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2023 봄, 오뜨 꾸뛰르의 클라이맥스

2023.03.01

by 김다혜

    2023 봄, 오뜨 꾸뛰르의 클라이맥스

    2023 S/S Couture

    1957 S/S Couture

    1972 S/S Couture

    1983 S/S Couture

    비로소 맞이한 오뜨 꾸뛰르의 절정.

    극단적 소규모 행사였던 오뜨 꾸뛰르 위크가 이번에는 기성복만큼 큰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꽉 들어찬 2023 S/S 꾸뛰르 일정으로 많은 사람이 파리에 몰려들었다. K-팝 스타와 할리우드 셀럽의 참석,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스키아파렐리 쇼는 감춰진 세계에 대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꾸뛰르는 이제 SNS를 통해 수백만 청중에게 전달되고, 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비록 가짜이긴 했지만, 스키아파렐리가 동물 머리를 이용한 의상을 런웨이에 선보인 후 이에 대한 반발은 신속했다. 프랑스 패션학교(Institut Français de la Mode) 교수 벤자민 시메나워(Benjamin Simmenauer)는 꾸뛰르에 이런 광적 반응은 유례가 없었다고 전했다. “꾸뛰르는 일반적인 사회를 반영하는 게 아닙니다. 그건 기성복의 역할입니다. 꾸뛰르는 보통 장인 정신을 기념하기 때문에 유행을 만들어내진 않죠. 이번 스키아파렐리 스캔들은 꾸뛰르에 굉장히 새로운 일입니다.”

    이번 시즌에는 꼬박 4일 동안 29개 꾸뛰르 쇼가 열렸다. 여느 때처럼 파리에 아틀리에를 소유하며 다른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샤넬, 디올, 지암바티스타 발리, 스키아파렐리 같은 오뜨 꾸뛰르 멤버들이 참여했다. 또 파리를 거점으로 하지 않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프리베, 펜디, 발렌티노와 몇몇 신규 브랜드(로버트 운(Robert Wun), 미스 소희, 메종 사라 슈라이비(Maison Sara Chraibi)와 가우라브 굽타(Gaurav Gupta))를 포함한 게스트 브랜드도 함께했다.

    그 주간의 목요일 밤과 금요일에는 뮈글러, 파투, 알라이아의 기성복 쇼도 열렸다. 뮈글러가 런웨이 복귀를 위해 꾸뛰르 위크의 마지막 날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케이시 캐드월라더(Casey Cadwallader)는 <보그> 인스타그램 라이브 인터뷰에서 ‘See Now, Buy Now’에 대해 말했다. “패션 언론과 모델들이 파리에 있을 때라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게 스마트한 방법이라는 여러 근거가 많습니다. 다른 브랜드는 쇼윈도를 통해 기성복을 선보여왔죠. 그러니 우리도 좀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리나 샤크와 에바 헤르지고바, 앰버 발레타와 팔로마 엘세서가 캣워크에 등장했고, 카일리 미노그는 쇼의 가장 첫 줄에 착석했다. “꾸뛰르는 샤넬과 디올이 이끄는 소수 브랜드가 지배하는 틈새시장입니다. 모든 브랜드가 그 후광 효과 때문에 꾸뛰르에 발을 들이고 싶어 하죠.” 번스타인(Bernstein) 컨설팅의 럭셔리 부문 매니징 디렉터 루카 솔카(Luca Solca)가 말했다.

    펜디는 1년에 두 번 꾸뛰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펜디 회장이자 CEO 세르주 브륀슈위그(Serge Brunschwig)는 이렇게 말했다. “특별한 것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관심이 높습니다. 우리 고객은 화려하면서도 독특한 것을 원하죠. 꾸뛰르는 유일무이합니다.” ‘보그 런웨이’의 패션 비평가 사라 무어는 킴 존스의 2023 S/S 펜디 꾸뛰르 컬렉션에 대해 “옅고 창백한 색조의 슬림 실루엣이 1990년대 슬립 드레스의 감성으로 재탄생했다”고 보도했다. 브륀슈위그는 이런 의견도 덧붙였다. “펜디는 소재의 달인입니다. 쇼를 자세히 보면 각 재료를 다루는 데 특별한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월 17일부터 6일 동안 스타들로 가득했던 파리 남성복 패션 위크에 이어 꾸뛰르 역시 K-팝 스타부터 인기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와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배우들에 이르기까지 셀러브리티들이 휘몰아치는 장이었다. “꾸뛰르는 더 이상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만 참여하는 배타적 행사가 아닙니다. 다양한 표현을 위한 플랫폼이죠. 사람들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플랫폼입니다”라고 브랜드 인큐베이터 투모로우 런던(Tomorrow London Ltd.)의 최고 개발 책임자이자 이사회 멤버인 줄리 길하트(Julie Gilhart)는 말했다. 발렌티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엘파올로 피촐리는 나이트클럽에서 쇼를 선보이며, 꾸뛰르를 대중에게 개방했다(방탄소년단 슈가와 배우 앤 해서웨이가 프런트 로에 자리했다).

    디올 여성 컬렉션의 아트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미국 태생의 프랑스 여배우, 댄서이자 가수 조세핀 베이커(Josephine Baker)에게 영감을 받아 컬렉션을 완성했다. 아티스트 미칼린 토머스(Mickalene Thomas)가 제작한 세트에는 니나 시몬(Nina Simone)을 비롯한 ‘여성의 새로운 판테온을 상징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의 거대한 초상화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블랙핑크 지수와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 로자먼드 파이크, 커스틴 던스트가 객석의 첫 줄을 장식했다.

    장 폴 고티에는 하이더 아커만과 함께하며 게스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이어갔다. 아커만은 첫 번째 꾸뛰르 쇼를 위해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이란의 싱어송라이터 셰르빈 하지푸르(Shervin Hajipour)가 부른 노래 ‘바로예(Baraye)’는 2022년 9월 경찰에 구금 중 사망한 젊은 여성 마사 아미니(Mahsa Amini)를 기리는 곡이며, 이는 이란에서 시위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오뜨 꾸뛰르는 여성에 관한 겁니다. 세상의 조금 더 먼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해서 잊으면 안 되죠.” 아커만은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무대는 아주 느리고 고요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모델들이 아주 우아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조용하길 바랐어요. 세상은 너무 시끄러우니까요.”

    샤넬 무대에는 프랑스 아티스트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이 골판지, 나무, 종이로 만든 움직이는 대형 조각상을 세트에 설치했다. 퍼레이드의 여성 군악대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샤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이를 실크 햇, 나비 넥타이, 흰 장갑, 레이스업 부츠, 새틴 케이프, 플리츠 스커트, 시퀸, 짧은 반바지, 페티코트로 해석했다. 쇼에는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Roger Federer)와 샤넬의 글로벌 CEO 리나 나이르(Leena Nair)가 참석했다.

    파리 오뜨 꾸뛰르 조합(Chambre Syndicale de la Haute Couture)의 2년 임기 대표로 선출된 시드니 톨레다노(Sidney Toledano)는 이번 꾸뛰르 위크를 ‘창의성, 퀄리티, 매력’으로 점철된 ‘위대한’ 한 주로 치하했다. “꾸뛰르는 절대적 꿈이기에 그 이미지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을 수 있지만, 이게 핵심은 아닙니다. 오히려 부작용에 가까워요. 디자이너의 목표는 자신의 아틀리에, 젊은 장인들, 대단한 실력의 협력 업체와 함께 일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파리에 있죠.”

    꾸뛰르는 전 세계의 소규모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명 정도다. 그럼에도 프랑스 패션계는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장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젊은 세대를 꾸뛰르에 끌어들이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부족한 것은 고객이 아니라 장인입니다”라고 톨레다노는 이야기한다.

    극장 프로듀서이자 자칭 ‘꾸뛰르 애호가’인 조던 로스(Jordan Roth)는 꾸뛰르 위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꾸뛰르에 야망이 있다면, 그건 아티스트가 창조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을 표현하는 겁니다. 장 폴 고티에 바이 하이더 아커만, 빅터앤롤프, 스키아파렐리, 아이리스 반 헤르펜 같은 브랜드는 자신의 예술성을 최대로 표현하고 있죠. 꾸뛰르는 최고이면서 극단적입니다. 각 아티스트가 창조할 수 있는 것의 극단인 동시에 이들 아티스트 사이에서도 극단이죠. 트렌드나 매장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은 다루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예술을 소중히 여기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꾸뛰르의 가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죠. 사람들은 회화 작품 앞에 서면 그 작품을 이해하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옷을 두고 그걸 이해하고 싶다고 말하지는 않아요. 이게 바로 꾸뛰르가 우리에게 원하는 바입니다. 더 깊이 파고들게 하는 거죠.”

    패션쇼 사진 전문 밈 계정인 꾸뛰르푸(Couturfu)의 계정주는 익명을 유지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며 <보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꾸뛰르는 패션 산업에 대한 사랑과 증오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꾸뛰르 하우스도 이제 기성복 브랜드처럼 잘 알려져 있지만, 대중적 접근 방법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오히려 예술에 훨씬 가깝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저 재미있게 즐기고, 질문을 던지고, 충격을 받아보고 싶달까요. 이번 시즌은 특히 밈이 될 만한 것이 많았어요. 이 요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킵니다.” (VK)

    Laure Guilbault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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