 조달하는 데 1년이 걸렸다. 건물 외관은 손대지 않았다. 응접실 문을 열면 회색 대리석 계단이 이어졌다. 이는 같은 포르투갈산 대리석 패널로 전체를 시공한 위층 공간의 변신에 대한 단서다. 패널 여러 장을 여닫이 윈도 셔터처럼 설치했다. 그 셔터들이 닫히면, 공간은 석관 같은 느낌을 풍긴다. 제스키에르가 어두운 곳에서 잠자는 것을 좋아해서 다행이다.

제스키에르는 그 공간의 고요함을 향유하는 중이다. “하나의 컬렉션이 끝나면 바로 다음으로 점프해요. 그렇기에 이렇게 순수한 안식처가 필요했어요. 수많은 생각의 가지를 치지 않으면서도 분명히 전개되는 그런 곳 말이죠.” 이 디자이너는 컬렉션을 만들 때마다 수천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세상에서, 잠시 그 과정을 내려놓기를 즐긴다. “그대로 흘러가게 두는 편이 좋아요.” 그가 말했다. “절대적인 신뢰가 있으니까요.” (VK)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아끼는 <스타워즈> 스톰트루퍼 헬멧이 아르데코 양식의 선반 위에 자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