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로에와 지방시를 이끌었던 클레어 웨이트 켈러, 유니클로와 손잡다
영국 왕자비인 메건 마클의 웨딩드레스로 세간의 눈도장을 찍었던 클레어 웨이트 켈러는 2017년 지방시 하우스의 첫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됐다. 그녀의 꾸뛰르 컬렉션은 케이트 블란쳇, 레이첼 와이즈, 샤를리즈 테론의 선택을 받았다. 지방시에 여섯 번의 여성복 컬렉션, 세 번의 남성복 컬렉션, 그리고 다섯 번의 꾸뛰르 컬렉션을 남긴 클레어는 2020년 4월, 팬데믹이 세상을 덮칠 무렵 하우스와 이별한 뒤 영국의 한 시골 마을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휴직’은 2022년 초까지 이어졌다.
이때 등장한 것이 가쓰타 유키히로(Yukihiro Katsuta)다. 유니클로 R&D 총괄이자 디자이너 질 샌더와의 협업을 성사시킨 그가 클레어에게 전화를 건 것. 최근 뉴욕에 위치한 유니클로 본사를 방문한 그는 “그동안 참 많은 디자이너를 봐왔습니다. 클레어는 그 누구보다 여성의 본질에 가까운 옷을 만들죠”라고 말했다. 그는 클레어의 풍부한 경험과 여성에 대한 존중을 담은 디자인 철학을 굳게 믿고 있다. 그녀와 함께 선보이는 새로운 컬렉션이 ‘라이프웨어(LifeWear)’를 추구하는 유니클로에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하리란 확신에 차 있을 만큼.
유니클로와 함께 일한 경험에 관해 묻자 클레어는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자연스레 흘러가는 분위기였죠. 일이 진행되면서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스토리가 생겨났고요!”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와 유니클로의 합작품, ‘UNIQLO : C 컬렉션’은 9월 15일 브랜드 웹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동시 발매된다.
이번 UNIQLO : C 컬렉션은 25개 아이템과 9개의 액세서리로 구성된다. 끌로에와 지방시 시절부터 클레어를 알아온 그녀의 ‘팬’들이 반가워할 만한 아이템 역시 가득하다. 이번 컬렉션에 대해 클레어는 “제가 늘 해왔던 디자인에 충실하고 싶었어요. 유려하고, 여성적이고, 우아하게 펄럭이는 옷 말이죠. 동시에 영국적인 분위기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는 늘 톰보이스러운 태도와 스타일에 매력을 느꼈거든요”라고 설명했다.
가장 주목해야 할 피스는 트렌치 코트다. 캠페인 이미지 속 넉넉한 실루엣과 달리, 실제로는 클래식한 느낌의 테일러드 트렌치 코트다. 튼튼한 개버딘 소재의 체크 패턴 안감으로 방수 기능 역시 확실하게 챙겼다. 코듀로이 와이드 팬츠, 상체를 감싸는 오버사이즈 재킷, 주름 가공을 더한 플리츠 스커트, 그리고 드로스트링으로 실루엣을 조절할 수 있는 시폰 플리츠 원피스까지, 입는 이는 물론 보는 이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한다. 팬데믹 이후 여성들이 옷 입는 방식은 분명 바뀌었다. UNIQLO : C 컬렉션은 이런 변화에 대한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답안지다.
“너무 멋 부리지 않은 듯한 컬렉션을 완성하고 싶었어요. 시크하고, 캐주얼하고, 주말에도 편히 걸치고 나갈 만한 옷 말이죠.” 그녀는 편안하면서도 가격과 품질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클레어는 눈이 즐거워지는 컬렉션을 완성해냈다. 이는 온전히 컬러에 관한 그녀만의 감각 덕택이다. 핑크 캐시미어 크루넥 쇼트 카디건, 코듀로이 와이드 팬츠, 오렌지색 프리미엄 램스 울 하프집 스웨터와 플리츠 컬러 블록 스커트까지, 발랄함과 자신감이 동시에 느껴졌던 그녀의 끌로에 컬렉션을 떠올리게 한다.
톰 포드 밑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지방시의 꾸뛰르 아틀리에를 되살린 디자이너, 클레어에게 유니클로와의 협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유니클로와 컬렉션을 준비하며 ‘전 세계인을 위한’ 옷을 디자인하는 것이 엄청난 특권이었다고 말한다. “6개월 동안 25개 아이템과 9개 액세서리를 만들어냈습니다. 다양한 패브릭을 실험하고, 다섯 번의 피팅 세션을 거쳐 하나의 아이템을 완성했죠. 다른 럭셔리 하우스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입니다. 모든 걸 몇 배는 빠르게 진행해야 하거든요.”
UNIQLO : C라는 이름에는 많은 뜻이 내포되어 있다. “제가 아우르고 싶던 모든 주제를 알파벳 ‘C’ 하나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도시에 살며 출퇴근(Commute)하는 사람들, 명확한(Clarity) 컬러, 캐주얼(Casual)하면서도 뻔뻔(Cheeky)한 애티튜드 말이죠!” 그녀가 지방시에 있을 당시, LVMH의 최고 경영자였던 시드니 토레다노(Sidney Toledano)는 클레어의 디자인에 대해 “꿈과 이상 사이의 완벽한 균형”이라 설명했다. 이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클레어는 틱톡을 중심으로 바이럴한 인기를 얻은 유니클로의 ‘라운드 미니 숄더백’ 역시 자신만의 터치를 가미해 완성했다. 크기가 더욱 커진 것은 물론, 백 밑부분에 플리츠를 더해 수납력을 보완한 것. 하지만 이번 컬렉션 중 가장 큰 반응을 얻을 것으로 생각되는 아이템은 다름 아닌 슈즈다. 두툼한 솔과 함께 존재감을 발산하는 비건 레더 ‘컴필 터치(COMFEEL TOUCH) 사이드 고어 쇼트 부츠’는 5만9,9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출시된다. 유니클로가 선보이는 첫 슈즈 라인업에는 로퍼, 롱부츠, 레이스업 쇼트 부츠 역시 포함되어 있다. 한껏 부푼 마음을 안고 9월 15일을 기다려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UNIQLO : C 라인의 2024 봄 컬렉션 작업을 마치고, 2024 가을 시즌 작업에 돌입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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