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안의 우주
디자인과 기술력을 결합한 샤넬 워치,
우주를 품다.
“여자라면 두 가지를 갖춰야 합니다. 품격 있으면서 매혹적이어야 해요.” 지난 3월 유수의 워치메이커 브랜드가 한자리에 모인 ‘워치스 앤 원더스 제네바 2023’에서 가브리엘 샤넬이 생각하는 우아한 여성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샤넬 부스 곳곳에 놓인 모델 아만다 산체스(Amanda Sanchez)를 본뜬 검정 마네킹의 손목에는 전부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 샤넬은 언제 어디서나 주인공이다. 하우스의 상징적 컬러인 흰색과 검은색으로만 채운 공간이 행사 기간 내내 가장 붐볐다. 부스 중앙에 자리한 비행접시처럼 보이는 커다랗고 둥근 거울이 천천히 회전하며 연출하는 초현실적 분위기는 신제품에 대한 힌트를 주고 있었다.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 아르노 샤스탱(Arnaud Chastaingt)은 공상 과학과 시공간 여행, 우주에서 영감을 얻어 완성한 새로운 워치 컬렉션을 ‘인터스텔라(Interstellar)’라고 명명했다. 픽셀 모티브, 인광 효과, 별 모양 참 장식 등을 활용해 기존 컬렉션을 ‘우주적으로’ 재해석한 것은 물론 오뜨 오롤로지 한정판도 포함했다.
#black & white
흰색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완전한 검은색이 된다. 샤넬은 J12를 대표하는 흰색과 검은색에서 개기일식 현상을 떠올렸고, 총 7피스로 구성된 ‘이클립스(Eclipse)’를 완성했다. 전 세계 단 1세트만 출시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전부 세라믹 소재를 사용하되, 폴리싱을 다르게 적용해 극명한 대비를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화이트 세라믹은 빛 속에 있는 듯 반짝이고, 블랙 세라믹의 표면은 그림자처럼 깊고 매트하다. 베젤뿐 아니라 다이얼까지 바게트 컷 세라믹을 세팅해 화려함을 배가했으며, 흑백이 나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교한 기술력이 인상적이다. J12를 좀 더 그래픽적으로 해석한 제품도 있다. 픽셀 모티브를 적용해 세라믹 케이스 일부를 도려낸 듯한 효과를 준 ‘J12 사이버네틱’과 소재를 통해 시계를 4분의 1로 정확하게 구분한 ‘J12 스페이시오템포럴’이다. 소재에 대한 과감한 시도는 입체적이고 강렬한 디자인을 구현하며, 하나같이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 작품에 가깝다.
#see-through
흑백을 넘어 ‘투명함’을 표현한 엑스레이 시리즈는 형태의 순수함을 강조한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링크와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화이트 골드 링크를 번갈아 엮은 아름다운 브레이슬릿이 돋보이는 ‘프리미에르 엑스레이’ 워치가 이를 증명한다.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와 베젤 덕분에 샤넬 매뉴팩처에서 설계하고 조립한 칼리버 2 오뜨 오롤로지 무브먼트의 입체적인 꽃 형태를 모든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는 ‘프리미에르 까멜리아 스켈레톤 엑스레이’ 워치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엑스레이 시리즈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J12 엑스레이 스타’의 프로즌 사파이어 크리스털이다. 올해 처음 선보이는 이 반투명 소재는 얼음을 연상시킨다. 인덱스부터 베젤, 브레이슬릿에 이르기까지 총 196개에 달하는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와 어우러지며 은은하고 우아하게 빛을 발산한다.
#space odyssey
“여성을 화려한 별로 장식하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크기의 별로 말이죠.” 운석, 별자리, 혜성 등 가브리엘 샤넬이 사랑한 것들은 대부분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샤넬 워치메이킹 크리에이션 스튜디오는 그 아쉬운 마음을 J12 다이얼에 모두 담았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블랙 이브닝 드레스 차림의 마드모아젤이 시간을 알려주는 ‘마드모아젤 J12 코스믹’ 워치를 비롯해 푸른색 슈퍼루미노바를 코팅한 인광 다이얼 위로 갖가지 우주 심벌을 그려 넣은 ‘J12 코스믹’ 워치, 6개의 다이아몬드 별이 반짝이는 검정 다이얼 위로 혜성을 표현한 초침이 가로지르는 ‘J12 인터스텔라’ 워치가 그 매혹적인 결과물이다. 프리미에르 라인에는 크라운에 별 모양 참 장식을 달아 ‘프리미에르 럭키 스타’라고 이름 붙였다. 다이얼과 브레이슬릿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하게 세팅한 화이트 골드 버전은 ‘프리미에르 하이퍼 럭키 스타’다. 손목에 두르면 행운을 가져다줄 것만 같다.
#cybernetic
우주에 대한 탐구는 디지털적 접근으로 이어졌다. 블랙 래커 다이얼 위로 로듐 도금 프린트와 54개 다이아몬드 세팅으로 표현한 인쇄 회로 기판이 이색적인 ‘보이·프렌드 사이버데이터’ 워치가 대표적이다. 퀼팅을 더한 페이턴트 카프스킨 스트랩 안감은 은색으로 마감했고, 크라운에는 블랙 스피넬 카보숑을 세팅해 미래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옐로 골드, 세라믹, 티타늄, 오닉스, 다이아몬드로 이뤄진 3D 로봇 형태 케이스에 러버 스트랩을 매치한 ‘프리미에르 로봇’ 워치가 사랑스럽다면, 코드 코코는 한껏 대담한 모습으로 재해석했다. 퀼팅 패턴의 골드 카프스킨 스트랩 위로 도금 처리한 ‘CHANEL’ 레터링을 얹은 ‘코드 코코 사이버골드’ 워치. 하우스가 지닌 풍부한 유산을 변주해 하이엔드 워치 역시 패셔너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tourbillon
진화한 샤넬의 워치메이킹 기술을 확인하고 싶다면 뚜르비옹만큼 확실한 것도 없다. 중력에 의해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한 장치인 뚜르비옹은 기계식 시계의 테크닉 기량을 보여주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벨벳 피니싱 처리한 화이트 세라믹 ‘J12 다이아몬드 뚜르비옹’ 워치는 샤넬 매뉴팩처에서 제작한 플라잉 뚜르비옹을 탑재했다. 무엇보다 뚜르비옹 케이지 중앙에 얹은 익스클루시브 컷 솔리테르 다이아몬드가 신의 한 수. 시간의 리듬에 맞춰 회전하는 다이아몬드는 어떤 순간에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샤넬의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남성용 ‘무슈 드 샤넬 뚜르비옹 메테오라이트’에는 다이아몬드 대신 하우스의 상징인 사자 머리가 자리한다. 남성용 워치 최초로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한 제품이다. 스틸 케이스부터 나일론 스트랩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한 것 외에 눈길을 끄는 요소가 한 가지 더 있다. 다이얼 소재로 운석 조각을 사용했다는 사실. 55개 한정 피스 모두 고유한 무늬를 지닌 덕분에 소장 가치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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