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필요한 순간! 나만 알고 싶은 강릉 한옥 스테이 3
가는 게 그저 아쉬워 붙잡고만 싶은 계절, 가을.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가을의 정취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한옥 스테이로 이 헛헛함을 달래보면 어떨까요? 정연하고 단아한 한옥에서 보내는 하루는 아늑하고 고요한 쉼을 선물해줄 테니까요. 그중에서도 커피와 미식의 도시이자 푸른 바다와 울긋불긋한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강릉에 자리한 세 곳의 한옥 스테이를 소개합니다.
#1 스테이인옥
각 공간의 쓰임과 풍경을 세심하고 밀도 높게 고려한 ‘스테이인옥(Stay in Oak)’. 강릉역 근처에 자리한 스테이인옥은 10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한옥을 개조해 만든 독채 펜션입니다. 산자락 아래 자리한 덕분에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품은 산과 200평 규모의 너른 마당, 정성껏 관리한 조경이 먼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마당엔 야외 테이블과 의자가 마련돼 있고, 낮은 담 너머로 시선을 옮기면 불멍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납니다. 모던하고 안전한 파이어 존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윽한 향의 커피를 마시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녹여내기에 부족함이 없죠. 또 한옥 뒤뜰에는 큼지막한 대형 노천탕도 마련돼 있는데요. 청량하고 선선한 가을과 새하얀 눈송이가 내리는 겨울,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노곤한 심신을 다독여주기에 좋습니다. 온욕과 풍욕을 함께 즐기면 어느새 어지럽고 번잡했던 마음이 고요하게 차분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구스 이불을 구비한 아늑하고 편안한 잠자리부터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 국내 티 브랜드 델픽의 보이차인 소청감과 캐머마일 티를 마실 수 있는 다도 세트가 놓인 티 룸,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테라로사의 원두를 즐길 수 있는 정갈하고 간결한 분위기의 주방까지. 한옥의 틀과 뼈대는 고스란히 살리고 화이트와 블랙, 우드를 더해 미니멀하게 공간을 탈바꿈했습니다. 이 공간이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는? 마당 풍경을 그림처럼 담아내는 통창! 새들이 지저귀는 아침부터 별이 반짝이는 투명한 밤까지, 머무는 내내 창밖으로 펼쳐지는 자연을 감상하고 한옥의 매력을 체감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스테이입니다. SNS @stay_inoak
#2 명주하녹
‘명주하녹’은 강릉의 옛 지명이자 ‘바다와 가까운, 아늑한 땅’이란 뜻의 명주와 ‘여름(夏)날의 푸름(綠)’을 의미하는 이름입니다. 강릉 명주동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길 사이에 자리한 이곳에선 자태를 드러내기보단 비밀스러운 속삭임처럼 숨겨져 있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고즈넉한 사색의 공간이 필요한 순간에 제격이죠.
이곳은 1940년대에 건축되어 3대 가족이 머물던 한옥이었습니다. 서까래와 기둥 등 한옥에서만 향유할 수 있는 고유한 요소는 남겨두고, 화이트 패브릭과 우드를 더해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감도는 스테이를 완성했는데요. 침실과 문, 창 등에 간살 장식을 더해 한옥에 잘 스며드는 동시에 공간의 멋을 살렸죠. 가을바람에 살랑이는 단풍나무와 마당 풍경을 감상하며 족욕과 다도를 즐기는 것도 명주하녹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낭만이에요.
한층 느슨하고 가벼워진 마음으로 또 다른 결의 흥을 찾아 나서는 것도 좋습니다. ‘시나브로’의 강원도 방언이자 ‘천천히’라는 뜻의 ‘시나미’에서 이름을 따온 시나미 명주 나들이가 마련돼 있으니까요. 이는 두 가지 코스로 운영하는 마을 탐방 프로그램으로, 로컬 특유의 색이 묻어나는 작은 상점과 카페 등을 만나볼 수 있어요. 명주하녹에 머무는 동안 느낀 마음 그대로, 느린 걸음으로 음미하듯 골목길을 산책해보세요. SNS @myeongju_hanok
#3 한옥 시호일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이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이자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 선생이 손수 써서 사랑채에 걸어둔 현판의 글귀로 한옥 시호일이 탄생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문을 닫으니 깊은 산속’이란 의미처럼 한옥 시호일은 정원이 지닌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도록 설계한 시호일의 세 번째 공간인데요. 정원 풍경을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도록 내부에 모두 창을 낸 것도 이러한 철학과 가치를 담았기 때문입니다. ‘문을 닫으니 깊은 산속. 풀 향기를 맡으니 더없이 좋은 날’이라는 한옥 시호일의 다정한 인사는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을 자극합니다.
한옥 시호일은 1970년대에 지은 한옥으로, 벽에 묻혀 있거나 페인트칠이 되어 있던 기둥과 서까래가 50년 만에 새 단장을 거쳐 본연의 색과 결을 되찾았어요. 나무 기둥과 주춧돌, 한지와 삼베 등 한국적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요소와 아르떼미데의 네시노 램프, 한스 베그너의 CH24 위시본 체어, 딥 블루 컬러 소파와 메탈 키친처럼 모던하고 미니멀한 오브제가 함께 공간을 구성하고 있죠. 예상치 못해서 한번 눈길을 주게 되는 이 조화는 근사한 시너지를 만들어냅니다.
발걸음을 밖으로 향하면 철길을 따라 조성된 숲길이 있어요. 이 길은 연륜이 느껴지는 노포 식당과 강릉을 대표하는 소담한 먹거리로 가득한 강릉중앙시장으로 이어지는데요. 로코노미(Locol+Economy) 트렌드의 부상으로 지역색이 강한 전통시장을 찾는 것 역시 여행의 재미로 자리 잡았죠. 어시장을 비롯해 장칼국수, 닭강정, 어묵 크로켓 등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은 다채로운 음식을 접하는 코스도 추천해요. SNS @hanok_siho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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