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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직진출하는 글로벌 패션 하우스

2023.03.02

by 주현욱

    줄줄이 직진출하는 글로벌 패션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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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우리나라의 고가품 구입액은 무려 20조9,000억원에 달한다. 치솟는 럭셔리 소비량에 글로벌 패션 하우스들이 줄줄이 국내 시장에서의 직진출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셀린느, 지방시, 몽클레르, 톰 브라운, 로에베 등 지난 3년 사이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뒤로하고 지사로 전환한 브랜드만 30개 이상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글로벌 패션 하우스들이 국내 직진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최근 하우스 브랜드의 직진출이 급증한 배경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독창성과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조가 자리 잡은 것은 물론, 남들과는 차별화된 제품을 구매하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또 한국이 전 세계 럭셔리 소비 시장에서 주요국으로 떠오른 데 더해 K-컬처의 영향력과 MZ세대의 구매력이 더해지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가가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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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최근의 현상을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신세계 인터내셔널은 지방시, 몽클레르, 셀린느에 이어 최근 메종 마르지엘라, 질 샌더, 마르니의 판권을 잃었다. 이들을 보유한 글로벌 패션 그룹 OTB가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직진출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은 오랜 관계를 유지해온 톰 브라운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이어왔으나,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유통 및 고객 관리를 담당하는 리테일 매니지먼트 역할만 맡게 된다. 해외 본사의 M&A(인수·합병) 글로벌 전략이 바뀐 경우도 있다. LVMH는 직접 전개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국내 모든 파트너사와 계약을 종료하고 지사를 설립했다. 로에베, 리모와, 셀린느, 에트로, 클로에, 벨루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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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패션 기업들의 보수적인 상품 운영, 유통 전략에 대한 불만이 이와 같은 현상을 초래했다는 분석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 파트너사 대부분이 베스트셀러 위주로만 바잉하고, 관리 비용을 고려해 유통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해외 패션 기업들은 하우스의 정체성을 알리며 ‘토털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전 컬렉션에 걸쳐 바잉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국내 파트너사들은 스테디셀러 아이템을 고집하는 등 재고 부담이 덜한 제품만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진출 기업들이 안정화되는 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사가 늘어나며 인적 인프라 구축에 난항을 겪는 곳이 많고, 일부 새로 설립된 지사들은 지사장 자리가 공석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글로벌 패션 하우스들이 국내 기업의 도움 없이도 직진출 이후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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