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카모토 류이치, 잠들다
세계적인 영화음악 거장이자 뉴에이지 피아니스트인 사카모토 류이치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카모토는 2014년 인두암 진단을 받았으며, 2020년 6월 직장암을 선고받은 후 투병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암이 발병한 후에도 창작 활동을 계속했지만, 결국 투병 중 별세했습니다.
사카모토는 1978년 <사우전드 나이브스(Thousand Knives)>로 데뷔했습니다. 같은 해 일렉트로닉 장르의 선구자인 그룹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1983년 그룹이 해체될 때까지 활동을 이어갔죠. 이후 사카모토는 자신의 음악적 영역을 넓혀 활발하게 활동했습니다.
사카모토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큰 페이지가 시작된 건 그가 영화음악 작업을 맡으면서부터입니다. 1983년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로 영국 아카데미상을 받고, 1987년에는 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 오리지널 음악 작곡상, 그래미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죠.
인두암 투병 중에도 그의 예술적인 영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는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비롯해 다양한 영화음악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새 앨범까지 준비하며 음악을 향한 남다른 열정을 보여줬습니다. 암이 전이돼 직장암을 선고받은 후에도 영화 <베킷>, <애프터 양> 등의 음악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사카모토는 생전에 사회 활동도 활발히 했습니다. 그는 반핵 활동가이자 환경 운동가로서도 활동했죠. 몸이 아파도 시위에 참석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큰 사건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나서서 위로를 건넸습니다.
한국 대중과도 인연이 있습니다. 2000년 첫 내한 공연을 가진 후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아 공연을 열고 관객을 만났습니다. 영화 <남한산성>의 음악 감독을 맡기도 하고, 2018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2019년에는 국내 애니메이션 <안녕, 티라노: 영원히, 함께>의 작업도 맡았죠.
사카모토는 소속사의 말처럼 “끝까지 음악과 함께”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온라인 피아노 솔로 콘서트 무대를 가졌죠. NHK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온라인 콘서트 <류이치 사카모토: 플레잉 더 피아노 2022>가 그의 마지막 무대가 되었습니다. 소속사 측은 “본인의 강력한 뜻에 따라 장례식은 가족끼리만 치르겠다”며 “사카모토 류이치가 좋아했던 구절을 소개하겠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라고 그의 삶을 기렸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음악으로 큰 감동을 선사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사카모토의 별세에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탄소년단 슈가는 “선생님, 머나먼 여행 평안하시길 바랍니다”라고 애도했으며, 최근 일본에서 활동을 이어온 배우 심은경은 “당신의 음악은 언제나 나를 뒤흔들어놓았고, 나는 그 안에서 무한한 영감을 얻었다. 예술가로서 어떻게 이 세계와 마주 봐야 하는지 몸소 보여주신 사카모토 님”이라며 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아름다운 세계를 선사한 사카모토 류이치.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음악의 물결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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