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아이템

자기표현은 이사마야 프렌치처럼

2023.04.02

by 우주연

    자기표현은 이사마야 프렌치처럼

    천편일률적인 미의 편견과 규칙에 맞서는 악동.
    자기표현의 극대화를 주창하는 이사마야 프렌치의 새빨간 도발.


    “피부 잡티를 모두 감춰 투명하고 깨끗하게, 눈두덩엔 깊은 음영을 더하세요!” 분주한 브러시 동작으로 완성되는 뾰족한 콧대, 예각에 가까운 날카로운 턱선까지. 유튜버의 ‘GRWM(Get Ready With Me)’ 영상을 보노라면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하는 자괴감이 밀려오곤 했다. 예뻐 보이기 위함이 화장의 본질이라지만 천편일률적인 미를 추구하는 한국인의 제한적인 기준이 몹시 답답한 적도 있다. 트렌드에 예민한 한국 여자들의 미적 태도가 오늘날 강력한 글로벌 뷰티 시장에 자리매김하게 된 원동력이지만 변별력 없는 아름다움이 더 이상 미의 기준점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메이크업은 옷이나 액세서리와 같이 순전히 자기표현을 위한 도구죠.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 하지 않고 우리 스스로가 누구인지 스스로 정의할 수 있어야 해요. 개성은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섹시하고, 가장 독특한 특성입니다.” 뷰티 크리에이터이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이사마야 프렌치(Isamaya Ffrench)는 뷰티의 미래야말로 ‘자기표현의 극대화’에 달렸다고 확신한다. 이처럼 아름다움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과 기상천외한 메이크업으로 주목받은 이사마야 프렌치는 지난해 6월 이름을 걸고 자신의 뷰티 지식과 경험의 총집합체 이사마야 뷰티(Isamaya Beauty)를 창조한 데 이어 얼마 전 남성의 은밀한 부위를 모티브로 만든 립스틱 컬렉션 ‘립스(Lips)’를 공개했다. 발칙하고 화끈한 상상으로 탄생한 이번 컬렉션을 포함한 이사마야 뷰티의 제품은 패션 하우스의 시즌 컬렉션처럼 한정 수량으로 준비한 테마 컬렉션이다. 피어싱 디테일과 고무 소재로 제작한 세럼과 마스카라, 리프팅 효과를 선사해줄 브로우 라미네이트를 포함한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컬렉션, 반짝이는 글리터를 더해 화려한 금빛 패키지를 입은 ‘와일드 스타(Wild Star)’ 컬렉션까지. 직관적인 패키지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서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그녀의 배경을 설명해주며, 강렬한 캠페인 비주얼은 그녀의 커리어를 증명한다. ‘데이즈드 뷰티’의 론칭 멤버이자 톰 포드 뷰티의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컨설턴트, 크리스찬 루부탱 뷰티의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 입생로랑 뷰티의 메이크업 앰배서더, 바이레도 최초의 메이크업 라인 디렉팅까지. 화려한 뷰티 경력은 리한나, 마돈나, 카일리 제너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 “메이크업은 이색적이고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보여줄 때 가장 아름다워요.” 독특한 개성이 인정받는 ‘뉴 뷰티’의 시대, 낯섦으로 뷰티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이사마야 프렌치와 <보그>가 대화를 나눴다.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파격적이고 과감한 디자인의 립스틱을 선보였어요. 이사마야 뷰티는 평소 패키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다 쓰면 버려지는 립스틱 케이스보다 절망적이고 슬픈 것은 없다고 여기거든요. 립스틱을 다 사용한 다음 빈 패키지를 선반이나 테이블 위에 두어 장식하는 과정까지 고려했어요. 영감의 원천은 늘 그렇듯 과감한 상상이죠!
    디자인 과정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나요? 스케치로 시작된 막연한 상상은 완벽한 모양과 적합한 소재를 찾기 위한 1년 반가량의 여정으로 이어졌어요. 균형과 그립의 편리성도 고려했죠. 이탈리아 출신의 유능한 엔지니어들과 여러 차례 논의를 거듭했고, 수십 번의 수정과 탈락 과정을 거쳐 하나의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중국 사진가 중린(Zhong Lin)과 작업한 캠페인 역시 인상적이에요. 개인적인 ‘팬심’으로 늘 그녀와 함께 일하고 싶었어요. 중린의 독특한 사진 톤과 빈티지한 색조가 립스 컬렉션의 완성도를 높였죠. 립스틱의 외양을 단순히 성적 판타지로 보여주기보다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싶었죠. 고급스럽고 세련되면서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길 바랐고, 중린 특유의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것으로 우리의 멋진 작업이 시작되었죠.
    립스 컬렉션은 블랙 시머와 레드 새틴, 단 두 가지의 단순한 구성입니다. 이번 컬렉션은 거창한 라인업보다는 담백하게 시작하고 싶었어요. 먼저 빨간 립스틱은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합니다. 본연의 이목구비를 돋보이게 하죠. 고농축 볼드 피그먼트로 만든 레드 립스틱은 우리 여자들의 필수품입니다. 입술 본연의 색을 살려주는 투명 립밤은 립스틱을 바르지 않는 이들에게 훌륭한 선택이 될 겁니다. 물론 남성들에게도요!
    ‘이사마야 뷰티’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초반엔 뷰티 시장에서 부족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채우고 싶었어요. 저는 매우 실험적인 성향에,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편이죠. 그런데 비주류적 코드를 충족할 만한 브랜드가 없다고 느꼈거든요. 패키지를 향한 예술적 접근, 훌륭한 품질, 마케팅 중심의 광고보다는 파격적인 비주얼로 승부하고 싶었죠. 뷰티계에서 수년간 일하며 얻은 깨달음과 방대한 노하우가 자양분이 되었어요. 하드코어적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여러 장면이 무드보드를 가득 채우고 있죠.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시시때때로 떠오르는 편이라 패션 하우스의 시즌 컬렉션처럼 제품을 론칭하는 방식이 브랜드 컨셉과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요.
    크리스찬 루부탱, 톰 포드, 입생로랑 뷰티에서 바이레도까지, 다양한 팀과 협업했죠. 성공적인 협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합심을 통해 서로가 이익을 얻는 것이죠. 특정 브랜드나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다고 느낀다면, 대체로 ‘예스’를 외치는 편이에요. 반면 창의와 열정이 전부인 ‘이사마야 뷰티’는 어떤 개입도, 타협도 없죠. 다양한 고객층과 소통할 수 있는 신선한 자유도 주어지고요.
    메이크업에 처음 관심을 가진 순간을 돌아볼까요? 일곱 살쯤이었던 것 같아요. 케빈 어코인(Kevyn Aucoin)의 자서전 <메이킹 페이스(Making Faces)>를 보면서 멋진 여성들의 사진과 메이크업이 주는 변화의 힘에 매료되었죠. 그 후 몇 년이 한참 지나서야 메이크업 브러시를 손에 쥐었지만, 이 책이 커리어의 시작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메이크업은 또 다른 형태의 예술 같아요. 얼굴에 색을 더하는 예술적 행위는 물론, 메이크업이 지닌 변화의 힘을 예찬합니다.
    창조한 제품 중 가장 특별한 제품을 꼽는다면? ‘최애’는 ‘러버래시(Rubberlash)’ 마스카라입니다. 농축된 폴리머와 왁스 성분으로 만들어 속눈썹 뿌리부터 끝까지 하나씩 조각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처음 바른 그대로의 상태가 무려 16시간 지속되고 밤처럼 까만 깊이 있는 눈매를 연출해주는데요, 공기처럼 가벼운 텍스처는 정말 끝내줘요. ‘차애’는 부드러운 매트부터 메탈릭 텍스처까지 14가지 아이섀도 컬러로 구성된 ‘인더스트리얼 컬러 피그먼트(Industrial Colour Pigments)’ 아이섀도 팔레트입니다. 펑크 감성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물을 살짝 더하면 라이너로도 활용 가능하며 별도의 도구 없이 손가락만으로도 쉽게 발리죠. 눈, 얼굴, 몸, 아무 데나 규칙이나 경계 없이 사용해보길 추천합니다.
    누군가에게 받은 뷰티 팁 중 최고는 무엇인가요? “채소 많이 먹고, 행복해지기(Eat your greens and be happy)”. 엄마의 지론보다 더 나은 뷰티 팁은 못 본 것 같아요(웃음).
    뷰티 아이콘이 있나요? 늘 곁을 지켜주는 사랑스러운 반려묘들!
    뷰티 루틴 중 빠지지 않는 제품이 있다면? 비타민 C 세럼과 수분 크림, 자외선 차단제와 마스카라.
    행복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신선한 공기 자주 마시기. 좋은 사람들과 밀도 높은 대화 시간!
    최근 오프화이트의 새로운 뷰티 큐레이터로 발탁되었습니다. 패션 천재 버질 아블로의 유산이 오프화이트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그 의미 있는 시작에 함께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패키지와 아름다운 영감으로 큐레이팅될 고품질의 오프화이트 뷰티 제품을 기대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뷰티를 사랑하지만 변화가 두려운 사람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많은 것을 시도해보고, 무엇이 당신과 어울리는지 탐구하는 여정을 멈추지 마세요. SNS에서 반복되는 트렌드에 급급할 필요 없어요. 소소한 창의력을 죽일 뿐 아니라 한계에 가두는 딜레마가 될 겁니다. 부디 메이크업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기 바랍니다. (VK)

      사진
      ISAMAYA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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