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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하우스 우영미’, 완벽한 꿈의 아틀리에

2022.12.02

by 공인아

    새로운 ‘하우스 우영미’, 완벽한 꿈의 아틀리에

    ‘우영미’ 하면 구조적 실루엣의 유려한 수트 한 벌이 떠오른다. 브랜드 미학을 담은 꿈의 아틀리에에서 디자이너 우영미를 만났다.

    폭이 좁은 판을 일정 간격을 두고 수평으로 배열하는 루버 양식으로 장식한 외관.

    해외 바이어, 프레스를 응대하는 미팅 룸. 미니멀하지만 섬세함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미학이 느껴진다.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카이브 룸. 34년 히스토리가 이곳에 응축되어 있다.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아카이브 룸. 34년 히스토리가 이곳에 응축되어 있다.

    정문을 열고 들어오면 가장 먼저 목격하는 공간. 실버, 레드, 그레이의 조화가 근사하다.

    코트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원단으로 리커버링한 의자, 해외 빈티지 숍에서 구매한 스툴 등 기능적이면서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한 그녀의 집무실. 벽에는 스페인에서 주문 제작한 칠리다 러그를 걸었다.

    셀 수 없이 많은 판을 수평으로 배열해 루버(Louver) 양식으로 완성한 웅장한 건물로 들어서자 끝이 보이지 않는 아카이브 룸이 펼쳐졌다. 강렬한 레드 커튼으로 장식한 다섯 곳의 미팅 룸에서는 해외 바이어, 협력사와 회의가 한창이었다. 차가운 금속 재질의 신비로운 계단을 오르자, 완벽하게 재단된 브라운 수트를 입고 서 있는 디자이너 우영미가 보였다. “하우스 우영미에 오신 걸 환영해요. 이곳은 ‘솔리드 옴므’와 ‘우영미’ 두 브랜드의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공간이자 글로벌 비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죠.” 집무실에 들어서자 파리의 오래된 아파트가 떠올랐다. 멋스럽게 올이 풀린 빈티지 러그와 거뭇거뭇 비침이 있는 빈티지 소파, 앤티크 거울,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빈티지 캐비닛 등 사적 취향이 담긴 물건이 곳곳에 자유롭게 놓여 있었다. 그 모든 것이 신기할 만큼 조화로웠다.

    ‘솔리드 옴므’ 론칭 34년 만에 근사한 아틀리에를 오픈했다. ‘하우스 우영미’는 어떤 의미인가?

    100여 명의 우영미 크루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사옥을 만드는 것은 예전부터 꿈꿔왔고 언젠가 이루리라 다짐하던 일이다. 솔리드 옴므와 우영미는 나에게 아들 같은 존재다. 이들을 훌륭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 안전한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론칭 이후 늘 갖고 있었는데, 지난해 어느 날 결단을 내리게 된 사건이 발생했다. 30년 동안 애지중지 지켜온 아카이브가 누수로 모두 젖은 것이다. 더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사옥 소재지로 청담도 한남도 성수도 아닌 아차산을 선택한 것이 생소하다.

    오직 면적의 문제였다. 도심에서 솔리드 옴므와 우영미의 방대한 아카이브를 모두 품을 공간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서울 시내 곳곳을 탐색하고 다니다가 오래된 웨딩 홀이 있던 이 자리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 또렷하게 그림이 그려졌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 이야기’의 배경지였다.(웃음)

    5년 전 <보그> 인터뷰에서 패션 디자이너가 아니었으면 건축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답한 적 있다.

    건축, 공간 디자인에 늘 관심이 많다. 공간이 주는 강력한 힘을 믿기 때문이다. 건축과 패션은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다. 옷은 사람에게 가장 가까운 공간이고 건물과 집은 그 확장 버전이니,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다. 평소 중압감이 느껴지면서도 섬세한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조각 작품을 좋아하는데, ‘하우스 우영미’를 준비하면서 다시 그의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영감을 얻었다.

    실제로 ‘하우스 우영미’ 디자인과 설계에는 어느 정도 관여했나?

    단언컨대 99.9% 나의 손길로 완성했다. 페인트 컬러 하나도 허투루 고를 수 없었다. 같은 레드라도 햇빛 아래에서 보는 것과 그늘에서 보는 것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아주 잘 아니까. 두 브랜드를 만드는 크루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만큼, 근사하게 만들고 싶었다. 공사를 준비하며 도면을 수백 장은 족히 본 것 같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외관이다. 중세 유럽 건축양식인 루버를 적용해 웅장하면서도 섬세하고 우아하게 장식했다.

    그런데 외관을 레드로 선택한 건 조금 의외다. 우영미와 레드라니, 어쩐지 새롭다.

    그동안 레드를 좋아한 적이 별로 없다. 지금까지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메인 컬러로 레드를 써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런 ‘레드의 결핍’ 때문일까? 최근 들어 숙명적으로 레드에 끌렸다. 앞으로 솔리드 옴므와 우영미 컬렉션에서도 다양한 레드를 볼 수 있을 거다.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테라스 전체에 데크를 깔고 요가 매트를 두었다.

    재단사와 패턴사가 있는 6층 풍경. 이들은 브랜드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목격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통창으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솔리드 옴므’의 프레젠테이션 룸. 다음 시즌 출시될 의상을 계획하고 마무리 짓는 핵심 공간이다.

    ‘하우스 우영미’는 6개 층으로 나뉘었다. 각 층의 용도가 궁금하다.

    먼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담은 핵심 층은 1층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사서가 관리하는 라이브러리가 있는데, 방대한 양의 아트 북이 진열되어 있다. ‘하우스 우영미’ 소속 크루 누구나 이곳에서 원하는 책을 빌려서 필요한 영감을 얻는다. 반대쪽은 아카이브 룸이다. 34년 동안 내가 흘린 피, 땀, 눈물의 결과물이 한데 모인 곳이다. 2층에는 나의 집무실과 두 브랜드의 프레젠테이션 룸이 있다. 다음 시즌에 선보일 컬렉션의 모든 작업이 그곳에서 시작되고 또 마무리된다. 3층에는 마케팅 팀과 니트 디자인 팀, 액세서리 팀이 근무하고, 4층과 5층은 각각 우영미 팀과 솔리드 옴므 팀이 각자의 임무를 다하고 있다. 6층은 샘플을 만드는 곳으로, 아차산을 등진 채 재단사와 패턴사들이 작업에 한창이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은 공간은 어디인가?

    1층에 자리한 아카이브 룸이다. 삼성동 사옥에 컬렉션 샘플을 비롯해 수많은 아카이브를 보관했는데 정리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번에 ‘하우스 우영미’로 옮기면서 지난 34년간의 아카이브를 모두 정리하고 디지털화했다. 오래된 상자에서 어렵게 찾은 30년 전의 드로잉화는 거의 고문서 수준이었다.(웃음)

    디자이너 우영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하우스 우영미’에도 직원들을 배려해서 만든 장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고 들었다.

    오픈 키친과 미니 테라스다. 직원들은 식사 시간이 되면 삼삼오오 작은 주방에 모여 스태프 밀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집에서 챙겨온 도시락을 펼치기도 한다. 층층마다 마련해둔 시크릿 테라스에서는 온전히 자신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옷을 만드는 사람들에겐 햇빛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고 하염없이 ‘멍 때리며’ 잠시 쉬어 가는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988년 신사동에서 작은 규모로 남성복 브랜드를 시작했다.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꿈꿀 사옥을 가진 지금, 여전히 변치 않는 것은?

    ‘Design is Everything’이라는 철학.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공간인 만큼 그 가치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영원할 것이다. 10대부터 50대까지, 로열티를 가지고 꾸준히 매장을 찾아주는 고객을 위한 약속이기도 하다. 이렇게 하면 우리가 갈망하는 아름다움이 고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 믿는다.

    아틀리에 오픈을 계기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헤리티지를 만들어갈 근사한 집이 완성됐으니, 이제 두 브랜드를 잘 키우는 일만 남았다. 솔리드 옴므와 우영미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좋은 브랜드(나는 명품이라는 단어는 선호하지 않는다)’로 성장해나갔으면 좋겠다. 마침내 완성된 디자인 하우스가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어떤 조건도 없이 그저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데 집중할 거다. (VK)

    다양한 아트 북을 비롯해 가방, 필기구 등 아름다운 것들을 자유롭게 배열해놓은 라이브러리. 직원들이 사소한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우영미는 틈틈이 새로운 것들을 채워놓는다.

    다양한 아트 북을 비롯해 가방, 필기구 등 아름다운 것들을 자유롭게 배열해놓은 라이브러리. 직원들이 사소한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우영미는 틈틈이 새로운 것들을 채워놓는다.

      컨트리뷰팅 에디터
      공인아
      포토그래퍼
      김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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