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YP 월경을 집중 조명한 영화들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생리와 관련한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다. 초경을 한 날, 극심한 생리통, 너무 많은 생리량, 그 밖에 생리를 둘러싼 여러 황당한 해프닝에 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처럼 <YM> 매거진을 보며 자란 세대라면 매달 그 잡지의 ‘무엇이든 말해보세요(Say Anything)’ 칼럼에서 이 이야기를 주로 접했을 것이다(그리고 그 이야기는 최고 굴욕 부문에서 별점 4개를 받았을 것이다). 생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만큼 굴욕적인 것은 없을 테니까.
위 세대에게 월경이란 비밀, 잘못된 정보, 수치심으로 뒤덮인 대상이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변화가 일고 있다. 그 증거로 대중문화에 월경이 처음 등장해 어떻게 다뤄졌는지 살펴보자. 1976년 영화 <캐리(Carrie)>에서 초경을 하는 시시 스페이섹(Sissy Spacek)을 통해 월경이 처음 영화에 등장하지만, 탐폰을 들고 다니며 “생리를 막아봐”라며 조롱하던 여학생들, 그리고 더 오싹하게도 엄청난 파괴력과 함께 극 중에서 얽히고 말았다. 그 후 월경은 더 이상 무서운 대상은 아니었지만, 실망스럽게도 혐오스럽게 그려졌다. 2007년 작 <슈퍼배드(Superbad)>에 생리혈이 묻은 바지가 등장한 장면, 어느 전임 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앵커의 “다른 데서 피가 흐르고 있다”고 말한 일이 그 대표적인 예다. 1970년대까지 TV에서 월경 관련 광고가 금지되었으며, 몇 년 후 다소 완화되기는 했어도 다소 흐릿하게 처리된 생리용품이 시청자에게 노출되었다(그리고 실제 피와 비슷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생리대의 흡수력을 과시하기 위해 생리대에 쏟아붓던 파란색 액체가 떠오를 것이다).
<PEN15 시리즈>의 한 에피소드에 등장한 엄청 큰 탐폰, <앤 저스트 라이크 댓(And Just Like That)>에서 생리 불순을 겪던 샬롯에게 갑자기 터진 생리, 그리고 2022년 디즈니·픽사가 만든 사춘기와 월경을 소재로 한 영화(나는 이 영화를 다섯 살짜리 딸과 32번이나 같이 보았다)인 <메이의 새빨간 비밀(Turning Red)>까지. 월경에 관한 우리의 전반적인 인식이 제고되고 제품(코라와 디바의 생리컵, 더 피리어드 컴퍼니의 생리 팬티, 패럴렐 사이클 서포트와 루니의 생리에 도움이 되는 영양제 등을 선호하는 제품으로 꼽을 수 있다) 면에서 엄청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좌절스럽게도, 우리는 고착 상태에 빠져 있다. 올해 플로리다주가 학교에서 생리에 대한 논의를 제한하는 ‘생리에 대해 표현하지 마시오(Don’t Say Period)’라는 이름의 법안을 도입했다.
하지만 생리를 더 탐구할 가치를 지닌 주제로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MSNBC 필름의 새 다큐멘터리 <Periodical>(MSNBC가 극장용으로 출시한 두 번째 영화로 LA에서 10월 10일 개봉했다)이다. 이 영화는 월경을 현명하게 잘 다룬다. 리나 플리오플라이트(Lina Plioplyte) 감독이 연출한 이 다큐멘터리는 생리용품의 진화와 생리 관련 교육, 그리고 매사추세츠 대학교 보스턴 캠퍼스(University of Massachusetts Boston) 젠더 & 섹슈얼리티 학과 부교수이자 이 영화의 통찰력 있는 여러 전문가 중 한 명인 크리스 보벨(Chris Bobel)이 말한 것처럼 ‘여성과 관련해 형성된 의료적 맹점’까지 모든 것을 골고루 다루고 있다. 영화는 (지금까지 수년간 생리를 하고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조차) 재미있고 유익하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힘을 실어준다. 즉 이것은 ‘앎’이 실제로 힘을 준다는 증거다. 그래서 리나 플리오플라이트 감독과 이 영화,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월경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궁금해요.
월경은 제가 이야기하면 안 되는 대상이며,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잖아’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늘 ‘왜?’라는 물음이 생겼기 때문이죠. 2016년 월경에 대해 자세히 조사하기 시작했죠. 저는 정말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 세상 주요 종교 상당수가 생리는 지저분하기 때문에 생리할 때 요리를 해서도 안 되고 남성에게 가까이 가서도 안 된다고 주장했죠. 월경은 금기 대상으로 여겨졌고, 나는 ‘이것이 금기 대상인 이유가 뭘까? 생리가 금기로 여겨질 만큼 강력한 점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죠.
생리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을 때 무엇을 발견했나요?
생리 관련 운동이 싹트기 시작하고 있었죠. 키란 간디(Kiran Gandhi)가 피를 흘리며 런던 마라톤에서 뛰는 바람에 사람들이 넋을 잃었죠. 그다음 생리가 금기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 활동가들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금기시하며 생리에 오명을 씌우기 때문이죠. 그리고 소수 및 불우한 커뮤니티를 위한 생리용품 마련에 힘쓰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나는 케냐와 인도 이야기를 들었어요. 생리가 시작되면 그곳의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여기서도 벌어지는 일이죠.
맞아요.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미국 여학생 다섯 명 중 한 명이 생리대가 없어서 학교에 못 가죠. 10대 세 딸을 둔 저소득층 여성을 생각해보세요. 생리대를 사는 데 매달 얼마나 지출할까요? 돈이 정말 많이 들겠죠!
생리는 다분히 정치적입니다. 사람들이 그 관련성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죠. 이 다큐멘터리가 그런 점을 분명히 보여주죠. 리서치를 시작했을 때 당신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생리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클루 앱(Clue App)으로 생리를 트래킹하고, 즐겨 쓰던 탐폰을 탐탁지 않던 생리컵으로 바꿔가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큰 변화가 일어난 거죠. 내가 알아가는 것을 적용하고 실제로 몸에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 PMS(월경 전 증후군)라는 창을 통해 내가 언제 예민해지고, 기분이 다운되고, ‘근처에 얼씬하지 말고, 커피나 한 잔 줘, 혼자 있게 내버려둬’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인지 확인하고 있었죠. 실제로 자신의 생리 주기를 잘 지켜보면, 반복되는 것이 보입니다. 그때가 바로 큰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죠! 그렇게 자신을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게 되었고, 자신에 대해 더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몸에 대한 통제권과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통제’라는 말을 썼는데, 그 말이 울림을 주는군요. 초경을 했을 때, 통제 불능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이제 자신의 생리와 관련해 바이오해킹(생활 방식을 바꾸고, 기술을 활용해 신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하는 행위)을 하고 그 통제권을 되찾는 것이 핵심이죠.
전에는 말 그대로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거죠!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낼 충분한 도구와 데이터가 없어요. 그리고 생리컵이 대화 내용을 바꾸고 있어요. 자신의 몸에서 나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죠. 또한 그것은 이 낯선 액체와의 관계를 (이런, ‘오늘은 더 갈색빛이군!’ 또는 ‘오늘은 더 묽네!’라고 말하면서) 변화시킵니다. 그것은 나를 마법의 힘을 가지고 생리하는 사람으로 바꿔놓았죠. 그다음 생리 중 섹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아보게 되죠. 한 소녀가 뉴올리언스 사랑의 주문에서 그것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하는 영화 속 유명한 장면처럼 말이죠.
2016년에 처음 월경 관련 리서치를 시작한 이래 대화가 바뀌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있나요?
맞아요. 그 창 내부에서 피의 물결이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우리는 심지어 2016년에 한 것보다 생리에 대해 더 광범위하게,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리에 관한 이 영화를 제작함으로써, 그 금기를 털어버리도록 돕고 있죠. 크리스 보벨이 이 다큐멘터리에서 이렇게 말했죠. “오명을 벗는 데 힘을 쏟기 시작하면, 그것은 순식간에 없어질 수 있어요.” 나도 분명 월경 전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어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 모두가 그것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여전히 실행되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매들린 모랄레스(Madeleine Morales)와 아누샤 싱(Anusha Singh) 같은 활동가들이 영화에서 그 점을 지적하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에서 우리 영화를 개봉한 이래 텍사스주가 탐폰세를 폐지했습니다. 우리는 이것이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대단한 일이죠. 보통 생리 관련 사안은 낙태 문제와 겹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다루지 않는 ‘낙태’가 중요 사안일 수 있는 주 정부일수록 탐폰세를 여전히 유지한다는 것을 너무 쉽게 알 수 있죠. 10월에 마이애미에서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에요. 플로리다도 탐폰세를 유지하는 주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 영화 속에서 탐폰세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그 사안과 관련해 정치인들이 주류 쪽으로 마음을 바꾸고 있다고 밝히더군요.
영화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생리 문제가 초당적인 사안이라는 점도 그 영화가 나온 후 확인하고 있고요. 심지어 공화당 지지자들조차도 그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하죠. 이것은 모든 사람의 사안입니다. 대화가 자유롭게 이뤄지지만, 더 많은 일을 실천해야 합니다. 생리법은 누구라도 어떤 일이 이뤄지는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서 아누샤와 그 영화에 등장하는 활동가들이 ‘Period.org’ 무브먼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 정부별 비교를 위해, 그리고 모든 활동주의와 활성화가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기에도 딱 좋은 부분이죠. 젊은이들이 열의를 보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들은 탐폰세가 연방 정부 차원에서 폐지될 때까지 멈추지 않겠죠.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것이 학교 생리 교육을 둘러싼 더 많은 논의의 시작이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첼시 본채즈(Chelsea VonChaz)의 활동이 집중 조명되는 게 보기 좋더군요. 집이나 학교에서 얻는 정보가 많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까요.
다른 무엇보다 사람들을 생리하는 사람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포용적인 것입니다. 매들린이 이 영화에서 지적하듯 대체로 생리하는 사람은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초경이 더 일찍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홉 살에 생리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연령에는 학교에서 정규적인 성교육이 이뤄지지 않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첼시의 노력은 정말 대단하죠. 그녀는 정말 혁명적인 일을 하는 거예요. 그녀가 활동을 확대해가고 있지만, 미국에는 50개 주가 있고, 각 주마다 그런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리와 관련해 대화가 이뤄지고, 목표를 잘 달성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이들에게 그들의 몸에 대한 사실적인 정보와 긍정의 말을 건넴으로써 오명을 벗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이 영화에선 놀라운 여러 논의가 시작되죠. 담지 못한 순간도 있었나요?
눈부시게 아름답고 멋진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을 담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여성만 달과 달의 주기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했어요. 그녀는 “지구 위 바다를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물체인 달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죠. 남성, 여성, 심지어 감자까지도요”라고 말했죠. 우리 모두가 주기적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말이었죠. 그다음 우리의 무관심으로 성공하지 못한 일부 펨테크(여성의 건강에 초점을 맞춘 기술, 소프트웨어, 상품 등을 말한다) 관련 혁신도 담지 못했어요. 우리가 더 잘, 더 쉽게 생리하고 완경을 맞도록 돕는 대단한 발명품이 나와 있는데 말이죠.
시청자들이 이 영화를 통해 얻었으면 하는 것이 있나요?
생리는 몹시 단순한 과정이면서 동시에 대단한 거죠. 나는 이 영화가 인체에서 일어나는 기적적이고 낯설며 신비로운 이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분명히 설명해주길 바랍니다. 이 영화를 만든 후 해방감을 만끽하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도 그런 기분을 느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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