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목주름이 찾아왔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도 모르게, 목에 선명하게 그어진 노화라는 가로선.
“인간의 노화는 일정한 속도로 꾸준히 진행되지 않고 세 번에 걸쳐 급진적으로 온다.” 과학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의 논문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우리 몸의 노화 기어가 급발진이라도 하듯 노화 관련 단백질 수치가 최초로 급등하는 시기는 바로 만 34세 때다. 그래서일까? 요즘 친구를 만나면 열에 아홉은 나만 보면 주름 걱정을 털어놓는다. 그중 말문이 턱 막혀버리는 고민거리는 바로 목주름이다. 지인의 목을 장식한 선명한 가로줄을 보면 피부과에 가보라는 조언에서 그치고 만다. 피부가 워낙 얇아 한 번 생기고 나면 명약은 없는, 뷰티 에디터인 내게도 목주름은 마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비법은 결국 예방뿐일까? 이쯤에서 정보를 한번 업데이트해봐야 할 때라고 느꼈다.
목의 가로 주름은 간혹 어린아이에게도 눈에 띌 만큼 선천적으로 목의 길이, 지방의 정 도와 근육 형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갖고 태어난다. 점차 이것이 선명해지는 데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한다. “피부 내구성이 유달리 약하고, 재생을 담당하는 줄기세포가 다른 부위보다 적은 탓에 회복이 쉽지 않습니다. 자외선 노출, 일명 ‘테크 넥(Tech Neck)’이라 불리는 현대인의 잘못된 자세, 불충분한 수분 섭취, 목 근육의 약화 등이 목주름 생성을 가속화하죠.” 캘리포니아 대학교 피부과 교수 테오도라 마우로(Theodora Mauro)의 말이다. 목을 전체적으로 지탱하는 근육인 활경근 안쪽이 늘어지면서 목 주변과 턱 밑에 지방 축적이 활발해지고, 목이 굵어 보이는 것은 물론 이중 턱에 얼굴은 전체적으로 ‘너부데데’해지니 여러모로 성가신 존재가 아닌가.
피부가 연약한 만큼 신경 손상, 한 번 부작용이 일어나면 되돌리지 못할 것이란 우려와 얼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관심도로 인해 접근성이 낮지만, 미간에 보톡스를 맞거나 푸석푸석한 얼굴에 수분 주사를 맞듯 생각보다 쉽고 간단한 목주름 시술은 점차 늘고 있다. 다만 목주름의 깊이와 모양에 따라 적절한 처방이 중요하다. 주로 중장년층에게서 발견되는, 활경근이 늘어져 양쪽으로 벌어지면서 생기는 목의 세로 주름은 근육을 수축시키는 보톡스 시술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여자들의 주 고민인 가로형 잔주름에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시술은 바로 ‘쥬베룩’ ‘스컬트라’ ‘울트라콜’ ‘래디어스’ 등 다양한 브랜드명으로 존재하는 콜라겐 부스터. 체내에 흡수되는 형태의 피부를 봉합하는 실이나 상처 피복제로 사용되는 폴리젖산(Poly Lactic Acid, PLA)이라는 생체 적합성 고분자 물질 가운데 PDLLA(Poly-D, L-Lactic Acid)만 추출한 것이 그 정체다. “이 PDLLA 성분을 피부에 주입하면 이물 반응이 일어나고, 결과적으로 섬유 세포의 재생을 통해 수개월에 걸쳐서 콜라겐을 생성하게 됩니다.” 샤인빔 클리닉 송도점 남현석 대표원장은 설명한다. 자가 콜라겐으로 주름을 개선하는 원리라 비교적 안전한 것은 물론 개인차가 있으나 한 달 간격으로 3회 시술 시 최대 2년 이상 유지 효과를 자랑한다. 피부에 있는 작은 근육의 움직임을 활성화하면서 림프 순환을 유도해 피부의 수분 보유량을 늘리는 스킨 보톡스를 목에 맞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목주름이 어느 정도 선명해지면 단일 시술로는 만족스러운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 피부층에 열 자극을 주면서 콜라겐 재생을 유도하는 초음파 리프팅이나 고주파 리프팅을 동반하면 피부조직이 타이트해지면서 눈에 띄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깊은 진피층을 자극하는 시술이라 꽤 강도 높은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단점과 비용 부담은 있다.
굴곡이 느껴질 정도로 깊은 가로 주름이라면 필러라는 선택지도 있다. 유동성이 낮은 히알루론산을 주입해 덩어리지거나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깊이 파인 골짜기에 볼륨을 충전한다. 시술 시 이물감이 제법 깊숙이 느껴지는 얼굴 필러와 달리, 진피층이 얇고 피하지방이 적은 목은 주로 표피에 가까울 정도로 주사를 얕게 놓는 것이 특징이다. 주름의 가장 깊은 부분을 따라 10~15군데 주삿바늘이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겁이 나지만, 5분도 안 되는 시술 시간에다 실제로 손톱으로 꼬집듯 날카롭지만 견딜 만한 통증이다. 시술 직후 살짝 부푼 융기는 10시간 이내 잦아들고, 단 한 번만으로 굵은 선이 완전히 사라지진 않지만 며칠만 지나도 목 표면이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진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프트한 카메라 필터를 댄 정도의 효과라고 할까?
여기서 뻔한 이야기 한번 하자면, 이 모든 시술은 평소 등허리를 틈틈이 세우는 스트레칭이나 스마트폰 보느라 목을 앞으로 숙이거나 빼지 않는 습관, 세심한 목 피부 관리가 동반되어야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앞서 설명한 콜라겐 주사와 필러, 실 리프팅이나 더 강력한 거상술까지도 주름을 영원히 막아주진 못한다. 최근 한 유튜브 콘텐츠에서 이서진과 정유미가 ‘꾸준템’으로 언급해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38배나 증가하며 품절 대란을 일으킨 클라랑스 ‘엑스트라 퍼밍 넥 크림’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는 목 전용 화장품과 뷰티 디바이스라는 풍성한 옵션이 있다. 그 가운데 목주름을 완화하는 성분으로 각광받는 것은 바로 ‘레티놀’. 일본의 한 실험에서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레티놀 성분의 크림을 4개월간 꾸준히 바른 결과 목 피부의 콜라겐과 엘라스틴 생성이 증가했으며 80% 이상이 탄력이 개선된 효과를 보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 레티놀은 피부 타입에 따라 건조함이나 가려움을 일으킬 수 있으니 반드시 ‘목 전용’으로 출시된 제품을 선택할 것. 레티놀을 한 단계 안정화한 ‘레티날’을 함유한 스킨케어가 피부 자극이 덜하지만, 구매했다면 소량을 발라 먼저 테스트해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여유가 된다면 최신 디바이스까지 시야를 넓혀보자. 피지선이 적은 목 피부에 적절한 저출력 LED 파장을 내뿜는 기기는 세포 대사 활동에 필수적인 생체 전류와 유사한 수준의 미세 전류를 공급하며 피부 활력을 깨운다. 하루 20분, 일주일에 3회, 3주간 꾸준히 사용해본 결론은 일단 편리하다는 것이다. 화장대 깊숙이 방치해둔 뷰티 디바이스만 해도 열 손가락을 꼽을 만큼 기기를 번거로워하는 내게 반깁스처럼 목에 두르고 할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은 무엇보다 매력적이었다. LED 디바이스를 사용한 직후 비타민 C 성분의 세럼을 목에 넓게 도포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더니 드라마틱하게 잔주름이 옅어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건조하고 푸석하던 목 피부가 이전보다 확실히 매끄러워진 것을 느꼈다.
안티에이징에서 결코 부지런함을 이길 수 있는 ‘꼼수’는 없다. 얼굴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하는 만큼 목에도 신경을 기울이고, 외출 전에 적어도 SPF 30 이상의 자외선 차단제로 꼼꼼한 방패막을 두르는 것은 무엇보다 필수다. 체형에 따라 다르지만 알맞은 베개 높이도 중요하다. 경추의 모양이 C자 형태가 유지되어야 근육에 긴장이 생기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표준적으로 6~8cm의 높이를 권장한다. 여기에 뉴욕의 성형외과 전문의 아이라 사베츠키(Ira Savetsky)가 <보그> 독자에게 진정으로 목주름을 예방할 수 있는 팁을 하나 전수한다. “인스타그램을 피할 수 없다면, 적어도 스마트폰을 가슴이나 눈높이로 들어 올리세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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