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말하는 미래

2023.03.15

by 신은지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말하는 미래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 패션, 아트, 비즈니스와 그들의 미래를 말한다.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여사가 자신의 사무실 탁자 위로 프로세코 와인 한 잔을 밀어놓으며 말했다. 라프 시몬스(Raf Simons)가 건배하려고 잔을 집어 들었다. 프라다 그룹의 밀라노 본사에서는 새 학기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1월 초였고, 일요일에 열릴 2023 F/W 남성복 패션쇼를 앞두고 직원들이 본격적으로 업무에 복귀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 모두 스포츠 그레이 니트 위로 셔츠 깃을 삐죽 빼 입은 것이 창의적인 조화를 작게나마 시사하고 있었다. 게다가 2020년부터 두 사람이 컬렉션을 함께 이끈 이 회사의 성과 역시 이들의 조화를 잘 보여준다. 재정적 결과가 꽤 유망했다. 두 사람 모두 곧장 패션 디자인의 성공을 재정적 결과만으로 줄 세우기 하는 최근 추세가 다소 당황스럽다고 입장 표명을 하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 55세가 된 시몬스와 73세의 프라다 여사는 지금까지 거의 3년간 이어온 그들의 업무 관계에 초점을 맞춘 대화를 나누고자 함께 모였다. 우리는 연휴를 어떻게 보냈는지 점잖게 얘기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시몬스는 런던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새해를 맞아 도쿄로 향했다. 2022년 11월 패션계에 충격을 준 브랜드 ‘라프 시몬스’의 폐업이 없었다면 떠날 수 없었던 여행이었다. “27년 만에 처음으로 12월에 떠난 여행이었어요. 보통은 불가능한 일이었죠. 하지만 이제 제 브랜드의 운영을 중단하면서 운신의 폭이 조금 넓어졌어요.” 한편 프라다 여사는 스위스 산악 지대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녀는 더 이상 예전만큼 스키를 많이 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잠시 한담을 나눈 후 다양한 관심사를 다루는 대화가 1시간 넘게 이어졌다. 확실히 프라다(1988년 데뷔 컬렉션) 여사와 시몬스(프라다 합류 전 질 샌더, 크리스챤 디올, 캘빈 클라인에서 활동했고, 1997년 첫 패션쇼를 열었다)가 이야기하는 패션의 발전 과정에 대해 듣는 것은 굉장히 매혹적인 일이었다. 또 시몬스는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브랜드의 폐업을 결정한 이유를 밝히고, 프라다는 최근 안드레아 구에라(Andrea Guerra)를 이 브랜드의 CEO로 임명한 것이 그녀와 남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Patrizio Bertelli)가 이 브랜드를 위해 구축한 미래 비전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설명했다. 비즈니스, 아트 그리고 무엇보다 패션. 이 주제를 중심으로 한 대화를 공개한다.

    프라다 여사는 오래전 당신의 작품을 ‘어글리 시크’로 표현한 적 있습니다.
    MP 그리고 사람들 모두 그것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죠. 참 이상했어요. 영화, 책, 삶에 ‘어글리’가 있었고 지금도 있는데 말이죠. 그리고 여전히 패션은 현실, ‘좋지 않은 것’, 즉 삶에 대한 아이디어와 씨름하는 것 같아요.
    RS 이 주제에 대해서는 우리도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우리는 마침내 탄생한 옷이 누군가에게 입혀질 거라는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아요.
    MP 그게 바로 우리 일의 현실이니까요. 저는 요즘 가짜 창의성이 정말 싫어요. 백해무익한 창의성이고, 깜깜이 창의성이죠. 기본적으로 무익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아름다움뿐 아니라 모든 어려움과 복잡성을 갖고 지금처럼 세상을 산다면 정직해야 합니다. 우리 회사는 비싼 옷을 팔아 돈을 법니다(그녀는 강조하기 위해 손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저는 늘 이 사실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옳게 행동하려고 노력하죠. 그래서 쓸모없는 것들을 만들어냄으로써 그런 척만 하는 건 아닌가 자기 검열을 하기도 하죠. 저는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뭔가를 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봅니다. 이게 바로 우리 디자이너의 실제 역할입니다. 그렇다고 디자이너가 창의적일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창의적이어야 합니다.

    패션은 예술의 한 형태니까요. 그렇지만 상업적 용도를 지니는데도 그럴까요?
    RS 이 대화가 예술 vs 패션의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군요.
    MP 그렇다면 우리야말로 이 대화에 딱 적합한 사람들입니다!
    RS 제가 생각하는 예술은 어떤 이유나 기능 없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어요.
    MP 예술은 관념으로 이뤄지는 거니까요.
    RS 맞아요. 제 생각에 우리 두 사람 다 패션을 예술의 한 형태로 보는 데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의 논지를 잘 이해하죠. 그리고 특정 패션 크리에이터가 예술가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방금 이야기한 것이 핵심입니다.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으로 재직한 다리오 프란체스키니(Dario Franceschini)가 지난해 ‘문화로 먹고살 수 없는가?(Con la cultura non simangia?)’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했어요. 이 책에서는 정부가 때로 일자리, 수출, 행복을 창출하는 (패션을 비롯한) 문화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거의 노력하지 않는 이유가 깊이 있게 다뤄지고 있죠. 패션 산업은 수십만 명의 이탈리아인을 먹여 살리고 있습니다. 두 분은 그 산업이 적절한 지원과 존중을 받고 있다고 보나요?
    MP 이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은 천차만별입니다. 우선 사람들은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해요. 그것이 자신의 은밀한 본성을 건드리기 때문이죠. 자기 자신, 자신의 신체적 특징, 어쩌면 자신의 약점까지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이것은 제가 평생 자문해온 ‘패션이 그렇게 하찮게 여겨지고, 수많은 상황에서 천박하게 여겨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의 한 가지 이유입니다. 또 다른 시각은 정치적으로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하지만 저는 늘 정치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부유한 패션 디자이너이기에 꺼림칙하더군요. 제가 틀렸을지도 모르지만 여전히 꺼림칙해요.

    맞아요. 그렇지만 당신 역시 시민의 한 사람이잖아요.
    MP 그렇죠. 그리고 사실 제가 맞는지 틀리는지 확신이 없어요. 그렇지만 정치에 관해서 만큼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제가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을 공유하기 시작한다면 누군가는 말하겠죠.

    ‘위선’이라고요?
    MP 네!
    RS 그렇지만 인식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세요? 패션이 아주 민주적으로 바뀌고 있으니까?
    MP 맞아요. 민주적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다르죠. 패스트 패션 시대에, 당신이 패션 체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달려 있죠. 우리 프라다는 고가 브랜드 그룹에 속합니다. 그리고 전혀 문제없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패션에 대해 논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이 신체, 쟁점, 판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RS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가정해봅시다. 당신이 한 가족의 구성원이고, 아버지는 정치인인데, 아들이나 딸이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한다면, 아버지 입에서 ‘세상에나! 부끄러워! 창피한 줄 알아야지!’라는 말이 나왔겠죠.
    MP 저는 자신을 부끄러워했습니다.
    RS 그렇지만 지금은 바뀌고 있죠. 요즘은 모든 부모가 자녀가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더군요. 엄청난 돈을 버는 것 같으니까요.
    MP 아마 그럴지도 모르죠. 어쨌든 저는 올드한 사람이라 평생을 부끄러워하며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덜 해요. 제가 번 돈을 통해 프라다 재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그렇게 수치스러워하는 것이 제 사고방식입니다. 제가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이 제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주죠.
    RS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 생각에 패션은 좋은 쪽이나 나쁜 쪽으로 진화하는 것 같아요. 이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죠. 당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역겨운 것’으로 보던 것으로 패션을 바라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동시에 패션 세계 그 자체는 엄청난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었죠. 그리고 이제 그것은 방향을 선회하는 것 같아요. 과거가 더 좋았다 혹은 지금이 더 좋다… 저도 딱히 모르겠어요. 미우치아가 말했듯, 제가 틀리는지 맞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각 시대마다 문제와 장점을 지니고 있다고 봐요

    최근 몇 년 동안 패션계에서 엘리트주의가 줄었다고 여기나요?
    RS 저는 그렇게 봅니다. 그건 규모와도 관련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매출을 얼마나 올리는 기업인지, 어떻게 활동하는지에 따라 판단되곤 하니까요. 저는 오히려 그 반대를 느끼곤 합니다. 저는 늘 제 브랜드의 창의적인 면을 통해서만 판단된다고 느끼죠.
    MP 맞아요. 몇 년 전 당신은 창의성으로 판단된 것 같아요. 지금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가에 따라 판단되죠. 돈이 세상을 지배하니까. 그것은 저에겐 새로워요. 모든 사람이 돈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RS 당신이 십수 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되면, 그 판단은 경제적인 것에 근거한 것처럼 보이죠.
    MP 동시에 우리 일에 감사해요. 다양한 문화와 풍부한 패션 지식이 필요하니까요. 여기서 일하는 어시스턴트 모두 패션뿐 아니라 건축, 아트, 음악에 대해서도 알아가겠죠.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업무에 대해서만 아는데 말이죠. 패션계는 지식이 풍부한 사람으로 넘쳐나요. 그리고 바로 그것이 창의성을 끌어내는 것 같아요. 배우, 감독, 미술가 등 모두가 패션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죠. 맞아요. 어쩌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에너지가 넘치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거예요.
    RS 패션 환경은 늘 다른 분야에도 개방되어왔죠. 그렇지만 한때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것에 대한 저항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들은 건축이나 미술계와 비교하며 ‘이게 패션이라고!’ 하고 말하곤 했죠.
    MP 그렇지만 그것도 지금은 바뀌었어요.
    RS 완전 바뀌었죠! 미술계는 패션과 연결되기를 원하죠.
    MP 최근 만난 정말 진지한 고고학 교수님이 패션쇼를 구경하러 오고 싶다고 말한 적 있습니다. 산악 지대에서 만난 유명한 아티스트도 패션쇼를 보고 싶다고 말했죠.
    RS 우리가 다루는 많은 분야의 창의적인 사람들은 다른 분야와 연결되는 것에 열려 있습니다. 패션을 경시하는 아티스트는 많지 않았죠. 그들은 미술, 건축, 글쓰기에 관심이 있죠. 그러나 때때로 아티스트 주변 환경에 저항이 있었습니다. ‘패션은 평판이 좋지 않아. 그러니까 패션과 엮이지 마’라는 인식이죠. 오래전에 그런 것을 자주 느꼈어요. 그러나 이제는 거의 반대가 됐어요. 패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죠. 요즘 많은 사람이 패션을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패션과 연결되고 싶어 한다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여깁니다. 패션은 늘 매우 빠르게 움직여왔으니까요.
    MP 저는 어느 유명 건축가가 너무나 부러워하던 게 기억나요. 그는 자신이 디자인한 빌딩은 완성된 순간 이미 낡고 오래된 것 같다고 말하면서요.
    RS 디자인부터 완성까지 10년이 걸리기도 하니까요.

    시간과 속도, 그리고 다양한 예술 형태가 인정받도록 만드는 진정성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 여기진 않나요? 건축은 늘 그것이 지닌 영속성 때문에 가장 진정성 있어 보이죠.
    RS 게다가 건축에서의 책임감은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우리 모두는 특히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종종 지속성을 지닌 옷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늘 변화한다는 것이 패션의 본질이고, 예술과 건축계에서는 그런 특징이 패션계보다 크게 두드러지지 않죠.
    MP 예술계는 패션의 속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저는 폰다치오네 프라다에서는 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노력합니다. 예술계에서는 빨리 움직이면 더 시의적절한 면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속도가 예술을 더 근사하게 만들죠.

    두 사람은 거의 3년간 업무 파트너로 함께해왔습니다. 글로벌 팬데믹이라는 예외적 환경을 겪은 기간이었죠. 파트너십이 그 시기에 어떻게 진화했는지 각자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RS 파트너십을 발표하던 당일부터 팬데믹이 이곳을 강타했습니다. 절대 잊히지 않을 거예요.
    MP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쏟는 시간이 개선되는 것 같아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늘 일하고 있죠. 우리 둘 다 본능적으로 일을 하지만 정말로 상의할 시간조차 거의 갖지 못하죠. 이제, 점점 더 이론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저 일만 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니 좋더라고요. 저는 늘 그의 작품을 좋아했고, 제 생각에 그도 제 작품을 좋아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게 무척 수월하고 즐거워요. 하지만 일뿐 아니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그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2020년 이전에도 서로의 작품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서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나요?
    RS 조금 알고 있었죠. 질 샌더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밀라노에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곳으로 저를 이끈 것이 바로 프라다였죠. 저에겐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었기 때문에 절대 잊히지 않을 거예요. 패션계에서 제가 어떻게 낙인찍혔는지 잘 알고 있죠.
    MP 지식인?
    RS 저질, 젊은이, 맨즈웨어, 펑크 디자이너로도 인식되고 있죠. 그런데 갑자기 질 샌더가 나타났죠! 남성복과 여성복을 아우르는 미니멀리즘 브랜드 말입니다. 그들이 저 같은 디자이너를 택한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죠. 그리고 ‘좋아, 여기서 최선을 다해야 해’라고 마음먹었죠. 우리는 당시 개인적으로 따로 만난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첫 번째 쇼를 마친 후 프라다 그룹이 질 샌더를 매각했습니다. 저는 미우치아가 제 작품을 좋아했으면 했어요. 늘 그녀의 열성 팬이었거든요. 보통 패션 디자이너를 지켜보고, 그들의 작품 때문에 그들을 좋아하거나 사랑하지만, 그 디자이너의 옷을 입으면 또 다른 차이가 분명히 있죠. 그래서 저는 늘 프라다를 입고 있습니다.
    MP 올리비에 리조(Olivier Rizzo)가 떠오릅니다. 우리와 함께 일한 스타일리스트였는데, 라프와도 친했죠. 우리가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아, 저런 거 하고 싶은데”라고 말하면 그가 “미우치아, 안타깝게도…”라고 대답하던 게 생각나는군요. 언제나 라프가 먼저 그런 것을 시도하고 있었죠.
    RS 우리는 늘 살짝 연결되어 있었어요. 저는 패션쇼와 백스테이지를 둘러보러 오곤 했죠. 그리고 심지어 파트리치오 베르텔리가 편지로 연락하곤 했습니다.
    MP 맞아요. 그 사람이 당신을 몹시 좋아하죠!
    RS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요. 그렇지만 캘빈 클라인을 그만둘 때 “밀라노로 날아올 수 있겠어요? 이야기 좀 합시다”라고 베르텔리가 말했죠. 그리고 그때 이 아이디어가 나왔죠. 기본적으로 늘 그 생각이 당연하게 느껴졌고, 지금도 매일 그렇게 여긴다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제 눈에 미우치아가 굉장히 독특한 인물인 것도 그렇게 여긴 이유인 것 같아요. 그녀를 보면 자동으로 놀라게 되거나 존경심을 갖게 되죠. 딱 저에게 필요합니다. 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천성을 지닌 사람들의 덕을 봤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일한 피터 뮐리에와 마티유 블라지 같은 디자이너가 있죠. 그들은 잘 성장해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정립하고 있습니다. 그들을 보면 굉장히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겐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기서는 비록 다른 대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MP 자신이 존경하는 대단한 인물과 대화하는 것은 늘 좋죠. 그것은 기쁨이자 위로가 됩니다.
    RS 당신이 설립한 브랜드에서, 당신에게 훌륭한 팀이 있다고 해도, 당신은 혼자예요. 당신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기본적으로 모든 결정을 함께 내립니다. 미우치아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그것은 저를 매우 행복하고 편안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죠(프라다 역시 동의했다). 그래서 이 구조가 굉장히 편해요. 제가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책임을 늘 지지 않아도 되니까요.

    서로 의견이 강하게 부딪칠 때는 어떻게 하나요?
    RS 어렵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그녀가 싫어하면, 안 하면 되죠.

    반대로도 그러나요?
    RS 물론이죠.
    MP 우리는 처음에 그렇게 결정했어요. 하지만 사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죠. 우리는 어느 정도 같은 취향, 같은 이해력을 갖고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참신한 조합과 케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름’도 있어야겠죠?
    RS 우리가 정반대로 느끼는 일이 자주 일어나진 않아요. 그렇지만 제가 반사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뭔가를 그녀가 갖고 있을 때 너무 좋아요. 그것은 제가 이해하려는 노력을 더 많이 쏟게 만드니까요.
    MP 언론이 그가 컬렉션에서 했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그리고 제가 했던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보통 사실과는 완전히 반대를 이야기한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롭죠. 저는 그의 사고방식을 통해 참신함을 더하고 싶습니다. 그 역시 제 사고방식을 통해 참신함을 더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언론은 그것을 잘못 이해하곤 해요. 저는 변화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것에 흥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탐구하고 싶어요. 그리고 어쩌면 가끔, 그 역시 같을지도 모르죠. 그래서 때때로 언론이 말하는 것이 사실일 때도 있고…
    RS 에이, 완전히 반대죠!

    라프, 직접 운영하던 브랜드를 접은 진짜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요? 굉장히 큰 결심이었고, 많은 사람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죠.
    RS 맞아요. 그것은 큰 결심이었지만, 옳은 일 같아요. 처음 그 라인을 시작했을 때 제가 정말 패션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싶은지 확신하지 못했죠. 저는 원래 산업 디자이너로서 교육받고 훈련받았습니다. 10대에는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지 않았어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이 일을 하게 됐죠. 저는 그 시대 특유의 패션에 매료되면서 ‘어쩌면 내가 이 일을 시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저는 조금 순수했죠. 그렇지만 일이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5년이 흐른 뒤 저는 스스로를 패션 디자이너로 인정할 수 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 그 일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할 만큼 했어!”라고 말했어요. 당시 26세였죠. 그다음 일에서 손을 뗐어요. 그런데 얼마 후 그 일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더군요! 현장으로 복귀해 전과 다르게 디자인하기 시작했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27년이나 흘렀군요. 말로 설명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놀라운 시간이었어요. 그리고 그것을 지금 멈추는 게 옳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패션 일을 하는 것뿐 아니라 좀 더 시간을 들이는 것도 말이죠. 제가 여러 해 동안 일해온 질 샌더, 디올, 캘빈 클라인, 지금의 프라다까지,이들 브랜드의 컬렉션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제 브랜드의 옷을 만드는 일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부모님, 환경, 인간관계, 친구를 비롯한 다른 것들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몇몇 사람은 ‘아, 그러면 프라다 대신 라프 시몬스를 계속하는 것은 어때요?’라고 질문하겠죠. 그런데 간단히 답하자면, 순전히 느낌 때문에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제 브랜드를 통해 제 이야기를 해왔고, 그것을 멈출 적절한 시기인 것 같았죠. 아마 4~5년 후, 뭔가를 다시 하고 싶어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 이름을 걸고 뭔가를 다시 하게 된다면, 패션계에서 하고 싶을진 모르겠군요. 시즌을 타는 일이니까요. 저도 모르겠어요…
    MP 라프가 저에게 “제 브랜드를 접기로 결정했어요”라고 말하던 순간이 기억나는군요. 한마디 상의도 없었죠. 빠르고 단도직입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죠!

    라프, 당신이 말했듯 당신의 생각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브랜드는 접고 프라다 활동은 이어가게 된 동기가 프라다와 관련된 것인지 궁금해합니다.
    RS 전혀 관계없습니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깜짝 놀란 듯하더군요.
    MP 맞아요. 그랬죠.
    RS 저는 ‘얼마나 오랜 시간 이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계속 곱씹고 있었어요. 그러다 갑자기 중단의 시기가 온 겁니다.
    MP 그리고 그가 그 브랜드를 매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가 원하기만 하면 그 브랜드를 다시 손볼 수 있어요. 라프가 그것을 접었지만, 결정하기만 하면 다시 열 수 있는 거죠. 그런 점이 저를 굉장히 편하게 해줘요. 왜냐하면…
    RS 미우치아가 저를 해고하면…
    MP (웃음)

    당신의 대비책이로군요! 패션, 아트, 비즈니스, 즉 세 가지 대화 주제로 계속 되돌아갑니다. 이번에는 특정 비즈니스 관련 질문을 드릴게요. 프라다는 얼마 전 안드레아 구에라를 CEO로 임명했습니다. 프라다를 위한 더 폭넓은 계획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MP 분명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점점 나이 들어가고 있어요. 남편 베르텔리도 저도. 그래서 아들 로렌초(Lorenzo)와 이 기업의 미래를 준비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아주 작은 단계부터 밟아가고 있어요.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갑작스러운 변화보다, 우리 없이도 이 기업이 꾸준히 변화하도록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죠. 그리고 프라다는 이미 이 가문의 여러 세대를 거쳐 계승되고 있죠. 그래서 이번 임명은 당신의 남편과 이미 공개적으로 논의해온 프라다 대표 수장 로렌초에게 승계하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 거죠?
    MP 맞습니다. 그래서 정말 좋아요. 무척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승계 그리고 이 기업에서 손을 떼는 것과 관련된 생각이 디자이너로 일하는 당신과 심리적으로 상충되지 않나요?
    MP 저는 살아오면서 늘 반대 의견에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또 하나의 작은 부조화에 불과해요. 저는 굉장히 창의적인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이 기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승계 계획을 짜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매일 저는 창의적이고 더 젊은 정신으로 일하고 있죠.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제가 제 책임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이죠.

    은퇴 시기를 결정해놓은 건 아닌가요? 그저 가정해놓은 시간이 있나요? 아니면 어떤 이유를 바탕으로 시간을 정한 것은 아닌지요?
    MP & RS (동시에 웃음)

    프라다 여사님이 계속 일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를 대비해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본 적 있나요?
    RS 그럼요. 그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눈 적도 있습니다.
    MP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RS 제가 미우치아를 대변해 말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되겠죠? 함께 일한다는 이 아이디어가 맨 처음 거론되었을 때, 우리 모두 그 생각 하나로 재충전됐죠. 어찌 보면, 그것은 굉장히 특이한 발상이었으니까요.
    MP 맞아요. 그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죠. 새롭잖아요. 저는 늘 새로움을 좋아합니다.
    RS 우리 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라고요! 당신이 뭘 유도하는지 알고 있어요. 어쩌면 갑자기 미우치아가 가버릴 수도 있어요. 그리고 어느 날 제가 계속 이어서 일하다가 떠맡을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지금 우리가 놓인 상황은 그게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여전히 너무나 신나게 이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미우치아와 오랫동안 함께하길 원해요.
    MP (웃으면서) 저도 그래요! 저도 함께 일하는 게 좋아요!
    RS 어느 날 아침, ‘좋아, 내일 나 떠나, 혼자 다 책임질 수 있죠?’라고 말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겠어요. 우리는 서로를 위해 잘 협력하고 있으니까요.
    MP 저도 제 나이를 잘 알아요. 그렇지만 정확히 말하면, 우리 두 사람은 그런 시기까지 이르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함께 우리의 세상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어요.

    프라다 여사님, 현재 굉장히 잘나가는 미우미우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실 수 있을까요?
    MP 기본적으로 미우미우에서 제가 젊다면 입고 싶을 만한 옷을 구상합니다. 한때 저는 그런 판타지에 많이 심취했지만, 지금은 멋지고 섹시한 젊은 여성이라면 입고 싶어 하는 옷에 관심을 두죠. 그게 저에겐 굉장히 편해요. 남성복을 위해서는 남자가 된 저를 상상하고 미우미우에서는 젊은 여성을 상상하는 거죠.

    자신을 남성으로 상상한다고요?
    MP 정말 그래요!

    라프, 당신은 프라다의 정체성을 확립한 산증인과 손잡고 일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완전히 독특한 위치를 패션계에서 정립했습니다.
    RS 그리고 저는 프라다의 DNA 보유자와 함께한다는 사실 때문에 이 상황에 더 매력을 느껴요. 우리 두 사람의 손발이 잘 맞기도 하지만, 여기서 그 DNA를 지키기 위해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멋져요. 장기적으로 보면 DNA 보호가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에요. 모두 진화를 원하죠. 하지만 DNA 보호가 패션에서 매우 중요해질 것 같아요. 저는 현재까지 27년 동안 패션계에서 일해왔고, 미우치아는 더 오랫동안 이곳에서 일했습니다. 그리고 패션계에는 수명이 짧은 것이 너무 많죠. DNA가 있는 곳과 그 DNA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 말이죠. 이 보유자들이 반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는 건 아닙니다. 때때로 설립자가 되기도 하죠. 미우치아와 베르텔리처럼 때로는 소유주이기도 하죠. 저는 DNA가 그 안에서 보호되고 있다는 생각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이것은 제가 이곳에 합류하는 데 확신을 가진 이유입니다. 물론 제가 미우치아의 생각과 사고방식을 존중하고 사랑한 것도 그 확인의 이유입니다.
    MP 당연히 브랜드 DNA가 정말 중요해진 시기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누구라도 그것을 지키고자 하는 충동을 느낄 거예요.
    RS 당신이 오랫동안 뭔가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늘 혼자 이것을 느껴왔죠. 패션계나 다른 분야에서도 그것은 굉장히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루 만에 스타가 되는 세상이니까요.
    MP 당신은 늘 제게 “유명해지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하죠.
    RS 그러지 않는 것이 나을 거예요. 진화해온 방식 때문에, 빠르게 부상했다가 빠르게 지는 것을 봐왔으니까요.
    MP 라프는 오늘날 당신이 사람들을 흥분시켜야 한다는 것을 저보다 더 싫어합니다. 창작을 위해 자신의 일을 하는 대신, 요즘은 다른 사람들을 흥분시켜야 한다는 거죠. 그리고 저도 이것이 좋지 않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당신이 바보스러운 일을 하는데 모두 그 일에 대해 거론하거나, 당신이 진지한 일을 하고 열심히 일하는데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거죠.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당신이 진정성을 지닌 사람이라면, 뭔가 재주를 넘어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간혹 있더라도 결국 당신은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RS 강력한 창의적 존재 없이 현재 돌아가는 비즈니스가 되고 있다는 점이 패션계에서 극단적으로 바뀌는 면의 하나인 듯해요. 곳곳에 강력한 창의적 인재가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실제로 있죠. 그렇지만 그들이 오늘날 늘 필요한 존재는 아니라는 점이 증명되고 있죠. 아주 새로운 것 같기는 해요. 그다음엔 ‘이것이 좋은가? 나쁜가? 위험한가?’ 같은 질문이 뒤따르죠. 그런 것이 저를 안타깝게 만듭니다. 창작이 아니라 그저 저급한 디자인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세상이 진화한다면 너무 안타까울 거예요.

    패션쇼가 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해도 될까요? 컬렉션을 예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 컬렉션의 정신을 한마디로 말해줄 수 있나요?
    RS 세상에,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더 어려워요! 그렇지만 분명 ‘리얼리티’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MP 컬렉션에서는 패션이 중심이죠. 결국 우리가 일할 때 패션에 관해 이야기하니까요. 무엇이 새로운가, 무엇이 새로운 실루엣인가, 무엇이 새로운 소재인가. 이것이 패션의 본질이죠. 우리 두 사람 모두 만사에 관심이 많아요. 세상, 아트, 정치를 비롯한 모든 것에 말이죠. 그렇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의 사고를 패션에 전적으로 쏟습니다. 즉 합리적이면서도 되도록 매우 실용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옷을 만드는 거죠. 저는 제 일에 믿음을 갖고 있어요!
    RS 저도 그래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MP 우리는 그것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희 두 사람 모두 이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강하게 믿어요. 우리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RS 누군가가 제가 만든 옷을 입으려고 고르는 것을 보는 것만큼 큰 만족을 주는 일은 없어요. 프라다 여사의 작품이든 라프 시몬스의 작품이든 상관없어요.
    MP 자신의 일을 다른 사람이 납득하는 것을 보는 게 바로 만족 그 자체죠.

    그 말 자체가 완벽하게 납득되는군요.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VK)

    Luke Leitch
    사진
    Courtesy of Prada /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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