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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2’ 호쾌한 액션! 포복절도할 웃음! 복수의 카타르시스!

2023.03.03

by 강병진

    ‘모범택시2’ 호쾌한 액션! 포복절도할 웃음! 복수의 카타르시스!

    <모범택시> 시즌 1을 볼 때도 그랬는데, 시즌 2를 보고 있으니 이번에도 약 20년 전 기억이 떠오른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흥행한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카피라고 할까? 단번에 떠오르는 두 작품이 있다. 액션과 코미디, 복수극을 조합한 배우 안재욱 주연의 드라마 <복수혈전>, 그리고 역시 코미디와 액션에 사학 비리라는 사회적 이슈를 더한 영화 <두사부일체>. 이후 등장한 아류작은 대부분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매력 포인트를 강조했다. 이를테면 “호쾌한 액션! 포복절도할 웃음! 복수의 카타르시스!”. 나는 <모범택시> 시리즈 또한 당시의 대중문화가 미덕으로 삼던 매력을 포괄한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드라마에서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순간에 더더욱 그렇다.

    SBS <모범택시2>
    SBS <모범택시2>

    배우 이제훈이 연기하는 주인공 김도기는 특수부대 대위였고, 그에 걸맞은 신체 능력과 지략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쉽게 분노하는 대신 악당들의 특징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전략을 짜는데, 그중 상당수는 김도기가 다른 인물로 변신해서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모범택시2> 4화에서 김도기는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순박한 시골 청년으로 위장한다. 시즌 1에서도 어리숙한 임시 교사나 프로그래머로 위장했다. 그렇게 김도기는 주로 심약하고 어리숙하며 순박한 인물로 변신해 악당들이 자신에게 아무런 경계심도 갖지 않도록 만든다. 이때 느껴지는 원래의 김도기와 변신한 김도기 사이의 온도 차. 하드보일드 액션극의 공기가 갑자기 명랑하고 발랄한 코미디로 바뀔 때 괴리감이 생긴다. 과거 어머니가 살해당한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김도기의 사연을 생각하면 이 괴리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때 비장함과 코믹함을 수시로 오갔던 20년 전 작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이 모를 리 없다. 이 시리즈가 너무 무거웠다가 갑자기 너무 가벼워진다는 것을 말이다. 또 그것이 무리한 설정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무리하게 양극단을 오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건, 그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는 강점이 있기 때문일 거다. 바로 그 무리한 설정이 <모범택시> 시리즈가 지닌 오락성의 핵심일 테니 말이다.

    SBS <모범택시2>

    <모범택시> 시리즈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또는 실제로 벌어졌던 끔찍하고 억울한 사건을 불러온다. 그리고 무지개 운수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해자를 직접 응징하며 피해자의 복수까지 대행해준다. 익히 알려진 사건을 이용해 해결하는 건 <모범택시>의 주인공 김도기를 연기한 이제훈이 출연한 <시그널>과 같다. 다만 <시그널>이 “거기도 그럽니까?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라는 대사를 통해 세상이 달라져도 여전히 부조리한 현실을 환기했다면, <모범택시>는 사건을 해결하는 카타르시스를 전한 후 다음 사건으로 넘어간다. ‘억울함’만큼 끓어오르게 하는 감정이 없고, 복수만큼 간절히 원하게 만드는 서사도 없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도 오랫동안 품고 있으면 지치기 마련이다. <모범택시> 시리즈는 통쾌한 액션과 명랑한 코미디를 더하는 데다 시청자가 적당한 때 빠져나올 수 있도록 배려한다. <모범택시> 시리즈는 시즌 1부터 에피소드 엔딩마다 시사하는 바가 큰 카피를 내걸었는데, 그 또한 이 엔터테인먼트를 완성하는 방점이다. 이대로 이 문제에서 발을 빼도 될까, 싶을 때 마음의 짐을 남기지 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SBS <모범택시2>

    20년 전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작품들이 신선하다거나 세련됐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처럼, <모범택시> 시리즈 또한 기존 장르를 재해석해 만든 신선한 작품으로 평가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범택시2>가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걸 보면 (TV 콘텐츠의 생명력이 감소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TV는 잠시 근심을 잊게 해주는 역할로서 시청자의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또 잠시 근심을 내려놓고 싶은 시청자 입장에서도 ‘세련미’와 ‘신선함’은 그다지 높은 우선순위가 아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모범택시2>에서 극단의 온도 차를 느끼는 나 또한 이 드라마를 다시 정의하게 된다. 신선하고 세련되지 않은 드라마가 아니라는 것. 오히려 더 신선하고 세련되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난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호쾌한 액션! 포복절도할 웃음! 복수의 카타르시스!”는 역시 최고의 오락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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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모범택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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