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6

2023.02.02

by 이정미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 ‘WE’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6

    요즘 가장 화제가 되는 전시는 리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개인전일 텐데요. 2011년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회고전 이후 최대 규모로, 조각, 설치, 벽화, 사진 등 총 38점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그중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예술 세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작을 선별해 소개합니다.

    ‘코미디언’

    ‘코미디언’, 2019, 생바나나, 덕 테이프, 가변 크기,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 김경태

    커다란 벽에 바나나 하나가 덩그러니 붙어 있는 이 작품은 지난 2019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 처음 등장한 이래 늘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바나나를 덕 테이프로 단순히 벽에 붙인 이 작품이 12만 달러에 팔린 것부터 한 작가가 퍼포먼스로 바나나를 떼서 먹어버린 일, 그 후 신선한 새 바나나로 교체된 사실과 몰려든 인파로 인해 결국 갤러리가 작품을 내린 선택까지, 시끄러운 이슈를 유발했죠. 이처럼 카텔란은 기존 미술 제도의 문제점을 회피하는 대신 한가운데 뛰어들어 논쟁의 장을 만들고 그 모순을 드러냅니다

    ‘무제’

    ‘무제’, 2001, 플래티넘 실리콘, 에폭시 유리섬유, 스테인리스 스틸, 머리카락, 옷, 신발, 가변 크기,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 김경태

    카텔란은 작품에 개인적 서사에 기반한 강력한 감정을 담아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합니다. 미술관 바닥을 뚫고 엉뚱한 곳으로 나와버린 듯한 카텔란의 얼굴을 담은 ‘무제’는 영웅적 예술가를 기대하는 기존 미술계와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외부인 같은 카텔란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아홉 번째 시간’

    ‘아홉 번째 시간’, 1999, 실리콘 고무, 머리카락, 옷, 십자고상, 액세서리, 돌, 카펫, 가변 크기,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 김경태

    붉은 카펫 위로 작품 제작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가 운석에 맞아 쓰러져 있는 모습을 표현한 이 강렬한 작품은 카텔란이 권위를 다루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1999년 쿤스트할레 바젤에서 처음 선보인 이래로 전시된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반향을 일으킨 이 작품은 특정 종교 및 맥락을 초월해 권위와 억압에 대한 열띤 토론을 주선합니다.

    ‘우리’

    ‘우리’, 2010, 나무, 유리섬유, 폴리우레탄 고무, 천, 옷, 신발, 78.5×151×80cm,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 김경태

    전시장 한복판에 놓인 작품 ‘우리’를 보면, 침대 위에 죽은 듯 나란히 누운 두 남성이 카텔란과 무척 닮았습니다. 검은 양복과 창백한 표정은 장례식을 연상시키기도 하죠. 해당 작품은 카텔란 작업의 오랜 모티브인 죽음에 대한 복합적인 심상을 이끌어냅니다. 

    ‘모두’

    ‘모두’, 2007, 카라라 대리석, 가변 크기,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 김경태

    바닥에 나란히 놓인 9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작품 ‘모두’를 바라보면 누구나 천으로 덮은 시신을 연상할 것입니다. 나아가 여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유추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미디어를 통해 참사의 현장이나 죽음의 재현을 간접적으로 마주한 적이 있기 때문이겠죠. 평평한 스크린을 통해 반복적으로 송출되는 전 세계의 사건 사고 중 한 장면을 펼쳐놓은 듯한 이 작품은 기념비에 자주 쓰이는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들었습니다. 9개의 얼굴 없는 대리석 조각은 익명의 죽음에 대한 기념비로, 관람객 각자에게 깊이 새겨진 비극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

    ‘그’, 2001, 플래티넘 실리콘, 유리섬유, 머리카락, 옷, 신발, 101×41×53cm, Courtesy of Maurizio Cattelan, 사진: 김경태     

    이 작품을 멀리서 보면 교복을 단정히 입은 어린 학생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거나 반성하는 것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얼굴을 확인해보면 흠칫 놀라게 됩니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학살을 주도한 아돌프 히틀러의 얼굴이기 때문이죠. 그는 생전에 참회하지 않았지만, 카텔란은 단정한 옷을 입고 공손히 무릎 꿇은 히틀러의 모습을 통해 잔존하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열하게 고민하도록 합니다

    프리랜스 에디터
    이정미
    포토
    리움 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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