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수면은 과연 존재할까?
숙면을 위한 신문물이 떠오른다. 하지만 완벽한 수면이 존재할까?
오스카 시상식이 열리기 전 토요일, 유명 스타일리스트 케이트 영(Kate Young)은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스타일링을 담당하는 배우 미셸 윌리엄스가 입을 실크 튤 케이프가 아니라, ‘오우라 링(Oura Ring)’에 관한 것이었다. 발걸음부터 체온과 수면까지 모든 것을 측정하는 이 바이오해킹(기술을 활용해 생활 방식을 바꾸고,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행위) 기기를 벗어 던지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유는 뭘까? 중차대한 행사 준비로 분주히 뛰어다니는 동안 그녀의 수면 점수는 형편없이 낮았다. “HRV, 즉 심박 변이도는 제가 병원에 가야 할 수준이라고 가리켰죠.” 그녀가 말했다. 케이트는 베벌리힐스 호텔의 폴로 라운지에서 매년 열리는 전야제 파티에 참석해 샤넬 홍보 담당자와 점수를 비교했고, 할리우드에서 개최되는 큰 행사까지 남은 주말 시간을 이 기기 없이 지내기로 했다. 불안감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영화 <반지의 제왕>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건강에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군림하는, 그야말로 ‘절대 반지’나 다름없는 약 40만원짜리 티타늄 반지에 집착하는 것은 그녀만이 아니다(한국에서 현재 직구 가능하다). 한때 패션 월드에서는 ‘죽을 때, 아니면 기껏해야 죽을 만큼 피곤할 때나 자는 거야’라는 신념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제 심박수와 체온, 렘수면처럼 생체 측정 데이터 수집 센서가 내장된 오우라 링이 새롭게 대두된 개념인 ‘최대한 수면을 최적화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충족하고 있다. “패션계 종사자 절반이 오우라 링을 착용하는 것 같아요.” 케이트는 말한다. 소셜 미디어도 같은 점을 시사한다. 킴 카다시안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93점이라는 놀라운 수면 점수를 공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네스 팰트로도 “세상에나, @ouraring 게임에서 ‘올킬’ 하는 것 같아요”라고 적힌 글을 포스팅했다.
“팬데믹이 수면의 중요성을 일깨웠죠.” 의학박사 아나 C. 크리거(Ana C. Krieger)가 최근 트렌드를 짚어낸다. 그녀는 뉴욕 웨일 코넬 의과대학 수면센터 의료 책임자다. 아나는 수면센터 환자가 2020년 이후 50% 이상 늘었다고 전한다. “과거 우리는 수면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고, 수면이 절대적 우선순위로 꼽는 대상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봉쇄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사람들은 실상 자신에게 주어진 수면 시간이 더 많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그만큼 스트레스가 불면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3분의 1은 수면 부족 상태, 수면을 권장하는 7~8시간보다 적게 잔다. OECD 30개국 중 대한민국의 가장 짧은 평균 수면 시간은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데이터는 10년간 바뀌지 않았다. 다만 변한 것은 우리가 잠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그런 대화가 일부 테크 기업 경영진의 최근 만찬에서도 오고 갔다고 아리아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이 내게 말했다. “그중 한 사람이 매일 밤 7시간 동안 잔다고 했죠. 그 이야기를 들은 전 ‘전 8시간을 자요!’라고 크게 외쳤어요.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이 ‘저는 9시간이요!’라고 하더군요. 입찰 경쟁이 벌어진 것 같았죠.” 허핑턴이 운영하는 테크 기업 스라이브 글로벌(Thrive Global)은 개인 및 기업에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법을 조언한다. 그녀의 관점으로 볼 때 오늘날 수면은 성공의 척도, 바이오해킹 시대의 차기 개척 분야로 여겨진다. 심지어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자신이 밤에 8시간 숙면을 취하면 아마존 주주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비영리단체 베이비투베이비(Baby2Baby)의 공동 회장 켈리 소여 패트리코프(Kelly Sawyer Patricof)는 “분명히 이곳에선 더 이른 시간에 잠을 잡니다”라고 말했다. 샤넬이 주최한 파티에 참석한 그녀 역시 크림색 트위드 미니 드레스와 금색 체인 링크 벨트와 함께 금빛 오우라 링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런 디바이스가 다른 보석과 어우러지면서 스타일링의 일부가 됐어요.” 그렇게 얘기하던 그녀는 자신의 오우라 링이 까르띠에 반지로 오해받은 일화를 떠올렸다(이 브랜드는 2021년 구찌와 협업해 반지 표면에 구찌 G 로고를 양각했다).
“제 수면 패턴에 아주 관심이 많아요.” 관심사를 인정하면서 패트리코프는 오우라 링이 제공하는 85점 이상의 수면 점수에 주어지는 ‘크라운’을 자주 받는다며 자랑했다. ‘잠자는 시간이 제일 중요하다’는 신념으로 호텔 사업을 시작한 힐 하우스(Hill House)의 대표 넬 다이아몬드(Nell Diamond)는 친구들과 단체 채팅방을 열어서 각자 받은 수면 점수를 공유한다(그녀는 평소 자신의 점수가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관련된 것을 추적하는 기술이라면 꼭 실천해보곤 하죠. 무엇이든 최적화하는 것을 즐기니까요.” 편안한 착용감의 뉴욕 의류 브랜드 라 린(La Ligne)의 공동 창립자 몰리 하워드(Molly Howard)는 에이트 슬립(Eight Sleep)의 스마트 매트리스를 강력 추천한다. 바쁜 업무와 육아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그녀는 온도 조절이 가능한 매트리스를 중립보다 5도 정도 낮게 설정하고 있다. “이런 기기가 출시되기 전에는 수면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고 여겼죠. 하지만 이젠 숙면에 대한 통제권이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지난해 6월 오우라 링을 구입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보낸 시간이 수면 시간과 동일하지 않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다. 아무것도 모르던 이전에는 밤 10시에 침대에 누워 새벽 6시에 깬 다음 수면 시간을 8시간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오우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실제로 얼마 전 6시간 32분의 수면 시간이 오우라 애플리케이션에 그래프로 표시됐고, 숙면과 렘수면, 선잠이 군청색 그림으로 분석돼 있었다. 새벽 3시에 한 살배기 아이가 악을 쓰며 울고, 새벽 5시에 반려견 로이드가 침대로 뛰어올라 내 발 언저리에 자리 잡고 앉은 것이 떠올랐다.
스마트 매트리스는 수면 추적 디바이스와는 또 다른 차원의 제품이다. 에이트 슬립 매트리스는 물을 이용해 절반으로 분리된 매트리스의 온도가 조절된다. 잠자는 동안 온도가 조절되는 침구가 완벽한 보호막을 만들었고, 더 이상 새벽에 답답해 이불 밖으로 다리를 뻗는 일이 없었다. VR 헤드셋과 같은 모양새의 테라바디(Therabody) ‘스마트 고글(Smart Goggles)’도 시험 삼아 써봤다. 관자놀이를 기분 좋게 마사지하며 얼굴에 따뜻한 기운이 가득하다. 소마베딕(Somabedic)이라는 문물은 새로웠다. 고급 영양 크림처럼 생겼지만 크리스털과 여러 광물로 된 중심 부분을 통해 ‘디지털 폴루션(디지털 기기로 발생하는 오염)’을 중화한다. 그 외에도 필로우 미스트, 수면 영양제 등을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효과는 정말이지 압도적이다. “주의해야 합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상당수가 입증되지 않았어요. 데이터를 100% 신뢰할 순 없죠.” 의학박사 아나 C. 크리거가 경고하면서, 숙면 측정 지표가 기기별로 제각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TV 프로듀서 카라 프레이스(Karah Preiss)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오우라 링을 반품했다. “이 생체 측정 기기를 착용하면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깨닫게 되죠. 체중계와 마찬가지예요. 체중 감량을 더 수월하게 만들지 않고, 체중 자체를 더 비참하게 만들기만 하죠.” “인터넷이 일반 상식을 자본화한다는 생각만 들어요.” 자신의 삶을 재정비하고 스스로 진정제를 투여함으로써 1년간 잠드는 여성을 소재로 한 책, <내 휴식과 이완의 해(My Year of Rest and Relaxation)>를 출간한 오테사 모시페그(Ottessa Moshfegh)가 고백했다. “전자 기기가 내 수면을 모니터링하고, 나보다 나 자신을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혼란스럽더군요.” 모시페그는 하루 수면 시간이 3~9시간으로, 수면 장애를 앓고 있다면서 “곯아떨어지도록 돕는 것은 무엇이든 사용해요. 금식과 바이오해킹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시도하죠”라며 한마디 덧붙였다. “이런 것들은 진력이 난 사람들을 위한 것인 듯해요.”
그럼에도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팬들은 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자 북 투어를 통해 그녀에게 다가온다. “아주 미약하게 ‘잠’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요. 하루 중 가장 취약한 시점이 바로 잠잘 때죠. 잠재의식의 영역에 들어가니까요. 수면은 우리가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수면과 관련된 우리의 문제점이 개인에 따라 고유하다고 생각하죠.” 모시페그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의 수면 문제에 대해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VK)
- 글
- Chloe Malle
- 사진
- Larissa Hof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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