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새로운 패션 비평가 세대의 ‘크리틱’

2023.01.31

by 신은지

    새로운 패션 비평가 세대의 ‘크리틱’

    지속 가능성과 젠더 정치성부터 불충분하게 대표되는 문화적 시각까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새로운 패션 비평가 세대. 그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명품 패션을 젊은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쉽고 흥미로운 대상으로 만든다. Z세대 비평가들이 기존 틀을 깨는 이유.

    2021년 10월 틱토커로 활동하는 맨디 리(Mandy Lee)가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인디 슬리즈(Indie Sleaze)’의 부활을 전망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 게시물은 <데이즈드>부터 <보그>까지 주요 출판물에 실리면서 입소문이 났고 #indiesleaze는 틱톡에서 4,000만 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1년 후 맨디 리는 트렌드 예측이라는 자신의 본업을 접고 전업 크리에이터로 변신해 브랜드와 맺은 파트너십과 자유 기고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리고 뉴욕 패션 위크에서 크리스찬 시리아노 쇼를 준비하면서 <보그>와 만났다.

    “틱톡을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을 때, 찰리 다멜리오(Charli D’Amelio)와 애디슨 레이(Addison Rae)처럼 잘나가는 사람들만 수익을 거두고 있었죠. 전업으로 그 일을 하려고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어요.” 리가 말했다. “하지만 이제 틱톡은 패션 코멘터리 콘텐츠로 넘쳐납니다. 모두 그 시류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패션 평론과 비평은 지난 5년에 걸쳐 새로운 면모를 갖췄다. 소셜 미디어에서 젊은 시청자가 문화적 맥락을 전달하는 교육적이고 정보를 제공하는 패션 영상에 점차 많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Z세대의 3분의 1, 즉 33%가 현재 트렌드를 알기 위해 그 어떤 세대보다 소셜 미디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글로벌 시청자 조사 기업 GWI가 전했다.

    이렇게 틱톡 등을 통해 새로운 소셜 미디어 패션 비평가 세대가 탄생해 트렌드 예측, 문화, 인종, 젠더 정치성 등에 대한 그들의 관점을 보여주었다. 패션 로드맨(Fashion Roadman), 오두나요 오조(Odunayo Ojo), 맨디 리(@oldloserinbrooklyn), 알렉산드라 힐드레스(Alexandra Hildreth, @guyfierisuperfan), 리언 핀(Rian Phin, @thatadult), 안드레아 청(Andrea Cheong, @andreacheong_), 오사마 채비(Osama Chabbi, @osamachabbi)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그리고 브랜드에서 그들과의 파트너십을 위해 문을 두드리고 전통적인 미디어 매체가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안함에 따라, 이 새로운 물결의 Z세대 패션 비평가는 지속적으로 경력을 쌓기 위해 노력하면서 오디언스에게 ‘진실하게’ 보이는 모습을 이어가려 애쓴다.

    패션 이론가 리언 핀은 2013년 유튜브를 시작했고 2021년 3월 틱톡에 가입해 현재 3만8,000명 이상의 팔로워에게 110만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제 콘텐츠는 대부분 디지털 세상, 온라인에서 패션을 이야기하는 방법, 인터넷을 기반으로 실세계에서 패션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최근에 올린 영상에서 그녀는 과시적 소비에 대한 인식과 유색인종에게 화려한 옷차림이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외적 정체성을 형성해준다’는 생각을 허물었다.

    핀의 지적에 따르면 전통적인 미디어 밖에서 활동하는 더 새로운 물결의 비평가는 패션 브랜드가 다양한 커뮤니티에 닿도록 도울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은 소셜 미디어 비평과 전통 미디어의 차이점 중 하나예요. 오디언스는 그들의 커뮤니티와 하위문화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로부터 트렌드에 대해 들을 수 있죠. 이들이 트렌드의 맥락을 더 잘 파악하고 있거든요.”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이 비평가들의 시청자는 그들의 통찰력을 신뢰한다.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패션 비평가 안드레아 청은 한때 패션 인플루언서로서 옷 사진을 게재했고, 이제는 틱톡에서 코멘터리를 올리는 데 집중한다. “전통 미디어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마케팅하고 그린워싱에 참여하게 하기 위해 셀럽의 지지, 브랜드 파트너십과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합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받아들여야 할 것과 그들이 살펴야 할 것을 보여주죠.” 그녀의 영상에는 패션 리테일러가 말하는 ‘피해야 할 품목과 제품 리뷰’ 등도 포함된다.

    그녀는 전통 미디어보다 더 다양한 목소리가 소셜 플랫폼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제가 이 모든 것을 처음 시작한 2019년만 해도 플랫폼에 마련된 지속 가능한 패션을 다루는 공간에서 유색인종을 보지 못했죠.” 청이 말했다. “틱톡이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지속 가능성을 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코로나 기간에 프랑스계 튀니지 패션 비평가 오사마 채비는 자신의 두바이 집에서 인스타그램에 패션쇼 리뷰를 올리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않았지만 점진적으로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2020년부터 현재까지 1만8,2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확보했다. 세심하게 설계된 그의 리뷰는 다채로우며, 컬렉션과 패션쇼 관련 정황에 심층적인 분석을 곁들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패션 리테일러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그는 자신만의 라이브 경험을 통해 패션을 소개하기 위해 콘텐츠를 활용한다. 그가 말했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지만 저는 여전히 북아프리카인이고 아랍인이라고 여깁니다. 제가 그런 시각으로 패션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했죠. 바로 이것이 제가 경험한 방식이니까요. 그 어느 때보다 시청자는 추상적인 ‘미디어’의 논평보다는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생각에 공감하고 싶어 합니다. 그들은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경험을 했으니까요.”

    틱톡 UK의 럭셔리 파트너십 책임자 크리스티나 카라술리스(Kristina Karassoulis)는 “최신 트렌드, 완전히 실감 나는 런웨이 영상과 백스테이지의 스타일링 콘텐츠에 대한 아주 간단한 설명을 통해 틱톡에서 패션 민주화가 실현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것들은 모두 이전에는 없었던 패션 산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좀 더 적극적인 새로운 참여 방법을 틱톡 커뮤니티에 제공합니다.” #fashioncritic(1,600만 건의 조회 수)과 #frontrow(5억 건의 조회 수) 등의 해시태그가 이 플랫폼에서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2022년 1월 채비는 루이 비통 남성복 팀으로부터 패션쇼 공식 초대장을 처음 받았다. 그 팀은 그의 리뷰를 온라인에서 보았고, 버질 아블로의 마지막 쇼에 그가 참석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 브랜드는 참석할 때 입을 의상을 제공했고, 양심에 거리낌이 살짝 있었다고 채비가 인정했다.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지?’ ‘평론가로서 진실성을 어떻게 지켜야 하지?’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죠.” 그는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일부 브랜드에서 ‘의식 있는’ 피드백을 반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가 하와이에서 열린 자크무스의 르 스플래시(Le Splash) 컬렉션에 대해 비판적인 리뷰를 올린 후, 그 브랜드가 그다음 쇼에 그를 초청한 일을 예로 들 수 있다. “패션은 진실성과 피드백이 존립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가 지적했다.

    알렉산드라 힐드레스는 2021년 3월 틱톡을 시작하기 전,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파리와 밀라노 패션 위크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녀는 내부 관계자의 지식을 활용해 패션을 분석하고 시청자가 볼 수 없는 일을 교육한다. 현재 그녀는 틱톡에서 6만3,300명의 팔로워에게 260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여기에 딱 들어맞는 예가 바로 많은 크리에이터가 레드 카펫 리뷰를 하면서 룩이 마음에 드는지 여부를 이야기할 때입니다. 이 업계에서 지금까지 4년 동안 활동한 사람으로서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겪었죠.” 힐드레스가 말했다.

    “사람들은 ‘왜 이 셀럽이 이 룩을 골랐을까?’라고 말하겠죠. 그런데 그들이 실제로 그것을 고르지는 않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굉장히 많은 일이 벌어지죠. 그래서 모든 정보에 대해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증가하는 틱톡의 패션 비평은 예전에 사람들이 이상한 콘텐츠를 막무가내로 만들던 초창기 유튜브를 살짝 떠올리게 하죠.” 핀이 말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유튜브는 패션과 더불어 저는 절대 예상치 못한 매우 수준 높은 패션 관련 토론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보였어요.” 그리고 채비가 보기에 그것은 상의하달식 리포팅이 아니라 중요한 대화의 장을 열어준다. “굉장히 많은 사람이 ‘저는 당신 의견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죠. 괜찮아요. 적어도 사람들끼리 소통은 하니까요. 잡지에서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방적인 대화가 아니라 열린 대화죠.”

    콘텐츠가 풍부한 소셜 미디어 비평은 브랜드에 유익할 수 있다. 기술 활용을 통한 성장 마케팅 회사인 파워 디지털(Power Digital)의 최고 성장 책임자 롭 주얼(Rob Jewell)은 “스타일링은 빠르게 보거나 훑기 쉽죠. 하지만 언론 관련 콘텐츠는 시청자의 더 많은 참여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영상 시청 시간이 더 길어집니다”라고 말했다.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는 궁극적으로 더 많은 브랜드를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죠.”

    리 같은 틱토커는 브랜드가 패션 평론가와 협력하는 전통적인 방법, 즉 ‘여기 제품 있어요, 가서 구매하세요’라는 방식을 넘어서는 데 열중한다. 그녀는 2023 S/S 시즌을 위해 평소 제작하던 일반적인 그린 스크린 영상보다 더 많은 편집이 가미된 영상 시리즈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제작한다. 이는 소셜 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점차 확대되는 평론가 커뮤니티와 차별화하고 잠재적으로 새 브랜드 파트너를 사로잡기 위한 것이다. 주얼은 이렇게 말했다. “리 같은 인플루언서의 성공으로 브랜드가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에게 제품 그 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즉 무대 뒤의 순간,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지, 역사는 어떤지, 사람들이 그들의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는지 등을 그들에게 전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함께 일할 콘텐츠를 제시해야 하는 거죠.” 카라술리스에 따르면, 브랜드는 또한 패션 평론가를 컨설턴트로 활용할 수 있다. 그들이 지닌 심층적인 지식을 활용해 전략을 짜고 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핀은 패션 기술 앱 아이도루(Idoru) 같은 회사를 위해 컨설팅을 하고 있다.

    비평가와 평론가를 다루는 기사는 종종 힐드레스와 리 같은 재능 있는 사람들을 ‘패션 아웃사이더’라 칭한다. 그러나 비평가 대부분은 그 산업과의 관련성과 경험을 갖췄다. “저는 그것이 내부자와 아웃사이더의 대결이 되는 것을 결코 원치 않습니다.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리가 말했다. “전문용어를 사용하는 것과 틱토커를 아웃사이더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엘리트주의로 보여요. 플랫폼은 막강해요. 심지어 제가 허스트나 콘데 나스트에서 일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제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을 저는 알죠.”

    힐드레스는 지난 뉴욕 패션 위크 동안 프리랜스 에디터로서 잡지 <Paper>를 위해 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코멘터리도 계속 게시할 것이다. 그녀는 틱톡 콘텐츠를 전통 미디어를 향한 도약판으로 쓰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었다. “절대 스폰서십 같은 것에 통제되고 싶지 않아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게 되는 건 싫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무소불위의 잡지를 등에 업으면 권력은 따라오죠.”

    한편 채비는 각 개인이 지닌 힘을 믿는다. “제가 활동하기 전에도 패션 평론가는 있었죠. 그리고 다이어트 프라다(Diet Prada)처럼, 사람들에게 패션을 이야기하는 플랫폼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 같은 평론가는 사람들이 이름과 얼굴, 생각을 알고 싶어 할 정도라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통제하고 맥락화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히 하고 싶어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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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신은지
    Lucy Magu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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