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보석 명문가의 노하우
주얼리 명문가에는 보석과 시계 제작 노하우를 보유한 장인이 존재한다.
스타일과 영감의 원천만큼 돋보이는 10대 보석 명문가의 고유한 노하우.
Dior 깃털 로터
자세히 보면 보석 세공인과 깃털 세공인의 작업은 비슷한 점이 많다. 보석 또는 깃털을 골라 짝을 맞추고, 다듬고, 빛의 작용을 예상한다는 점에서다. 디올은 오토매틱 시계의 다이얼 표면에 등장한, 무도회의 춤추는 드레스처럼 회전하는 오실레이팅 웨이트와 검은 수탉 또는 공작 깃털로 장식한 웨이트에 대해 특허를 냈다. 시계공과 보석 세공인, 꾸뛰르의 모든 노하우가 집약된 모험적인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웨이트를 구상하는 단계에서 깃털의 무게를 예상하고 시곗바늘을 가로막지 않기 위해 깃대(깃털 가지)를 다듬고 깃털의 정전기를 없애기 위해 첨단 생물의학 산업기술을 빌려왔다. 황금 깃털은 깃털의 회절 효과를 차단하고 색을 안정시키기 위해 3년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
Louis Vuitton 커팅
라운드(브릴리언트 컷), 스퀘어(래디언트 컷), 렉탱귤러(에메랄드 컷), 오벌(나베트 컷) 등 보석 컷은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로 패싯(Facet)의 빛 반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안됐다. 루이 비통은 고전적 형태의 기존 보석 컷에 하우스만의 컷을 더했다. 일명 ‘LV 모노그램 스타 컷’으로 루이 비통의 독특한 별 모양을 사용했다. “기술적으로 굉장한 도전이었다.” 루이 비통 워치 & 주얼리 아티스틱 디렉터 프란체스카 암피시트로프(Francesca Amfitheatrof)가 말했다. “하지만 루이 비통만의 언어를 창조해 우리의 야심과 비전을 높일 수 있는 시도였다.” LV 모노그램 스타 컷은 53패싯 컷으로 빛 반사를 위해서는 별의 가지를 완벽하게 정렬해야 한다.
Rolex 다이얼 브러싱
다이얼에 혼을 불어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이얼에서 브랜드의 정체성뿐 아니라 모델의 정체성도 읽어야 하고, 가독성을 잃지 않는 장식을 창조해야 하며, 몇 제곱센티미터의 작은 공간 가운데 시침과 분침의 리듬에 정보를 실어야 하기 때문이다. 롤렉스에서는 다이얼의 창작과 전 제작 과정을 자체적으로 관리한다. 일부 시계에는 식물 장식의 마감처럼 여러 기술이 활용된다. 다이얼 중앙에서 시작되는 금속 섬유 브러시로 만들어낸 얇은 줄무늬 배경에 마이크로미터 스케일로 세공이 가능한 초단파 레이저를 이용해 야자수 잎을 새긴다.
Cartier 글립틱 기법
아쿠아마린, 모거나이트, 에메랄드, 사파이어, 비취, 쿼츠, 석화 목재 등 희귀석과 진귀한 재료를 사용한다. 글립틱(Glyptic) 장인의 손에서 재료는 형태를 띠며 양각이나 음각의 조각이 된다. 고대부터 내려오는 이 기법은 극한의 섬세함이 필요하고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2010년, 거의 사용되지 않는 이 기술의 영구 보존을 염두에 둔 까르띠에는 2년 전 ‘글립틱 메트르 다르(Maître d’Art Glypticien)’ 자격으로 필립 니콜라(Philippe Nicolas)를 팀에 합류시켰다. 라 페 거리에 있는 공방에서 그는 레오퍼드, 플라워, 기요셰 모티브를 보석에 조각한다. 그리고 작업을 전수하기 위해 파리 국립응용미술대학 ‘에콜 불’을 졸업한 젊은 여성 네 명을 훈련시키고 있다.
Buccellati 세공
밀라노에 있는 메종 부첼라티, 그 브랜드 미학의 기초는 세공이다. 부첼라티의 세공은 고대의 보석과 르네상스 시대, 특히 베네치아의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기법으로 금속을 무궁무진한 방법으로 작업해 금과 은을 변형시키는 여러 효과를 낸다. 리가토, 텔라토, 세그리나토, 오르나토, 모델라토 등 부첼라티의 세공법은 가느다란 선을 평행으로 촘촘하게 중첩해 생긴 입체감을 통해 빛 반사와 질감, 광채를 만든다. 오늘날 정교함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한 부첼라티의 세공술은 현재 4대에 걸쳐 계승되고 있다. 도구를 자유자재로 쓰기 위해서는 극도로 뛰어난 손재주와 정밀함이 요구된다. 살짝만 기울어져도 조각칼은 금속 표면에 완전히 다른 패턴을 남기기 때문이다.
Van Cleef & Arpels 미스터리 세팅
위엄 있는 보석의 뒤로 마운팅(틀)이 보이지 않도록 만드는 기술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1933년 반클리프 아펠이 개발한 기술은 노하우가 집약된 결과로 시간이 지나면서 하우스의 미학적 시그니처가 되었다. 프롱(Prong) 없이 세팅하는 기술로, 특히 조각난 스톤이 서로 딱 들어맞아 아무것도 고정하지 않은 것처럼 단일 색조를 이룬다. 이는 보석 세공인뿐 아니라 스톤이 모티브를 드러내는 황금 골조를 만드는 하우스에도 복잡한 작업이다. 모티브로 깃털, 솔방울, 유니콘, 푸크시아와 데이지, 난초 꽃잎 외에도 아르데코에서 영감을 받은 기하학무늬를 사용한다. 다른 어떤 기술보다 보석 세공인과 주얼리 하우스, 세팅 장인 간의 협업이 필요한 작업이다.
Bulgari 스톤 헌팅
불가리처럼 색상 조합을 디자인 언어의 베이스로 삼는다면, 스톤 헌터의 작업은 창작자의 작업만큼 중요한 기술이 된다. 불가리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루치아 실베스트리(Lucia Silvestri)는 두 가지 임무를 맡고 있다. “우리의 스톤 헌터는 불가리만의 미적 코드에서 비롯한 감정 능력과 색상 조합의 아름다움과 대담함에 대한 특별한 감수성을 지녀야 한다.” 18세에 불가리의 보석 감정 부서에 입사한 루치아가 설명했다. 이런 두 가지 역량은 스톤 구입부터 장인의 주얼리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매우 원활하게 만드는 중요한 지원 업무다. 결과물의 독창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한다.
Chanel 주얼리 트위드
보석에 트위드의 유연함과 리듬감, 불규칙성을 차용하려면 주얼리 제조에 방적 기술을 빌려와야 한다. 샤넬의 주얼리 기법은 금속과 스톤으로 가브리엘 샤넬이 무척 사랑한 트위드의 외관과 효과를 표현했다. 스톤의 색상과 색조, 커팅 방식과 질량에 따른 미묘함을 통해 샤넬의 보석 세공사는 측량 작업과 상상력을 동원해 트위드 직조의 자연스러운 불규칙성을 만들어냈다. 샤넬은 트위드의 짜임처럼 앞뒤로 뜨개질한 듯한 느낌을 위해 주얼리 구조를 유기적으로 가볍게 연결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리고 세팅 장인에게는 텍스처 효과를 내는 작업을 하게 한다. 이 모든 주얼리 노하우는 꾸뛰르적 사고로 구현된다.
Chaumet 노하우 계승
“우리의 수작업 중 가장 중요한 노하우는 계승 작업이다.” 쇼메 아틀리에 책임자 브누아 베르윌(Benoît Verhulle)이 말했다. “젊은 장인과 고참 사이에서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합심하면서 계승이 이뤄진다. 종종 튜터라고도 한다.” 하우스가 창립된 1780년 이후 지금까지 쇼메 아틀리에 책임자는 브누아를 포함해 13명밖에 없었다. 노하우의 지속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쇼메에서는 직급이 낮아도 2년 동안 작도, 애벌 깎기, 줄질, 성형 등 주얼리 기술을 점차 숙련하게 된다. 줄질 작업에서는 완벽하게 수직을 유지하고 드릴 압력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수습 기간에는 황동으로 작업하다 익숙해지면 더 무르지만 용접 시 빠르게 산화되는 은으로 작업한다.
Bell&Ross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백
사파이어와 동일한 화학 성분이라 ‘사파이어 크리스털’이라 부르는 시계 다이얼 보호 유리는 일반 유리보다 내구성이 10배 강하다. 사파이어 크리스털을 합성해온 지 1세기가 넘었지만 여전히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다이아몬드 다음으로 단단한 화합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벨앤로스에서는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케이스백을 만들고 있다. 금속처럼 기계 가공이 불가능해 다이아몬드 파우더로 덮인 절구로 작업해야 한다. 스톤 커팅처럼 외부에 힘을 가하는 것뿐 아니라 재료를 파내는 것 또한 적합하지 않다. 움푹 파인 곡선은 폴리싱 작업이 그만큼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나사를 조이다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는 기술적 위업이다. 사파이어는 금속과 달리 유연성이 전혀 없어 변형력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 글
- Jérôme Hanover
- 사진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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