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 아파트의 컬러 사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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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 아파트의 컬러 사용법

2022-11-30T21:37:50+00:00 2022.12.05|

카롤리나 카스틸리오니는 엄마이자 마르니의 설립자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특히 색을 부드럽게 녹이는 능력은 밀라노 아파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석고와 나무가 주를 이뤄 심심할 뻔한 다이닝 룸 전면에 오렌지색을 과감하게 사용했다.

카롤리나 카스틸리오니(Carolina Castiglioni)가 2000년대 초반 밀라노 중심가에 지어진 네오클래식 건물에 입주했다. 카롤리나의 환영을 받으며 밝은색의 예술적인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 공간은 밀라노라는 도시 특유의 고풍스러운 매력, 태생이 세련되고 우아했을 것 같은 카롤리나의 취향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편한 바지와 오버사이즈 줄무늬 셔츠를 입으며 편안함을 즐기는 여성이자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밀라노인이다. 알다시피 밀라노 사람들은 스타일에 민감하고 그것을 상업화하는 솜씨를 지녔다. 1994년 이탈리아 스타일의 전형인 마르니를 설립한 전설이자, 그녀의 엄마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Consuelo Castiglioni)가 물려준 재능이다. 그런 정신이 플랜씨(Plan C)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018년 카롤리나가 시작한 이 브랜드는 보헤미안 같은 편안함, 보이시한 볼륨, 대담한 색과 아방가르드한 그래픽을 한데 녹여낸다.

그런 스타일은 그녀의 응접실 벽에서도 낱낱이 드러난다. 부드러운 질감의 여러 색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카롤리나는 색다른 혼합과 절충에 전념하기에 뻔한 조합, 그러니까 클리셰와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아파트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파에 앉은 카롤리나 카스틸리오니.

가지색과 오렌지색으로 꾸민 아늑한 응접실.

그녀와 어린 아들딸 필리포(Filippo), 마르게리타(Margherita)가 새집을 찾는 여정은 길고도 멀었다. “얼마나 많은 아파트를 보러 다녔는지, 몇 번인지 기억도 안 나요.” 그녀가 키 큰 창을 통해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응접실에서 말했다. 짙은 금발의 깔끔한 생머리를 한 그녀의 얼굴에서는 화장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새집에 대한 요구 사항이 굉장히 구체적이었죠. 차고와 테라스가 필수 항목이었어요. 예전 집에 근사한 초록 뜰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그곳에서 노는 것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래서 뜰이야말로 협상 불가한 조건이었죠.”

카스틸리오니 가족은 늘 그래왔듯 그녀가 새집을 구할 때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플랜씨 CEO도 겸직하는 그녀의 아버지는 코너에 자리한 널찍한 건물을 끊임없이 밀어붙였다. 스포르체스코성(Castello Sforzesco)이 내려다보이고, 세계적인 여행 잡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의 밀라노 지부가 한때 입주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거기엔 차고나 테라스가 없었어요. 고민해볼 가치도 없었죠.” 카롤리나가 말했다. “저는 그 집에 대해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곳을 직접 보기로 했고, 보자마자 마음을 바꿨다.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는 순간, 마법 같은 빛이 저를 둘러싸더라고요. 홀딱 반하고 말았어요.” 그녀가 말했다. 차고와 테라스가 갑자기 새집의 체크리스트에서 제외되었다. 스포르체스코의 작은 탑이 손에 닿을 듯하고 거실이 셈피오네 공원(Parco Sempione)의 우거진 푸른 숲을 바라보는데, 자동차와 식물 따위에 신경 쓸 사람이 어디 있겠나? 카롤리나는 토리노 출신 건축가 겸 디자이너 토니 코르데로(Toni Cordero)가 설치한 슬라이딩 도어를 비롯해 그 아파트의 다양한 설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벽을 칠하고 수년간 수집해온 빈티지 가구로 공간을 채우며 자신감 넘치면서도 기발하게 리노베이션 작업을 했다.

“엄마랑 벼룩시장을 즐겨 찾아요.” 카롤리나가 말했다. “엄마는 최고의 빈티지 쇼핑 메이트입니다. 두 사람 모두 독특한 것을 찾아 현지 시장을 누비는 데 푹 빠졌죠.” 두 사람의 그런 열정은 가족이 운영하는 그들의 가업에도 잘 나타난다. 2014년 카롤리나는 마르니 스페셜 프로젝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면서 로톤다 델라 베사나(Rotonda della Besana)를 꽃으로 가득한 상점가로 바꿔놓았고, 가판대에서는 이국적인 식물부터 손수 짠 직물까지 다양한 것을 판매했다.

그녀는 우연히 발견한 다양한 소품을 새집에 세심하게 배치했다. 1950년대에 루이지 카치아 도미니오니(Luigi Caccia Dominioni)가 디자인했으며, 상감세공 서랍이 달린 아추체나(Azucena) 블랙 우드 캐비닛을 복도의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놓았다. 그리고 1960년대에 클라우디오 살로키(Claudio Salocchi)가 디자인한 소르마니(Sormani)의 벨벳 커버 카우치, 이와 어울리는 암체어가 응접실을 채운다. 또한 게리 흄(Gary Hume)의 예술 작품을 담은 모듈식 스테인리스 스틸 책장은 비토리오 인트로이니(Vittorio Introini)가 1960년대 디자인한 것으로 구하기 어려운 귀한 제품이다. 각 공간에 설치된 유리 샹들리에가 화려함을 한층 더 살린다.

카롤리나의 독특한 색채 감각은 플랜씨 라인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녀는 깊은 색조를 선호하고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해 불협화음의 접목을 즐긴다. 색채가 레이아웃을 강하게 이어주고 각 공간에 생기와 멋스러움을 부여한다. 인접한 부엌, 다이닝 룸과 응접실의 병렬 배치가 지니는 시각 효과의 증대를 위해 그녀는 핫 핑크, 버터스카치 옐로, 실키한 가지색으로 각 공간을 꾸몄다. 그녀의 침실 벽은 마음을 진정시키는 오션 블루 컬러다. 벨벳 커버로 덮인 침실의 폭신한 헤드보드는 그녀가 직접 스케치한 것으로 침실의 다른 부분에 사용된 색조와 결을 같이한다. 그 뒤쪽에는 옷으로 가득한 옷장이 숨어 있다.

그 아파트의 시각적인 것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취향으로 켜켜이 쌓여 있지만, 분위기만큼은 방문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특히 그녀가 친구들과 가벼운 디너 파티를 열 때 그렇다고 한다. (“사실 저는 요리하는 것보다 먹는 것을 좋아하죠!” 그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녀는 전통 밀라노 음식을 즐겨 먹는다. 특히 “할머니가 자주 해주었던 비텔로 톤나토(푹 끓인 송아지 고기를 얇게 잘라 참치, 케이퍼 등을 넣어 만든 소스를 곁들여 먹는 이탈리아 음식)를 좋아하죠. 할머니가 손으로 일일이 기록한 레시피는 ‘성경’이라 불리죠. 집안 대대로 대물림하고 있어요. 자자손손 할머니의 비법대로 요리할 거예요.”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