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끈질긴 열정을 지닌 쇼콜라티에 수잔나 윤의 달콤한 이야기

2023.05.30

by 류가영

    끈질긴 열정을 지닌 쇼콜라티에 수잔나 윤의 달콤한 이야기

    맛부터 색깔, 디자인과 포장까지, 달콤한 기억을 남겨줄 초콜릿을 만들기 위한 수잔나 윤의 끈질긴 열정.

    다재다능한 쇼콜라티에 수잔나 윤(Susanna Yoon)은 어릴 때부터 디저트 중 유독 초콜릿을 좋아했다. “한국과 중국, 독일 등에서 브랜딩과 음악을 공부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만큼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일은 없었어요.” 알록달록한 자신의 새 초콜릿 공장에서 수잔나 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얘기했다. 결국 요리로 전향한 수잔나 윤은 미국에서 페이스트리 강좌를 수강한 뒤 토론토의 카페 불뤼(Café Boulud)와 프렌치 요리를 선보이는 뉴욕 미슐랭 레스토랑 퍼 세(Per Se)를 거쳐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디저트 로망을 펼치게 됐다. 그리고 2015년 수잔나 윤의 초콜릿 전문점 스틱윗미(Stick with Me)가 뉴욕에 문을 열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지는 아름다운 색감의 초콜릿은 즉각적으로 뉴요커의 얼굴에 미소를 퍼뜨렸다. 3년의 준비 끝에 두 번째 고향인 한국에서도 자신의 초콜릿을 소개하게 된 수잔나 윤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가족의 뿌리가 있는 한국에 가게를 열기 위해 자수성가한 느낌으로 돌아왔어요. 앞으로 스틱윗미가 더 많은 사람에게 달콤한 기억을 선사하길 바랍니다.”

    오래전부터 한국에 스틱윗미 지점을 내고 싶다고 말했죠. 드디어 꿈을 이뤘군요. 그러니까요! 특히 연세대학교 교환학생이었을 때 살던 동네인 압구정에 숍을 열게 되어 더 기뻐요. 팬데믹 때문에 많은 것이 미뤄졌어요. 빌딩 리모델링도 생각보다 오래 걸렸고, 식재료를 공수하는 데도 긴 시간이 소요됐죠.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음료 메뉴도 그렇고 루프톱도 손봐야 하죠.

    높은 층고가 돋보이는 공간을 채운 컬러풀한 인테리어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웨스 앤더슨 영화를 무척 좋아해요. 뉴욕과 방콕에서 활동하는 건축 및 인테리어 팀 미닉봄(MinickBom)의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이 밝고, 재미있으면서도, 엉뚱한 색채를 멋지게 조합해 꿈의 공간을 완성해주었죠. 이곳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동심이 샘솟을 거예요.

    형형색색의 초콜릿은 어떤 영감을 바탕으로 탄생하나요? 맨 처음엔 특별한 제약을 두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초콜릿의 맛과 향기, 모양을 상상해요. 이후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 최대한 그것과 비슷한 초콜릿을 만들어내죠. 독특한 식재료, 자연과 주변 환경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특이한 색깔 조합 등 모든 것이 영감으로 축적되어 발휘되는 것 같아요.

    초콜릿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써서 작업하는 부분은요? 알록달록한 색깔이죠. 브러시를 쥐는 강도와 붓질의 길이와 크기, 색의 명도와 채도 모두 세심하게 컨트롤하며 정교하게 초콜릿을 디자인해요. 그리고 페이스트리를 공부한 이력을 살려 묵직하고 풍미 가득한 초콜릿을 만들려 하죠. 재료끼리 조합과 초콜릿이 품은 다채로운 레이어가 중요해요. 맛부터 디자인까지 모든 게 수작업이다 보니 같은 맛의 초콜릿이라도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이 스틱윗미 초콜릿의 강력한 매력이라 할 수 있어요.

    특히 서울 사람들에게 자주 권하는 초콜릿이 있나요? 뉴욕의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뉴욕 치즈 케이크와 오묘한 푸른빛을 내는 피칸 파이 봉봉(초콜릿)을 가장 먼저 건네곤 해요.

    여러 개의 봉봉을 담는 스토리북 상자와 뉴욕 풍경이 그려진 보랭 백 등 패키지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쏟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스틱윗미 초콜릿이 누군가에게 쉽게 잊히지 않는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름답게 포장된 스틱윗미 초콜릿을 건네는 건 감사와 사랑을 전하는 가장 달콤하고 기분 좋은 방법이 될 거예요.

    다양한 브랜드로부터 협업을 제안받기도 하죠.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나요? 공효진과 케빈 오의 결혼식 답례품으로 쓰일 봉봉 세트를 디자인했는데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실제로 두 사람의 굉장한 팬인데 그들의 가장 친밀하고 특별한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죠. 결혼식이 끝나고 효진이 초콜릿 인증 사진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하자 많은 사람이 ‘이게 대체 뭐지? 비누인가?’ 하며 궁금해했는데 덕분에 더 많은 한국 사람에게 스틱윗미 초콜릿을 알릴 수 있었어요.

    한국에서는 크로플, 도넛, 소금빵 등 ‘배부른’ 디저트가 인기를 끌고 있어요. 당신이 생각하는 초콜릿만의 매력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를 만들던 시절, 더 많은 사람이 수준급 디저트를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초콜릿은 케이크같이 큰 접시가 필요한 디저트와 달리 무척 간편하면서도 케이크 못지않은 풍미를 자랑해요. 뉴욕 치즈 케이크 봉봉의 단면을 보면 치즈 무스와 파이 크러스트 등 여러 레이어가 겹겹이 쌓인 걸 볼 수 있어요. 더부룩하지 않으면서도 만족스럽게 음미할 수 있는 행복이죠.

    초콜릿에는 어떤 음료를 추천하나요? 맛에 따라 어울리는 음료가 달라요. 캐러멜이나 비스킷 맛이 강한 봉봉이라면 커피랑 정말 잘 어울려요. 유자 봉봉은 톡 쏘는 샴페인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죠. 개인적으로는 와인이나 위스키에 녹진한 초콜릿을 곁들이는 걸 좋아해요.

    당신을 가장 기분 좋게 만드는 반응은 어떤 건가요?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이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고 말해줄 때 행복해요. 어른이 되면 어린 시절에 정말 맛있게 먹었던 간식이 맛없게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스틱윗미와 함께라면 그런 서글픔은 결코 느끼지 않을 거라 자부해요. 최근에는 한국에서 ‘별로 안 달다’는 말이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디저트에 대한 최고의 찬사라는 것도 알게 됐는데 그 또한 고마운 칭찬이에요.

    평생 초콜릿을 만들 건가요? 맛과 색깔, 디자인, 아트워크 등 작은 초콜릿 하나를 만들며 무수한 가능성을 꿈꾸는 지금의 여정이 무척 마음에 들어요. 초콜릿을 만들며 내가 예술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많은 인내와 연구를 필요로 하는 작업이지만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여정을 오래오래 이어가고 싶어요.

      에디터
      류가영
      포토그래퍼
      김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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