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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휴식 같은 향기를 찾는다면

2023.06.15

한낮의 휴식 같은 향기를 찾는다면

감정 기저의 우울감을 희석하는 치유의 향기가 있다면 주저 없이 시트러스를 꼽을 것이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든 프로방스의 오렌지 밭을, 캘리포니아의 해변을 거닐고 있는 듯한 상상 속 내러티브를 부여하는 향기. 자연스레 군침을 돌게 하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만드는 마법의 향기 필터라 말하고 싶다.

향수의 세계에서 시트러스는 이 계절 빠질 수 없는 단골 레퍼토리다. 논픽션에서도 이 여름, 공기를 가득 메우는 싱그러운 향기와 그 속에서 빛나는 찬란한 감정의 조각을 끄집어낼 ‘시트러스 컬렉션’을 새롭게 선보인다. 첫인상에서 압도하지만 순식간에 휘발되고 마는 무난한 시트러스 말고! 시트러스 본연의 다채로운 매력을 논픽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시그너처가 될 몸이시다. 흔한 시트러스 향수도 논픽션의 터치가 더해지면 뭔가 다르지 않을까? 3명의 조향사가 시트러스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각기 다른 서사를 부여한 ‘네롤리 드림’, ‘오픈 암스’, ‘심플 가든’을 만나보자.

#1. NEROLI DREAM

‘빛나는 계절의 시작’

네롤리 드림은 상쾌하고 부드러운 네롤리와 오렌지 블러섬, 은방울꽃의 투명한 생기가 살포시 포개진 논픽션 시트러스 컬렉션의 포문을 여는 향기다. 마치 새하얀 오렌지꽃이 피어나는 순간처럼 순수한 시작의 감정이 그려진다. 네롤리 드림은 삶을 채우는 기쁨과 생동감 넘치는 감정을 향기로 직조하는 조향사, 줄리엣 카라귀조글루의 영감에서 출발했다. 네롤리를 중심으로 소프트하게 피어나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시트러스 향수를 창조한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튀지니에서 보낸 열다섯 살의 여름을 닮은 향기라고 들었어요.
논픽션 시트러스 테마를 듣자마자 그해 여름이 떠올랐어요. 햇볕 가득한 거리, 네롤리 향기가 넘실대던 공기. 제 삶에서 가장 강렬하게 각인된 시간이었죠.

컬렉션 테마인 ‘영 서머 메모리’와 무척 잘 어울립니다.
그래서 실제 튀지니에서 재배한 네롤리 오일과 오렌지 블러섬 앱솔루트를 사용했습니다. 행복과 휴식, 에너지를 느끼게 해요. 마치 기나긴 휴가와 같은 행복감이랄까요.

시트러스 계열이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트러스는 일상 속 어떤 순간에나 쉽게 손이 가는 향이에요. 또 긍정적이고 행복한 감정을 소환하기 때문이죠.

네롤리와 오렌지 블러섬 외에 또 어떤 특별한 향료를 베리에이션했나요?
뮈게를 꼽겠어요. 네롤리 드림에 은방울꽃 특유의 빛나는 이미지와 풍성한 플로럴의 뉘앙스를 더하기 위해 상상 속 뮈게의 향기를 구현하고, 이를 고스란히 담아냈죠.

#2. OPEN ARMS

‘한낮의 그늘이 품은 휴식’

오픈 암스는 시트러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싱그러운 생명력과 치유의 힘에 집중했다. 잘 익은 과육, 달콤한 꽃잎, 푸른 잎을 매단 여린 가지, 씁쓸한 껍질까지. 마치 한 그루의 비터 오렌지 나무를 그대로 보틀 속에 응축한 듯 단단하고 힘이 있는 향기다. 논픽션 시트러스 컬렉션의 메시지를 함축한 오픈 암스는 실험적인 조향에 도전하는 조향사, 알렉스 리에 의해 창조되었다. 비터 오렌지 나무와 우디 향조로 특별하게 재해석된 시트러스 향기에 대해 나눈 그와의 대화.

‘한 그루의 비터 오렌지 나무를 하나의 보틀 속에 그대로 응축해 담아낸 듯한 이미지’를 추구했다고요?
네. 그동안 대중화되지 않은 비터 오렌지 나무의 숨은 면모를 드러내고 싶었어요. 비터 오렌지 한 그루에선 무려 네 가지의 귀한 향료를 얻을 수 있어요. 여기에 네롤리 에센셜 오일, 오렌지 블로섬 앱솔루트 등을 조화롭게 담아 나무의 넉넉한 품에 안긴 듯한 휴식을 전하고자 했죠.

깊고 진한 잔향을 지닌 시트러스 향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쉽게 휘발되는 시트러스의 단점을 베이스 노트가 보완합니다. 증류와 추출, 업사이클링을 거친 미네랄 노트, 오카녹스가 바로 그것이죠. 이외에도 레몬, 만다린, 시더우드 오일, 마다가스카르산 버본 베티베르 등이 차곡차곡 레이어링되어 평범하지 않은 향기의 여정을 완성하죠.

오픈 암스가 환기하는 당신만의 특별한 추억이 있나요?
저는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요. 지금은 파리에서 살고 있지만 언제나 캘리포니아의 바닷바람과 포근한 온기가 그리워지곤 해요. 오픈 암스는 제 고향의 뜨거운 태양과 선스크린을 바른 피부, 티셔츠에 밴 시트러스 향수를 떠올리게 하죠.

향수에 대한 깊은 열정이 느껴져요. 조향사의 애티튜드를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뭘까요?
‘헌신(Devotion)’이요. 향수의 세계에 더 깊이 들어갈수록 향이 지닌 심리적이고 예술적이며 과학적인 작용에 감탄하게 돼요. 그 아름다움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은 제 삶의 소중한 사명이 되었어요.

#3. SIMPLE GARDEN

‘정원에 깃든 여름의 잔상’

심플 가든은 꾸밈없는 자연에서 만나는 잔잔한 사색의 순간을 그려낸 향기다. 정원으로 이어지는 한적한 산책길, 푸릇한 라임처럼 솔직했던 순간과 계절이 남긴 흔적 속에서 꼬리를 무는 상념들. 베르가모트와 클라리세이지, 시더우드의 차분함이 어우러지며 성숙한 터치의 시트러스 향기가 완성됐다. 논픽션 시트러스 컬렉션을 더욱 특별하게 완성하는 심플 가든은 향의 건축적 구조를 탐닉하는 조향사, 도미틸 미샬롱의 영감으로 완성되었다. 신비롭고 중독적인 분위기로 재해석된 시트러스 향기를 피워낸 조향사, 도미틸 미샬롱에게 직접 들어보는 심플 가든 이야기.

시트러스라는 테마에서 어떤 영감을 떠올렸나요?
이번 컬렉션에서 아로마 노트를 강하게 사용한 모던한 느낌의 시트러스를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현대적이면서 시대를 초월하는 향, 그러면서도 시트러스 특유의 낙천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향기요.

그래서인지 다양한 허브의 복합적인 향기가 느껴지네요.
심플 가든은 수도원의 정원을 연상시킵니다. 텃밭에서는 수도사들이 음식과 약에 쓰이는 타임, 로즈메리, 바질 등 최소한의 작물이 자라고 있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생활 방식은 논픽션의 철학과도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해요.

아주 현대적이지만 소박하고 친숙한 느낌도 내포하고 있군요.
맞아요. 조향하는 동안 자주 떠올린 장면이 있어요. 시골에 있는 부모님 댁의 소박한 정원이죠. 여름이면 정원 한편에 숨어 베리를 따 먹곤 했어요. 이 향수엔 그런 평화롭고 행복한 기억도 스며 있습니다.

논픽션과의 두 번의 작업을 통해 당신만의 접근 방식을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조향사의 애티튜드를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뭘까요?
솔직함(Honesty)과 진실함(Sincerity)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름답고 의미 있는 향기를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미지
    논픽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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