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도, 나이도, 인종도 뛰어넘는 패션의 시대
“전 이상한 존재예요. 여러 가지 의미로요. 이런 저도 언젠가 ‘뉴 노멀’로 받아들여지기 바라지만… 전 스스로가 성별도 나이도 없는 것처럼 여겨져요. 인간이라는 자의식도 그다지 없고… 그저 다른 동물들과 함께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여겨져요.”
6년 전 마일리 사이러스가 영국 토크쇼에 나와 던진 이야기입니다. 막강한 문화적 영향력을 지닌 팝 아이콘이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던진 화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죠.
시간은 흘러 성별도, 나이도, 인종도 뛰어넘는 ‘보더리스’는 마일리의 바람대로 ‘뉴 노멀’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세 가지 패션 씬은 바로 그 증거고요.
Bettter by Julie Pelipas
지난 6월 열린 LVMH 프라이즈. 다양한 개성으로 무장한 디자이너들 중 눈에 익은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자신의 레이블 ‘베터(Bettter)’로 ‘칼 라거펠트 프라이즈’를 수상한 줄리 펠리파스예요. 38세의 <보그> 우크라이나 패션 디렉터 출신 줄리 펠리파스는 그간 스트리트 패션 파파라치들의 집중 공세를 받아온 인물이기도 하죠.
2019년 펠리파스가 론칭한 베터는 평소 그의 스타일을 빼닮았습니다. ‘올드 셀린느’ 룩이라 불리곤 하는 유능한 현대 여성의 룩이 바로 그것. 스타일만 그럴싸해 보이는 건 아니에요. 베터는 폐기된 의류를 재가공, 생산하는 업사이클링을 골자로 하는 패션 하우스거든요. 주로 버려진 남성의 수트를 여유로운 실루엣의 여성 의류로 재탄생시키는 식이죠. 업사이클링을 통해 성별을 넘나드는 베터의 의상. 이를 두고 펠리파스는 “업사이클링도 얼마든지 섹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고향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펠리파스는 ‘베터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모국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을 세계에 소개하고, 우크라이나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프로젝트예요. 그뿐 아니라 ‘노 모어 플라스틱 재단(No More Plastic Foundation)’의 대사로 활동하는 등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죠. 경계를 지우며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그에게 LVMH 프라이즈가 주어진 건 당연한 듯 느껴지네요.
Martine Rose x Nike
수트가 그랬듯, 스포츠 역시 오랜 시간 남자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갓 베일을 벗은 마틴 로즈와 나이키의 협업은 이런 오랜 아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듯합니다. 오는 7월 20일 개막하는 호주 여자 월드컵 선수들이 입게 될 이 컬렉션은 팬츠 수트, 트렌치 코트, 셔츠, 스타킹, 장갑, 선글라스, 그리고 MR4 슈즈로 구성되어 있어요. 특히 자카드 소재에 하운즈투스 체크 패턴을 수놓은 팬츠 수트는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눈에 띄죠. 디자이너 마틴 로즈는 말합니다.
“여성이 수트 차림을 하고 있을 때 힘과 회복력, 아름다움이 느껴져요. 저는 남성들이 그렇듯 여성들도 수트 차림에서 힘을 느끼길 바랍니다. 게다가 수트엔 더 이상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누구나 입을 수 있습니다. 이 컬렉션에는 우리가 스포츠를 이야기할 때, 성별을 떠나 게임 그 자체에 대해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여성 축구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게 될 이 협업 컬렉션은 아홉 번째 여자 월드컵 개막식으로부터 5일 후인 7월 25일부터 Martine-Rose.com에서, 7월 27일부터는 Snkrs 앱과 일부 나이키 매장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Balenciaga
그런가 하면 지난 5월 말 칸 페스티벌의 레드 카펫을 수놓은 셀러브리티들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다양한 성별과 나이, 인종의 셀러브리티들이 문화 사절 역할을 한 자리이기도 하니까요.
배우 노윤서는 케어링이 주최한 ‘위민 인 모션’ 디너에 발렌시아가의 스트레치 스판덱스 소재의 오픈 백 가운, 그리고 클럽 이어링을 착용한 모습으로 등장해, 갓 피어난 신인 배우의 고혹적 면모를 엿볼 수 있었죠.
발렌시아가의 검은색 타프타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러시아의 영화감독이자 배우 레나타 리트비노바(Renata Litvinova)는 또 어떻고요. 67년생인 그녀의 관능미가 묻어나는 룩은 긴 오페라 글러브와 벨벳 스페이스 펌프스 힐로 드라마틱한 방점을 찍었습니다.
프랑스 싱어송라이터 이죌트(Yseult)의 레드 카펫 룩 또한 이목을 끌었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찰랑대며 반짝이는 스트라스 자수 소재의 발렌시아가 가운을 걸친 그는 목소리만큼이나 파워풀한 자태를 뽐냈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미셸 여의 룩도 화제였죠. 그는 ‘위민 인 모션’ 디너 행사에서 비즈와 자수 장식을 손으로 수놓은 발렌시아가의 꾸뛰르 뷔스티에 드레스를 선택해, 우아한 카리스마를 더했습니다.
그 외에도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 팔레스타인 모델 파이 칼레다, 수단 모델 아녹 야이 등 다양한 국적과 나이, 성별의 인물들이 어우러져 자신만의 매력을 드러낸 칸 페스티벌 레드 카펫. 그야말로 ‘보더리스’한 패션의 순간이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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