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거장의 아름다운 인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2023.12.29

거장의 아름다운 인사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피아노 앞에 앉아 헛기침 한 번으로 긴장감을 잠재운 아티스트 사카모토 류이치. 백발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그가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기 시작하니 이내 주변 공기가 달라집니다. 주름진 손이 한 음 한 음 소리를 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샘솟아나죠.

전 세계가 사랑한 피아노 연주자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콘서트를 담은 필름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가 개봉했습니다.

이 영화는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해 9월 진행한 온라인 피아노 콘서트 촬영본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당시 암 투병 중이었던 그는 자신의 마지막 순간이 가까이 왔음을 알고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연주와 촬영에 임했다고 합니다. 영화 제목에 그의 곡 제목인 ‘오퍼스(Opus)’가 붙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콘서트 필름에서는 총 20곡의 연주가 103분간 펼쳐집니다. 사카모토 류이치가 일본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라 여겼던 도쿄 NHK 509 스튜디오에서 촬영이 이뤄졌습니다. 오직 어둠을 밝히는 조명과 피아노만 자리한 스튜디오에서 사카모토 류이치는 음악으로 공간을 가득 채웠습니다.

콘서트 필름이지만, 중간에 사카모토 류이치의 옅은 미소와 함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마른 목소리로 “잠시 쉬고 하죠. 좀 힘드네”라고 하는 그의 말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거장의 진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인 사카모토 류이치. 어쩌면 우리에게도, 그 자신에게도 당시 연주는 가장 아름다운 마지막 인사였을지 모릅니다.

한 해의 마지막과 새해의 시작을 아름답게 해줄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 영화관에서 만나보세요.

포토
엣나인필름, @skmtgram

SNS 공유하기