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조급함이 없는 곳, 시드니

2023.04.28

by 김나랑

    조급함이 없는 곳, 시드니

    시드니를 중심으로 한 뉴사우스웨일스주는 조급해본 적 없다. 야생동물과 바다, 해변, 액티비티, 미식까지 천천히 음미할 때 더 풍성해진다.

    영화 <드리프트>에서 엄마와 두 아들은 호주의 아름다운 해변에 정착한다(사실은 야반도주에 가깝다). 장차 서퍼가 될 아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기서 살면 안 돼요?” 시드니를 중심으로 한 뉴사우스웨일스주(New South Wales, NSW)에서 내가 그랬다.

    시드니로 향하는 콴타스항공. 승객에게 제공하는 어메니티 파우치에 캥거루가 그려져 있다. 나는 이 캥거루와 코알라를 만나기 위해 호주 NSW를 방문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 남동부에 자리하며 동쪽으론 태평양을 접하는 NSW의 주도는 시드니다. 도착한 다음 날, 시드니에서 1시간 떨어진 심비오 야생 공원(Symbio Wildlife Park)에 갔다. 캥거루와 코알라, 웜뱃, 주머니쥐, 레서판다 등이 이곳에 서식한다. 드넓은 뜰과 숲 덕분에 동물원이라기보다는 야생과 비슷한 환경이다. 복서처럼 가슴 근육이 발달한 다 자란 캥거루는 안전상 만날 수 없지만 어린 캥거루에게 먹이를 주고 함께 뛰어놀 수 있다. 사육사의 품에 안긴 코알라는 모두 아이 같다! 그들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절벽과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히는 시 클리프 브리지(Sea Cliff Bridge)를 달려 레스토랑 임페리얼 클리프턴(The Imperial Clifton)으로 갔다. 1900년대에 문을 연 유서 깊은 레스토랑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신선한 해산물과 탑처럼 쌓인 랍스터를 즐길 수 있다.

    다음 행선지는 몰리묵(Mollymook)이었다. 고즈넉한 마을이지만 주말이면 시드니에서 찾아오는 행랑객으로 붐빈다. 평일 오후에 도착한 나는 이곳의 유일한 호텔이었던(지금은 다른 곳이 생겼지만) 바니스터스 파빌리온(Bannisters Pavilion)에 짐을 풀고 근처 해변으로 수영을 하러 갔다. 가는 길에 마을 주민과 세 번 인사했다. 해변에서는 서퍼 할아버지가 수영하는 이방인을 걱정스러운 눈길로 지켜봤다. “정말 아름다운 날 아니니?” 이들의 대화는 대부분 이렇게 시작한다. 한국과 반대여서 지금 겨울을 맞이하는 중이지만 여전히 화창하고 맑은 NSW의 날씨, 그것에 감사하는 사람들이 사는 몰리묵에 오래 머물고 싶었다. 괜히 근처에 다닐 만한 요가원과 아르바이트할 만한 카페를 검색했다. 숙소로 와이너리 큐피츠 에스테이트(Cupitt’s Estate)가 운영하는 호텔도 추천한다. 독립된 각각의 별채는 실제 집처럼 아늑하고 발코니에 욕조가 있는 방도 있다. 이곳 와인은 화창한 날 즐기기 좋은 가볍고 신선한 맛이 주를 이루며, 맥주 양조장과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한다.

    NSW에서는 서핑, 보트, 카약 등 다양한 레저를 즐길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저비스 베이(Jervis Bay)의 맹그로브 습지를 누비는 카약 타기다. 돌고래 혹은 고래를 찾아 떠나는 투어도 있다. 저비스 베이 와일드(Jervis Bay Wild)에서 예약할 수 있으며, 원하면 보트 꼬리에 설치된 그물망에 앉아 바닷물에 잠긴 채 돌고래 투어를 할 수 있다. 1시간여를 물속에서 추위를 견딜 수 있다면! 근처 하이암스 비치(Hyams Beach)에서 해수욕을 즐겨도 좋다. 이곳은 설탕처럼 하얀 모래와 에메랄드빛 바다로 유명하다. 모두 몰리묵에서 1시간 정도 북쪽으로 올라가면 있으니, 시드니로 돌아가는 길에 들르면 좋다.

    시드니를 전체적으로 둘러보는 방법 가운데 세 가지를 시도했다. 먼저 헬리콥터 투어. 만과 해변, 절벽, 부촌의 수영장, 드넓은 태평양까지 시드니가 얼마나 아름다운 섬인지 한눈에 보인다. 두 번째는 요트다. 달링 하버(Darling Harbour)에 자리한 라이프스타일 차터스(Lifestyle Charters)의 요트 투어를 예약했다. 시드니항을 천천히 유람하며 와인과 샴페인, 간단한 점심까지 즐길 수 있어 레스토랑 대신 이 일정을 선택해도 괜찮다. 끝으로 하버 브리지에 오를 수 있는 브리지클라임(BridgeClimb)이다. 하버 브리지는 1932년 준공된 시드니의 다리이자 철로로, 기념일이면 화려한 조명과 함께 불꽃 쇼가 열린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중간에 포기하고 주말 마켓을 구경하며 오후를 보냈다. 직접 만든 화장품부터 신선한 먹거리, 성 패트릭 데이를 기념하는 댄스 대회까지 열려 시드니의 여유가 느껴졌다. 이곳도 당연히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겠지만 여행자에겐 보란 듯이 느긋하게 흘러가는 듯하다. 테라스에서 햇볕을 쬐며 맥주를 마시는 할아버지, 로열 보타닉 가든(Royal Botanic Garden)에 누워 잠든 사람들, 본다이 비치(Bondi Beach)를 비롯해 시드니 곳곳에 자리한 해변에서 삶의 순간을 즐기는 사람들(누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해변’이 있을 정도다), 각자의 방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한다. 시드니 현대미술관, 퀸 빅토리아 빌딩의 쇼핑, 여러 레스토랑을 즐겨도 좋다. 특히 시드니항의 중심 페리 선착장 서큘러 키(Circular Quay)에 자리해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레스토랑 아리아(Aria)의 파인다이닝, 호텔 크라운 시드니(Crown Sydney)에 있는 아마레(a’Mare)의 이탤리언 디너가 만족스러웠다. 색다른 체험을 원한다면 시드니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혹스베리(Hawkesbury)강에서 굴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시드니 오이스터 팜 투어(Sydney Oyster Farm Tours)는 아버지를 이어 2대째 운영하는 호스트가 강 안에 테이블을 놓고 직접 채취한 굴과 샴페인을 준비해준다. 원하면 보트를 타고 <무한도전> 무인도 편이 생각나는 곳에서 점심 식사를 즐길 수 있다. 화장실도 야생인 그곳에서 내가 말했다. “보트 그냥 보내면 안 돼요?” (VK)

      사진
      COURTESY Of DESTINATION NSW
      SPONSORED BY
      DESTINATION N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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