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를 정복한 못생긴 샌들
50년 만에 이 슈즈는 패션의 변방에서 천천히 중심으로 다가왔습니다. 트렌디한 슈즈라 말하지 않을 도리가 없죠.
1973년 출시된 투 스트랩 아리조나 샌들은 버켄스탁의 성공을 이끌었으며,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하다는 평판도 얻었습니다. 버켄스탁 그룹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요헨 구치(Jochen Gutzy) 또한 “아리조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걷도록 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으로 탄생한 슈즈로 디자인과 기능을 결합했죠”라고 밝혔습니다.
최근에는 영화 <바비> 예고편에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마고 로비는 반짝이는 스틸레토 힐과 갈색 아리조나 샌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섭니다. 여기서 스틸레토 힐은 현실을 외면하고 환상의 세계에 머무는 것을 의미하는 반면에 아리조나는 진실을 의미하죠.
그녀가 아리조나를 선택할지 스틸레토 힐을 고집할지는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요. 스틸레토 힐의 상징인 마놀로 블라닉과 버켄스탁의 콜라보레이션을 떠올려보면 패션계에서 버켄스탁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봐야 옳겠습니다.
사실 버켄스탁이 유명해지게 된 숨은 일화가 있습니다. 출시 당시 아리조나는 건강 전문 매장에서만 독점적으로 판매하던 슈즈였습니다. 발바닥 모양에 맞춰 성형된 기능성 샌들이었기 때문인데요. 어르신들의 건강 신발로 인기를 얻은 샌들이 패션계에 데뷔한 건 1992년이었습니다. 직접 문을 두드린 것도 아니고, 마크 제이콥스가 1993년 페리 엘리스 S/S 쇼에서 모델들에게 아리조나 샌들을 신기면서 강제로 진출하게 된 거죠. 그런지 룩에 아리조나 샌들까지, 지금 보면 완벽한 쇼였지만 럭셔리 브랜드를 표방한 페리 엘리스는 마크의 선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그를 해고합니다.
결과적으로 그 일로 마크 제이콥스의 명성은 날로 높아져 루이 비통의 수석 디자이너가 되었으며, 아리조나 샌들의 명성도 계속되었죠. 버켄스탁은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 전용 라인 ‘1774’를 만들기에 이릅니다. 덕분에 프로엔자 스쿨러, 질 샌더, 마놀로 블라닉 등 쟁쟁한 브랜드와 협업한 버켄스탁을 만나보게 됐죠.
모델 카이아 거버, 엘사 호스크, 지지 하디드를 비롯해 앤 해서웨이까지 할리우드 셀럽들이 사랑하는 버켄스탁. 못생겼다는 말은 오늘까지만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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