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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그 다름과 힘 ② – 스토어 디자인

2022.12.19

by 송가혜

    이솝, 그 다름과 힘 ② – 스토어 디자인

    주변 환경에서 영감을 얻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습니다. 특히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면 두말할 필요 없죠. 전 세계 이솝 디자인 팀을 이끌며 브랜드 철학을 주지시키고, 매장을 짓고 디자인하는 이솝 스토어 디자인 총책임자 마리안 라르디외(Marianne Lardilleux)와 소호 거리를 거닐며 대화를 나눴습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어떤 계기로 디자인 업계에 발을 들였나요?

    건축 스튜디오에서 근무하다 2010년 루이 비통에 입사해 리테일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기 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LVMH 그룹에 속한 브랜드 셀린느(Celine)로 자리를 옮겼죠. 2016년 이솝에 합류해 미주 지역 스토어 디자인 매니저로 거처를 뉴욕으로 옮겼습니다. 지역의 스토어 디자인 팀을 재정비하고 고객 경험과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서 빠르게 확장하는 이솝의 리테일 포트폴리오를 관리 감독하다 2020년 9월 글로벌을 총괄하는 스토어 디자인 책임자로 임명되었습니다.

    다른 직업군과 비교할 때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점은 무엇일까요?

    이솝에서 스토어 디자인을 한다는 것은 다른 브랜드에서 하는 역할과 조금 달라요. 보통은 글로벌 팀에서 매장 컨셉을 결정하고, 그들의 비전에 맞게 ‘톱다운’ 형식으로 디자인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솝은 접근 방식이 아예 달라요. 각각의 장소가 지닌 특징이나 지역 상황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어떻게 하면 로컬에 잘 스며들 것인지를 최우선으로 고민합니다.

    이솝과 디자인의 관계를 정의한다면?
    좋은 디자인은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여기고, 리테일 디자인부터 제품 포장에 이르기까지 회사의 모든 작업에서 이런 정신을 구현합니다. 건축, 디자인, 문학, 음악, 공연 예술과 시각 예술, 영화, 음식, 인문학과 같은 예술에서 항상 영감을 받죠.

    이솝은 모든 스토어를 설계할 때 그 스토어가 속한 지역과 공동체의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 의미에서 새 매장이 문을 열기까지 평균적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입지 선정 과정부터 세어본다면 보통 1년에서 3년, 그 이상이 걸리기도 합니다. 건축적으로 우리 디자인은 지역적 배경과 관계를 맺는 접근법을 취하는데요, 그 지역에 조화롭게 스며들어 가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무엇을 생략하기보다는 ‘더하는’ 방식입니다. 그 지역을 살펴보고 기존 파사드를 유지하고 되살리려 노력하고 디자인을 통해 우리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관련된 어휘로 작업하니까요. 이것은 디자인인 동시에 매력적이고 편안한 공간을 창조하기 위해 조율하는 사소해 보이는 일련의 결정과 미세한 조율 작업입니다. 잘 정리된 옷장의 옷처럼 이런 개별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통합되어 전체를 형성하죠.

    이솝 스토어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을 간략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요?

    이솝은 디자인에서 지나치게 식상하거나 상상력이 부족한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진실하고 진정한 해법을 모색합니다. 다시 말해 오감을 자극하고 몸과 마음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는 디자인을 추구하죠. 가능한 한 기존 특성을 유지하면서 여기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고자 합니다. 또 이솝이 진출하는 지역을 도우며 함께 어우러져 현지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하죠.

    각각의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공간 디자인은 이솝에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공간은 상품과 포장만큼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는 설득력 있는 요소로, 고객은 물론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원에게 뛰어난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죠. 이와 더불어 풍부한 지식을 갖춘 친절한 컨설턴트는 고객에게 섬세한 경험을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저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스토어 디자인 측면에선 어떤 부분이 적용될까요?

    스토어는 리테일 서비스에 대한 우리의 철학과 접근법을 구현한 장소입니다. 이솝 스토어 중 똑같은 곳은 없지만 전 세계 어느 이솝 스토어를 방문해도 고객은 선반에 진열된 제품, 컨설턴트가 전하는 지식과 친절한 환대, 서비스, 감각적이면서도 지역 문화와 전통, 재료에 뿌리를 둔 미적 아름다움이라는 친숙함을 접하게 됩니다. 이솝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품의 구상과 제조에서 제품을 선보이는 환경, 제품의 효과를 설명하고 시연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항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죠.

    모두가 궁금해할 질문입니다. 제품 진열 방식에 특별한 규칙이 있나요?

    대체로 제품은 홀수(3, 5, 7) 진열, 라벨은 정면에 오게 배치해요.

    스토어에 있는 대부분의 요소는 마케팅의 필수 조건인 ’고객 경험’을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요?

    매장 내 경험은 고객 환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솝 공간에 들어서면, 우리 집을 방문한 손님으로 환대하고 차를 대접하고 대화를 나누며 과하지 않은 개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우리는 오감을 일깨우는 평온하고 인간적인 공간, 보이는 것만큼 향기가 좋고 즐거운 공간을 제공하려 합니다. 그래서 매장 안에 앉을 자리와 읽을 거리를 두고 편안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스토어 주변 커뮤니티와 상생 측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공유해주세요.

    대표적인 예로 한국에서 비교적 최근에 오픈한 이솝 부산이 있습니다. 이솝 부산은 해운대 달맞이길의 복합 문화 공간 1층에 터를 잡았는데요, 해운대 달맞이길은 갤러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등 예술적인 바이브로 알려진 동네죠. 더불어 푸른 바다와 동백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이 지역은 자연경관과 도시 문화적 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지역입니다. 이런 지역적 맥락에서 영감을 받아 폐기와를 주재료로 스토어 디자인을 구상했습니다. 그 지역의 재료를 사용하는 데서 나아가 이를 재활용한 케이스죠. 부산의 전통과 건축에 대해 탐구하던 중 지역에서 훼손된 기와를 활용하는 것을 연구하게 되었고, 로컬 아티스트와 협업해 오래된 기와를 벽에 쌓았습니다. 또한 주변 이웃과의 연계를 고려해 반투명의 친환경 레진을 공유 벽의 자재로 사용했습니다. 외관과 내장 인테리어 역시 기존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공사만 진행한 결과물이니 눈여겨봐주세요.

     

    에디터
    이주현
    사진
    COURTESY OF AES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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