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뉴스

관능의 멋, 서울에서 만난 디온 리

2023.06.01

by 손기호

    관능의 멋, 서울에서 만난 디온 리

    서울을 찾은 디자이너 디온 리와 강남 거리로 나섰다.
    디온 리의 관능적인 멋이 돋보이는 2023년 가을 컬렉션 비대칭 바이어스컷의 초콜릿 실크 드레스. 가죽 소재 끈으로 더욱 섹슈얼한 에너지를 강조했다.

    자유를 찾은 디자이너, 디온 리가 설파하는 관능의 멋.

    내가 기억하는 디자이너 디온 리(Dion Lee)는 지금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스물세 살에 자신의 브랜드를 시작한 호주의 천재 디자이너라는 소문이 자자했고, 런던에서 본 그의 컬렉션은 건축적이고 이성적이었다. 그의 이미지가 달라진 건 뉴욕으로 그 뿌리를 옮기고 난 후였다. 건축적인 아이디어에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대도시의 에너지를 지닌 청춘을 위한 옷을 디자인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디온 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로살리아, 블랙핑크를 비롯한 무대 위의 뮤지션은 물론 뉴욕 다운타운의 멋쟁이들이 디온 리를 즐겨 입기 시작했다. 가죽과 컷아웃, 금속 소재는 이제 디온 리만의 무기가 되었다. 지금 그 누구보다 섹시하고, 자신감 넘치는 디자인을 자랑한다. 관능적인 이 디자이너가 지난 3월 갑자기 서울을 찾았다. 이곳에서 그는 갤러리와 클럽을 오가며 서울의 현재를 경험했다. 조개찜에 삼겹살을 먹는 것도 잊지 않았고, 사진 부스에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꽉 찬 일정을 마친 뒤 뉴욕으로 돌아간 그에게 <보그>가 질문을 던졌다.

    서울 방문은 어땠나?
    서울을 방문하고 경험한 건 대단한 즐거움이었다! 음식은 말할 것도 없고 그곳에서 만난 이들은 최고였다. 도시의 에너지와 나이트 라이프를 즐긴 것도 좋았다. 특히 서울에서의 ‘유스컬처’에 대한 기대감과 에너지를 몸소 느껴볼 수 있었다.

    시드니의 해변가 출신이다. 서울만큼 전 세계의 패션 수도와는 거리가 있다. 어떻게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
    어릴 때 연기를 배웠다. 그래서인지 항상 음악과 공연에 관심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표현하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패션과 옷 입기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학창 시절 발견한 패션 잡지가 이 업계에 눈을 뜨게 했고, 전혀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알고 싶어졌다. 고등학교 시절 빈티지 옷을 사서 잘라버리고 재봉틀로 새롭게 옷을 만들어 친구들과 나누어 입었다. 그게 내 첫 번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다.

    디온 리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호주 패션계에 천재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통해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패션을 공부했다. 학창 시절 만든 디자인을 호주의 스타일리스트가 촬영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호주 패션 위크에서 졸업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었고, 그다음부터는 멈출 수가 없었다. 브랜드나 사업을 하겠다고 계획한 적 없었지만, 응원 덕분에 놀라운 사람들과 작업할 수 있었다. 첫 번째 해외 쇼는 런던이었다. 그리고 두 시즌 뒤 뉴욕으로 옮겨갔다. 미국 내의 바이어와 프레스가 큰 지원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그 도시와 내가 연결되는 기분이 들었고, 그곳의 미술, 음악, 디자인을 둘러싼 풍요로운 문화에 영감을 받고 있다. 아직도 도시와 그곳 사람들이 내게 영감을 주고, 디자이너로서 많은 걸 배우고 진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디온 리 쇼에 가면 컬렉션을 입은 젊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가득하다. 디온 리의 과감한 옷을 입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면 컬렉션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디온 리의 커뮤니티를 바라보는 기분은 어떤가?
    나의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편이고, 사적인 삶과 작업은 세세하게 연결되어 있다. 사람들이 스스로의 몸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정체성을 실험하는 모습이 좋다. 내 브랜드가 그런 이들을 통해 전해지고, 내 디자인을 즐기는 커뮤니티가 더 늘었다.

    디온 리의 커뮤니티에는 아티스트도 많다.
    난 음악을 항상 사랑해왔고, 투어나 공연에서 내게 커스텀 디자인을 부탁하는 아티스트와 강력한 관계를 형성했다. 그라임스, 로살리아, 블랙핑크 등 내가 영감을 받는 이들이 내 옷을 입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디온 리의 작업에는 건축적 요소가 있지만, 최근 몇 년간 훨씬 섹시하고 자유롭고 자신감 있게 보인다.
    패턴 작업과 건축 디자인에는 분명한 평행선이 있다. 내 작업에서 건축적인 면이 보이는 것은 내가 패턴 작업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의 몸 위에 옷을 조각하는 수학적인 과정도 즐긴다. 스물셋에 브랜드를 시작했기에 개인적인 정체성과 브랜드의 정체성 역시 계속 성장해왔다. 그 옷은 나의 개인적인 정체성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요즘 내가 섹시함을 즐기고 옷을 차려입는 것을 즐기는 것도 반영한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은 무엇인가?
    고객들은 입기 편하면서도 독특한, 아주 센슈얼한 옷을 찾는 듯하다.

    영감의 원천은?
    무엇보다 몸이 내 영감의 시작이다. 옷이 몸이라는 형태와 유지하는 관계가 흥미롭다. 자연과 기계적인 세상의 대조, 음악과 예술,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패션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는 없나?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자연에 나 스스로를 맡길 때 패션계의 멈출 수 없는 사이클에서 느끼는 피로감이 사라진다. 특히 시드니의 바닷가에서 자랐기에 바다를 가까이 느낀다. 수영과 서핑도 즐기고, 자연과 함께할 때 스스로 에너지를 되찾는다.

    디온 리의 이름이 상징하는 세 가지 단어는?
    센슈얼리티, 테크니컬리티 그리고 퍼포먼스. 관능적이고 기술적으로 완벽하며 입기 편안한 옷. 내 이름 디온은 와인과 황홀경의 신인 ‘디오니소스(Dionysus)’에서 왔다. 그런 숨겨진 의미의 결이 나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VK)

    디온 리를 처음 패션계에 알린 건 건축적인 테일러링이었다. 그런 아이디어는 이번 가을 컬렉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수트가 선사하는 날카로운 멋이 매력적이다.
      에디터
      손기호
      포토그래퍼
      박종하
      모델
      이혜승, 태민
      헤어
      조은혜
      메이크업
      박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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