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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유두, 그리고 자유

2023.02.02

by 안건호

    인스타그램, 유두, 그리고 자유

    Getty Images

    내가 인스타그램에 가슴을 훤히 드러낸 셀피를 업로드한다 가정해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의 AI 검열 시스템이 유두의 존재를 감지할 것이다. 그리고 검열 시스템은 유두가여성의 가슴에 달려 있다고 판단하는 즉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진을 자동 삭제한다. AI 검열 시스템이 어떻게 여성의 가슴을 판단할 수 있냐고? 믿기 어렵겠지만, 정답은가슴의 크기. 만일 사진을 업로드한 사람이 트랜스 남성이거나, 논바이너리라면? 매우 높은 확률로 사진은규정 위반판정을 받을 것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기업 메타의 콘텐츠 검열 제도가 꾸준히 비판받아왔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그런 메타에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교수진, 저널리스트와 정치인으로 이루어져 메타에 콘텐츠 구성에 대한 조언을 건네오던 감독 위원회는 관련 가이드라인을 수정할 것을 권했다. 국제 인권 기준을 따르며, 보다 더 명확한 기준을 갖추도록 말이다.

    그들은 메타의 노출 관련 가이드라인이성별에 대한 이분법적 관점에서 비롯하며, 남성과 여성을 신체만으로 구별하려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플랫폼 이용자를 성별에 따라 신속하게 구분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간성인, 논바이너리와 트랜스젠더에게 적용할 수 없을뿐더러 콘텐츠 양이 많아질수록 검열에서 오류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이는 우리에게 분명 긍정적인 소식이다. 메타가 적어도 신체적 특징만 보고 남자와 여자로 나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다. 지금의 10대들은 윌로우 스미스, 리한나, 카라 델레바인 같은 스타들이프리 더 니플(Free The Nipple)’이라는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적 이중 잣대에 대해 분개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벌써 10년 전에 일어난 일이니까. 같은 이야기가 10년째 반복 중이다. 그리고 극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2015년에 처음으로 바이럴하게 퍼진 프리 더 니플캠페인은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왜 여성의 가슴만 섹슈얼하게 인식되어야 하는가?’라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캠페인은 서서히볼륨 있는 몸매의 시스젠더 백인 여성만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반대론자들은예쁜여성이 가슴을 드러내는 것이 과연 어떤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지 물었다.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는 지나 토닉(Gina Tonic)모두가 공감할 수 없는 페미니즘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가부장적 기준에서아름다운유두만 보여지기를 허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라고 꼬집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어보자.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누군가의 몸만 보고 그 사람의 성별을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여성의 가슴이불쾌하다고 인식될 이유는 전혀 없다. 아무도 남성의 가슴을 불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사실들을 고려해보면, 인스타그램의 검열 가이드라인은 혐오적이고 터무니없게 느껴진다. 가슴 확대 수술을 받지 않은 트랜스 여성을 예로 들어보자. 그녀는 법적으로여성이라고 인정받은 즉시 인스타그램에 올린 본인의 나체 사진을 내려야 할까AI 검열 시스템이 그녀가충분히 여성스럽다고 인식할 수는 있을까?

    시대에 뒤떨어진 검열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려는 플랫폼은 메타뿐만이 아니다. 작년 11월 텀블러는 플랫폼 내에서 유두는 물론 나체 사진까지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텀블러는 2010년대 중반, ‘성인 커뮤니티의 사랑을 받으며 전성기를 구가했으나 2018년 성인 콘텐츠를 검열하면서 월간 페이지 뷰가 30%나 감소했다. 텀블러의세이프 모드필터가 성인 콘텐츠뿐 아니라 성적인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LGBTQ 아트워크까지 검열하고 있다는 사실에 유저들은 더욱 크게 실망했다. 텀블러는 실수를 바로잡으려 하고 있지만, 이미 버스를 놓쳤을 가능성이 높다. LGBTQ 커뮤니티는 텀블러를 떠난 지 오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검열은 분명 사회적 풍조를 반영하고 있다. 여성이 바지만 입고 밖으로 나간다면 체포될 확률이 매우 높다. 생물학적 남성이 바지만 입고 집 밖으로 나선다면?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남성을 관찰자로, 그리고 여성을 관찰의 대상자로 인식하는 수백 년 넘은 케케묵은 관습의 결과물이다. 온라인상의 검열을 둘러싼 이 논란의 핵심이 단순히여자들도 위에 아무것도 입지 않을 자유가 있어요!’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가슴을 드러낸 여성에 대한 인상은 두 가지다. 섹슈얼하거나, 충분히 섹슈얼하지 않거나. 이러한 인식을 뒤집기 위해서는유두 해방운동만으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메타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의 변화는 좋은 시발점이 될 것이다. 메타에는 아직 60일 내로 위원회의 권고 사항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의무만 있을 뿐이지만, 이러한 대화가 오가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긍정적이다. 신체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 대한 논의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메타의 반응이다. 그들은 어떻게,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열 가이드라인을 바꾸어나갈까? 우리는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편협된 시각을 가질 수 있고, 때때로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이러한 ‘실수로 피해를 보는 것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이었다. 이는 알고리즘을 단순히 수정하거나, 기준을 변경한다고 해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메타에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던 시스템을 해체하고, 재정립할 기회가 주어졌다. 그들은 이 기회를 잡게 될까?

    에디터
    안건호
    Daisy Jones
    사진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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