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셔츠, 다리지 말고 그냥 입으세요
귀찮지 않은 ‘집안일’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다림질은 특히 귀찮습니다. 가만히 서서 무거운 다리미를 규칙적으로 움직이다 보면 지루한 데다 짜증까지 쏟아지죠. 구김이 잘 보이는 화이트 셔츠는 매일같이 다리자니 품이 많이 들고, 드라이클리닝을 맡기자니 돈이 아깝다는 딜레마에 빠지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주름 하나 없는 멀끔한 셔츠에 집착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디올이 화이트 셔츠는 구겨질 때 더 쿨하다는 걸 보여줬거든요.
2023 F/W 컬렉션을 선보인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화이트 셔츠를 때론 아우터처럼, 때론 이너웨어처럼 활용했는데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화이트(혹은 블랙) 셔츠가 등장했지만,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는 단 한 장도 없었습니다. 구김이 가득하던 셔츠는 옷장에서 대충 꺼내 입은 듯한 인상마저 풍겼죠.
스페인 출신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아돌포 도밍게스(Adolfo Domínguez)는 40년 전부터 ‘주름은 아름답다(The Wrinkle is Beautiful)’를 자신의 슬로건으로 삼았는데요. 내추럴하고 꾸밈없는 스타일을 가장 아름답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구겨진 셔츠를 선택한 이유 역시 같습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식의 무심하고 쿨한 멋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구겨진 셔츠를 입을 때 꼭 지켜야 할 ‘룰’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 얇은 셔츠를 선택할 것. 이때 추천하는 소재는 리넨. 얇고 통기성이 좋아 레이어드에 용이할뿐더러 가장 자연스럽게 구겨지는 소재이기 때문이죠. 두 번째, 셔츠 단추를 몇 개는 풀어 헤칠 것. 디올의 모델들은 전부 단추를 세 개씩 풀고 런웨이에 올랐는데요. 살짝 보이는 속옷과 셔츠 주름이 만나 더욱 반항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디올이 제안하는 방식처럼 소매를 롤업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고요.
스타일링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잘 다려진 화이트 셔츠와 똑같이 취급하면 됩니다. ‘출근 룩’에 쓰일 법한 포멀한 아이템과 활용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믹스 매치가 완성되거든요. 앞서 확인했던 두 룩에서 등장한 펜슬 스커트와 A라인 스커트가 완벽한 예입니다. 더욱더 과감해지고 싶은 날에는 화려한 패턴이 들어간 스커트를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구겨진 셔츠를 데님과 함께 입는다면? 보이시한 무드가 극대화됩니다.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는 한술 더 떠 구김이 있는 넥타이까지 매치했죠.
올 가을과 겨울에도, 구겨진 화이트 셔츠는 든든한 기본 아이템이 될 전망입니다. 어떤 아우터의 이너로 활용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거든요. 클래식한 체크 코트와 매치하면 은은한 포인트가 되어주고, 에비에이터 재킷과 함께할 때는 밀리터리 무드가 배가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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