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2023.06.06

by 송가혜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운동으로 얼굴의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나이에 비해 또렷하고 입체적인 윤곽, 표정 주름 하나 없는 우아한 얼굴을 자랑하는 메건 마클, 나탈리 포트만, 기네스 팰트로에게선 눈에 띄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페이스 요가(페이셜 피트니스, 페이스 트레이닝으로도 불리지만 원리는 동일하다)’. 말하자면 얼굴을 위한 운동요법을 꾸준히 활용한다는 것이다. “얼굴에는 약 43개의 근육이 있지만, 우리는 그 가운데 30%만 사용합니다. 그런데 과도하게 사용하죠. 페이스 요가는 그 외의 근육을 운동시킴으로써 매끄러운 얼굴 라인을 만들어줍니다.” LA의 페이스 피트니스 스튜디오, 스킨 핏 짐(Skin Fit Gym)을 운영하는 코코 하야시(Koko Hayashi)는 말한다. 피부 탄력을 높이는 것은 기본, 한쪽으로만 음식물을 씹는 습관으로 만들어진 얼굴 비대칭을 바로잡고, 표정 주름으로 굴곡진 인상을 환하게 바꿔준다. 시술 침대에 눕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워지는 효과라니, 그야말로 모든 여자의 이상이 아닐까? 서울에서 당장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을 수소문했고, 이촌동에 있는 ‘페이스핏 센터’라는 곳의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맞춤형 스킨케어 테라피와 보디 마사지를 제공하는 피부 에스테틱 스파, 스킨랩엘(Skin Lab L)에서 오래전부터 실시해온 ‘페이셜 필라테스’ 프로그램을 더 전문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올 초 오픈한 곳이다. 호기심은 가득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름만 교묘히 바꾼, 결국 페이셜 마사지의 한 종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은 여전히 있었다.

    “Work it. Don’t massage it(운동하세요. 마사지하지 마세요).” 환한 조명의 센터에 들어서자마자 벽면을 가득 채운 문구가 내 의구심을 꿰뚫어 본 듯했다 스킨랩엘과 함께 운영되는 이곳은 우리에게 익숙한 폭신하고 따뜻한 스파 베드도 있지만, 페이스 필라테스를 위해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시술 의자에 앉게 된다. 마사지 볼부터 탄력 밴드, 도넛 모양의 링과 큐어 스틱까지. 어디서 많이 보던 미니 사이즈의 운동 도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트레이너로 일컬어지는 전문가는 나의 얼굴을 분석한 뒤 사용할 도구를 소개했다. “양턱의 저작근이 뭉쳐 있고, 볼과 입꼬리 처짐이 보이는군요. 얼굴 중앙의 근육일수록 사용 빈도가 덜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팔자 주름을 갖게 되죠. 유산소 운동을 먼저 실시한 뒤 페이스 링으로 무산소 운동을 실시하겠습니다.” 얼굴을 위한 유산소 운동이라고? 전문가의 말이 알쏭달쏭하게 느껴진 것도 잠시, 목덜미를 젖힌 상태에서 턱을 감싼 탄력 밴드가 위로 힘껏 당겨졌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신호를 드릴 때 천천히 내뱉으세요. 운동 전 워밍업하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본격적인 ‘개운함’은 그다음부터 시작됐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페이스 링이 깊숙이 닿으며 턱관절 근육을 문지르자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피부 표면을 가볍게 두드리고 문지르는 마사지나 윤곽에 센 압력을 가하는 경락과는 또 다른 차원의 손길에 도파민마저 샘솟는 기분이었다. “피부 밑에는 얕은 층부터 중간, 깊은 층의 근육이 다양하게 존재하죠. 도구는 필요한 근육에 정확히 작용하도록 소재부터 곡선까지 공학적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사용 빈도가 다른 특정 근육에 압력을 주고,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피부 탄력이 증진됩니다.” 페이스핏 센터 윤석화 팀장은 이야기한다. 올바른 운동 방법 역시 중요하다. 페이스 필라테스의 근본 원리는 쓰지 않는 근육은 새로운 자극을 주고, 한쪽으로 치우친 근육의 움직임에 균형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을 깜빡이거나 눈물을 배출할 때 쉴 새 없이 사용되는 ‘눈둘레근’은 평소 세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 필라테스 볼을 활용해 반대 방향인 가로로 이 근육의 움직임을 활성화하면 근육의 피로가 해소된다. 얼굴 반쪽만 먼저 근력 운동을 진행한 뒤 거울로 확인하자 아수라 백작처럼 한쪽만 인상이 부드러워진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작근의 긴장을 풀고 나니 입꼬리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마감으로 평소보다 좀 더 깊어진 미간 주름이 매끈해진 피부 사이에 숨은 덕이었다. 열심히 운동하고 난 다음 날 근육에 미미한 뻐근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얼굴에도 기분 좋을 만큼의 적당한 통증이 남았다.

    생물학적 노화는 속도는 다르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 젊을수록 윤곽은 전반적으로 볼록함을 자랑하고, 표정도 생동감이 넘친다. 반면 노화가 오면서 얼굴은 점차 편평해지고 오목한 파임마저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습관적으로 사용되는 근육은 고정되다시피 하죠. 근육의 수축 폭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표정은 적어지고 경직됩니다. 얕은 층의 지방은 증가하고, 근육이 움직일 때 슬라이딩 지지대가 되어주던 심부 지방의 볼륨이 감소하면서 일명 ‘불독살’로 쌓이는 것이죠.” 순천향대 서울병원 피부과 김수영 교수는 피부 노화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며 안면 근육 운동이 입체적인 윤곽에 큰 도움이 된다고 짚는다. 근막을 자극하며 림프 순환을 원활하게 개선하니 혈색이 좋아지는 효과는 덤이다. 문득 궁금한 질문 하나. 스쿼트를 하면 허벅지 근육이 단련되는 것처럼 우리 얼굴 근육 또한 운동시킨 만큼 빵빵하게 ‘펌핑’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아니다. 페이스 필라테스는 경직되고 짧아진 얼굴 근육을 이완시켜 전체적인 밸런스를 되찾아주고 탄력 있게 가꾸는 효과의 비중이 크다.

    페이스 필라테스를 위한 도구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시도해볼 수 있을 만큼 사용법이 쉽다. ‘FACEFIT’ 유튜브 채널엔 도구를 활용해 이마 주름을 없애고, 림프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는 간략한 마사지 방법이 있으니 하루 3분만 투자해도 얼굴을 그늘지게 만드는 표정 주름을 완화할 수 있다. 전문가의 손길을 받는 것은 주 1회 정도 권장하며, 이중 턱이나 얼굴 비대칭이 고민이라면 그 부위에 더 집중적인 근육 운동이 실시된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불변의 명제 하나. 결국 부지런한 자기 관리만이 건강한 아름다움과 동안 피부를 만든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우리들의 운동 욕구를 북돋웠던 넷플릭스 <피지컬: 100>의 1회에서는 “인간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명언이 등장한다. 신체와 얼굴 운동에 대한 메커니즘이 완벽하게 동일하다고 볼 순 없지만, 근육을 골고루 열심히 사용한 거울 속 내 얼굴 또한 그렇다.

    사흘쯤 지난 지금, 일시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효과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주말 촬영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스태프도 묘하게 인상이 밝아졌다는 인사를 건넸다. 무엇보다 가장 만족스러운 점은 고수에게 경락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얼굴 구석구석이 시원한데, 그 뒤에 피부에 느껴지는 열감이나 자극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리프팅 시술을 위해 방문한 피부과에서 지적받은 이후 부쩍 신경 쓰이기 시작한 미간 주름에 이제는 보톡스보다 먼저 페이스 필라테스를 고민할 정도로 긍정적인 입장이다. 아무래도 시술보다는 ‘운동’이라는 단어가 좀 더 건강한 기운을 주는 것도 사실이니까. (VK)

    에디터
    송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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